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오타쿠” 정말 애증의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일본학과에 재학 중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너 오타쿠야?”이다. 평소 일본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던 나는 ‘오타쿠’와는 거리가 먼 학생이었고 처음엔 이러한 의혹을 받는 것에 당황스럽기만 했다. 당황스런 의혹을 받지 않기 위해 오타쿠를 욕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부러 오타쿠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하며 해명 아닌 해명을 한 적도 몇 번 있다.

오타쿠(御宅)라는 단어는 상대를 높여 부르는 말인 ‘귀댁’이라는 뜻으로 만화나 게임 등의 동호회 내 일본인들이 서로 존중하는 의미로 쓰면서 유래 됐다. 초기 일본에서 광적인 애니메이션광을 비하하는 말로 쓰이다가, 특유의 이미지로 현재는 외모비하의 용어로도 쓰인다.
실제로 우리는 일본과 관련된 모든 것에 오타쿠를 붙여 부정적으로 만든다. 미드나 영드를 보는 사람에겐 오타쿠라고 말하지 않지만, 일드를 보는 사람은 그 말을 피할 수 없다. 우리는 이렇게 일본과 가까운 사람을 보면 오타쿠를 떠올린다. 하지만 오타쿠는 정말 ‘사회부적응자’로서 쓸모없는 존재일 뿐인 걸까?

TV게임 전문조사회사인 ‘미디어크리에이트’가 2007년 조사한 바로는 오타쿠 시장 규모는 1866억엔, 전년대비 102.5% 이다. 거의 2000억 엔에 육박한 규모로 오타쿠가 일본경제에 어떠한 영향력을 가지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신들이 몰입한 분야에 대해 광적으로 좋아하며 관계된 물건을 소비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90년대 일본 경제가 장기침체에 들어서면서 세계 전자시장을 호령하던 ‘아키하바라’(일본의 전자상가 밀집지역)조차 쇠퇴의 길을 걷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아키하바라를 기적처럼 구원해준 소비자계층이 오타쿠였고 현재, 아키하바라는 부흥은 물론 일본만의 재밌는 관광명소가 됐다.

사실 한 분야를 열정적으로 좋아해서 준전문가의 경지에 오르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최근, 멀티 플레이어(multiplayer)보다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를 원하는 사회의 분위기에서 오타쿠는 오히려 최고의 인재가 아닐까. 무언가에 미쳐, 자신의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일은 우리가 지향하는 태도다.

물론, 오타쿠의 일부 부정적 특성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거기에 함몰돼 혐오적인 사회시선으로 누군가가 상처받는 것이 안타깝다. 필자는 본교 안에서부터 오타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대되었으면 좋겠다.

최고은(일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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