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에서 자취를 하는 A 학우는 적막함을 달래기 위해 매일 밤 텔레비전을 켠 채 잠이 든다. 다음날, 잠에서 깬 A 학우는 방 안의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보일러를 틀어 놓은 채 등교에 나선다. 텔레비전에서는 전력난에 관한 뉴스가 연일 흘러나오지만 A 학우는 개의치 않는다. 어제 우편으로 받은 지난달 전기세 고지서가 더 걱정될 뿐이다.

 

셰일 에너지, 메탄 하이드레이트
일시적인 대책 밖에 될 수 없어
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이 필요

산업혁명 이후 에너지 사용이 가속화 되면서 원유의 매장량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십 년 후에는 원유를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본교 화학과 박동곤 교수는 “인간의 뇌는 천성적으로 ‘낙관’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한다. 어떤 일이 현실이 되기 전까지는 이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인간의 낙관적인 생각 때문에 사람들은 에너지 자원이 무한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과연 에너지 자원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무한할까.

◆ 변화하는 인류의 에너지 자원
문명의 발달과 함께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 자원 또한 진화해왔다. 석기시대에는 나무를 태워 에너지 자원으로 사용했다. 기원전 3,000년경이 돼서야 인류는 나무를 숯으로 만들어 에너지 자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구리, 청동 순서로 에너지 자원은 변화해갔고 17세기에 들어서면서 석탄이 등장하게 됐다. 석탄이 인류의 주 에너지원이 되고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인류는 급진적인 사회 변화를 맞게 된다. 석탄을 가열시킬 때 발생하는 열을 일의 형태로 변환시켜주는 기계를 증기기관이라고 한다. 증기기관은 인류가 에너지를 여러 용도로 사용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20세기에는 석탄보다 운반, 저장이 쉽고 연소 조절이 비교적 자유로운 원유가 등장했다. 인류는 석탄보다 효율성이 좋은 원유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원유는 곧 없어서는 안 될 주 에너지원이 됐다. 오늘날 인류는 거의 모든 에너지를 원유에 의존하며 생활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중동국가로부터 무리 없이 원유를 공급받을 수 있지만 지속적인 에너지 사용은 결국 원유 고갈을 불러올 것이다. 인류는 매일 약 8,000만 배럴의 원유를 사용한다. 이는 1L 우유 128만 개에 달하는 양이다. 인류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원유를 모두 사용하게 된다면 이를 대체할만한 양의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다. 이에 박 교수는 “이제는 우리 사회가 대체 에너지에 관심을 가져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 대체 에너지의 시대가 온다

 

원유를 대체할만한 에너지로는 셰일 에너지, 원자력, 메탄 하이드레이트 등이 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이 에너지들 중 셰일 에너지가 차세대 대체 에너지가 될 것이라며 셰일 에너지의 잠재적 가능성에 대해 주목했다. 셰일 에너지란 셰일 암석층에서 생산되는 원유 및 천연가스를 말한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는 달리 셰일 에너지는 땅 속의 원유를 뽑아 쓰고 난 후, 그 근처에 남아있는 나머지 원유를 뽑아 사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기존의 원유는 막 개봉한 음료에 빨대를 꽂아 마실 때처럼 얻기 쉽다. 이와 달리 셰일 에너지의 채취 방법은 바닥이 드러난 음료를 빨대로 힘겹게 빨아들이는 모습과 같다.

셰일 에너지를 채취하기 위해서는 먼저 셰일 암석층까지 땅을 판 후 그곳에 파이프를 꽂아야 한다. 이후 파이프 속에 화학물질이 섞인 물과 모래를 주입하고 암석층에 폭탄을 터뜨린다. 폭탄을 이용해 셰일 암석층에 균열을 낸 후 그 틈 속에 박혀있는 원유를 뽑아 사용한다. 문제는 이런 추출 과정에는 높은 기술력과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파이프 속 화학물질 때문에 환경오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박 교수는 “셰일 에너지는 인류의 총 에너지 사용량을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기 때문에 인류의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셰일 에너지와 더불어 관심을 얻고 있는 대체 에너지는 원자력 에너지다. 원자력 에너지란 원자의 핵이 분열될 때 방출되는 열에너지를 말한다.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이 열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해 사용한다. 핵이 분열될 때에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방출되기 때문에 다른 대체 에너지들보다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상대적으로 환경 친화적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1곳의 원자력 발전소가 존재하며 세계 6위 규모의 설비 용량을 갖고 있다. 원자력 에너지는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비중이 높은 에너지다.

핵이 분열될 때 열에너지와 함께 방사능 물질도 함께 방출되는데 이 방사능 물질은 인간에 유해한 영향을 끼친다. 방출되는 방사능 물질은 생태계와 차단된 상태로 지하시설에 영구적으로 보관돼야 하는데 보관할 장소가 부족해 방사능 폐기물 문제가 생긴다. 또한 관리 미흡이나 자연재해가 일어나 방사능이 유출되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나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같이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낳는 참사가 생길 수도 있다.

이 외에도 독도에 많이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메탄 하이드레이트도 대체 에너지로 주목 받고 있다. 메탄 하이드레이트란 메탄가스가 해저에서 저온과 고압에 의해 물과 결합돼 고체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다. 해저의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연소시켜 물과 분리해 내면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다. 연소시킬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석탄과 석유에 비해 적어 비교적 환경 친화적인 편이다. 그러나 아직 바다 깊숙이 있는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꺼낼 기술이 발전되지 않아 개발이 진행 중이다. 박 교수는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현재 매장량이 많지 않다”며 “현재의 원유를 대체하는 일시적인 방안은 될 수 있지만 앞으로 인류의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미래에 인류가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존재하지 않는 걸까. 이에 박교수는 “재생 가능 에너지가 인류의 대체 에너지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재생 가능 에너지
재생 가능 에너지란 자연 상태에서 만들어져 고갈될 위험이 없고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를 말한다. 대표적인 재생 가능 에너지로는 태양력, 풍력, 수력, 지열 에너지 등이 있다.

 

태양 에너지는 태양에서 전자기파의 형태로 방출되는 에너지다. 전자기파 형태의 에너지는 집열기에 모인 후 열에너지나 전기에너지로 변환된다. 태양 에너지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50년이 되면 지구의 최대 에너지원으로 등극할 것이라고 전망했을 정도로 기대치가 높다. 우리나라에서는 태양 에너지 시설을 설치하는 자택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정부 지원금을 지급하며 태양 에너지 이용을 장려하고 있다. 태양 에너지는 빛의 세기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햇빛이 많이 비칠 때는 남는 에너지를 저장해두기도 한다.

 

19세기부터 인류는 풍차를 이용해 풍력 에너지를 생산해 왔다. 풍력 발전소에서는 바람개비와 같은 원리를 이용해 풍력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바람이 불면 풍력 발전기의 날개에 압력이 가해지고 풍력 발전기가 돌아간다. 이때의 회전력을 전기 에너지로 바꿔 사용하는 것이 풍력 에너지다. 풍력 에너지는 날씨와 바람의 세기에 영향을 받으므로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수력은 물의 높이 차이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성한다. 상층의 물은 위치 에너지를 갖고 있는데 하층으로 낙하하면서 위치 에너지는 운동 에너지로 전환된다. 이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시켜 사용하는 것이 원리다. 수력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형학적 차이 때문에 국가별로 다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으로 이뤄져 있어 수력 에너지 발전에 적합한 환경을 갖고 있다. 박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수력 에너지 발전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성되는 에너지양이 환경에 따라 변하는 태양력, 풍력과는 달리 물은 변동성이 없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다. 수력 에너지 발전을 위해 건설된 댐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1975년 2만 6천여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중국 반카오 댐 붕괴 사고가 그 예다.

◆ 대체 에너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
우리나라의 대체 에너지 정책에 있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은 대체 에너지를 통해 환경 보호와 미래의 에너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독일은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로 원자력 피해의 심각성을 깨닫고 2022년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모두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독일환경자문위원회(SRU)에 따르면 독일은 2050년까지 전력의 80%를 재생 가능 에너지로 대체할 계획을 세웠다.

박 교수는 “현재에는 대체 에너지를 이용한 사업이 등장해도 소비자가 찾지 않아 발전이 힘든 상황”이라며“대체 에너지를 발전시켜도 필요로 하는 소비자가 존재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새로운 대체 에너지와 함께 이에 적합한 사회적인 제도들이 정비돼야한다. 시민들의 대체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태도 또한 변화돼야 인류는 미래의 대체 에너지에 적응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를 평생 사용하며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태도는 에너지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 어쩌면 정말로 모든 원유를 다 사용해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을 때 비로소 인류는 위험성을 자각하고 대처를 해 나갈지도 모르겠다.


<참고문헌>
『에네르기팡』박동곤 저, 생각의 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재생가능에너지』
박진희 저, 다섯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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