지난 13일(목), 64만여 명의 수험생이 수능을 치렀다. 매해 보는 풍경이지만 뉴스에 나오는 수험생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함께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대학생이라면 몇 년 전, 매서운 바람에 몸을 웅크리며 고사장에 들어가던 그 때를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시절 우리는 대학만을 바라봤고 간절히 대학에 오고 싶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된 지금, 그토록 열망했던 대학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 모두가 가는 대학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GDP대비 대학 등록금 부담률이 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며, 사립대학 평균 등록금은 44개국 중 5위다. 사립대학은 733만 9천원, 공립대학은 409만 6천원으로 사립대학교의 등록금이 약 1.8배 비싸다. 한국의 4년제 대학 가운데 사립대학의 비중이 약 75%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연간 700만 원대의 등록금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높은 등록금은 가계의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작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가구주의 약 73%가 자녀의 교육비가 ‘부담스럽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80%에 육박한다. 학생들 다섯 명 중 네 명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다. OECD 국가의 평균 대학 진학률은 39%로 우리나라의 평균치를 한참 밑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30%에 불과했지만 1990년대부터 급격히 증가해, 2008년부터 6년 연속 OECD 44개국 중 대학 진학률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부산대 사회학과 김희재 교수(한국사회사 전공)는 대학 진학률이 갑자기 높아진 원인에 대해 “교육을 통해서만 신분 상승이 가능했던 현실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경우 장기간에 걸쳐 사회의 계급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에 대학교육이 아닌 기술이나 예술 등 개인의 능력으로도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었다. 반면, 한국은 단기간에 산업구조가 바뀌는 과정에서 관료 출신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졌고, 상대적으로 기술이나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는 낮아졌다. 김 교수는 “급격한 사회변동 속에서 국민들이 교육을 신분상승의 통로라고 생각해 대학진학을 원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 대학에 지쳐버린 학우들
80%의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할 정도로 한국사회에서 대학은 필수가 돼 버렸다. 학자금 대출을 하면서까지 포기할 수 없는 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생들은 대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에 본지는 12일(수)부터 14일(금)까지 본교 학우 512명을 대상으로 ‘왜 우리는 대학에 왔는가’를 주제로 설문을 실시했다.

설문 결과 그토록 바라던 대학이었음에도 많은 학우들은 현실에 지쳐있었다. ‘대학 재학 중 휴학을 했거나 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80%(412명)에 달하는 학우들이 ‘있다’고 응답했다. 휴학을 하고 싶은 이유로 ‘쉬고 싶어서’를 꼽은 학우들이 41%(210명)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휴학을 또 다른 스펙을 쌓기 위한 시간으로 생각하는 학우들도 많았다. 12%(63명)의 학우들이 ‘더 많은 스펙’, 8%(41명)의 학우들이 ‘어학연수’를 위해 휴학을 고민했다. 김유진(가족자원경영 12) 학우는 “쉬고 싶기도 하고, 공인외국어점수나 mos자격증 공부도 해야해서 휴학을 생각하고 있다”며 “휴학은 쉬는 기간인 동시에 자기계발을 해야 하는 시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퇴까지 고민한 학우들도 있었다. 20%(101명)의 학우들이 ‘자퇴를 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고 답했다. 5명 중 1명꼴로 자퇴를 고민한 것이다. 이유로는 ‘비싼 등록금에 비해 배우는 게 없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그 외에도 ‘대학에 온 의미를 찾지 못했다’ ‘생각했던 것과 대학 생활이 다르다’ 등으로 다양했다.

 
 

 

 

 

 

 

 

 

 

 

◆ 꿈꾸던 것과는 다른 대학의 현실
그렇다면 학우들은 왜 대학에 왔을까. 대학에 온 이유를 묻는 질문에 29%(149명)의 학우들은 ‘관심 있는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27%(136명)의 학우들은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분위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반면 ‘취업을 위해’라는 응답은 15%(77명)에 그쳤다. 이미지(미디어 14)학우는 고등학교 졸업 후 회사에 다니다가 대학에 입학했다. 이 학우는 “대학이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회사를 다니면서 ‘고졸의 벽’을 느꼈다”고 말했다. 대학에 입학해 더 이상 회사에서 주어진 일이 아닌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황진솔(한국어문 14) 학우는 “대학에 오면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와보니 취업을 위한 각종 스펙을 쌓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황 학우와 같이 본교 학우들의 83%(427명)은 현재 대학의 모습이 대학 입학 전에 꿈꾸던 대학의 모습과는 다르다고 했다. 대학 입학 전 생각했던 대학 이미지를 물은 결과, 학우들 중 42%(214명)가 ‘다양한 경험을 하는 곳’, 38%(197명)는 ‘관심분야를 공부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경험과 학문의 장’이라고 믿었던 대학은 입학 후 ‘취업의 장’으로 바뀌었다. 대학 입학 후 생각하는 대학의 이미지에 대해서 51%(260명)에 해당하는 절반 이상의 학우들이 대학이 ‘취업을 위한 곳’이라고 답한 것이다. 대학 입학 후 대학이 ‘다양한 경험을 하는 곳’과 ‘관심분야를 공부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학우들은 각각 20%(101명)와 11%(56명)에 그쳤다.

김 교수는 대학이 ‘취업을 위한 곳’이 된 것에 대해 “사회와 대학의 경계가 무너져 대학이 사회의 요구에 순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이 취업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대학들도 사회의 경쟁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학문보다 취업에 매달리고 있었다.

◆ 학우들이 말하는 대학
학우들에게 대학은 ‘당연한 것’이었다. ‘한국사회에서 대학은 필수과정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81%(416명)의 학생이 ‘그렇다’고 답했다. 오세리(한국어문 11) 학우는 “대학 교육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조차 대학 졸업증을 원한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은 기본 스펙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대학이 학문이라는 본분을 잊은 채 ‘취업을 위한 곳’이 됐다는 지적들도 많았다. 문지영(행정 09) 학우는 “사람들이 대학을 학문의 공간이 아니라 취업을 위한 자격증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대학은 점차 취업을 위한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4년 전 학과 통폐합을 실시했던 중앙대는 올해 또다시 2018년까지 취업률 70%와 국내대학순위 상승을 목표로 학과 통폐합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중앙대뿐만 아니라 상명대는 불어교육과를 경상계열의 국제통상학과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강원대도 가정교육과와 한문교육과를 폐지하는 등 각 대학은 취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구조개혁을 진행 중이다.

대학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학벌지상주의도 문제라는 의견이 많았다. 전유라(교육 10) 학우는 “고등학생 때 선택한 대학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학벌지상주의의 원인은 인맥과 학연을 중시하는 우리사회에 있다”고 설명했다. 독재정권 시절, 자신들의 권력과 부의 유지하고 재생산하기 위해 인맥과 학연이라는 왜곡된 네트워크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 인맥과 학연에 따른 권력과 부의 분배가 이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벌을 중요시하게 됐다. 김 교수는 “대학은 단순히 간판과 취업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내세우고 있는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대학이 상아탑의 역할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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