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심탄회]

“1학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학년 2학기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3학년이다 보니 주변에서는 점점 취업 이야기가 많이 들립니다. 전공을 공부하는 것도 수월하고 그에 대한 흥미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인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기이해를 위한 노력이 부족해
내면을 향해 다양한 질문을 던져야
타인의 ‘레시피’ 따라해보기

 

제가 대학에 다닐 때에만 해도 대학 4년의 생활 중 가장 고민이 깊은 시기는 대체로 2학년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현명하기도 하고(sopho), 동시에 바보 같기도 한(more) 이중의 의미를 지닌 합성어가 바로 2학년이니까요. 이 시기는 세상에 대한 정보를 집중적으로 흡수하며 빠르게 똑똑해가던 시기인 동시에, 이것이 아직 종합적 지식으로 무르익지 않아 채워지지 않는 내면의 허전함에 항상 애태우던 그야말로 고민의 시기였지요. 이때의 화두는 당시 대개의 학우들이 그랬듯 ‘자유’, ‘평화’, ‘사랑’, ‘신’, 혹은 ‘우주’와 같은 주제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뀐 만큼 고민의 시기나 주제 역시 당시와 비교해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질문자도 현재 대개의 학우들이 그런 것처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겠고요.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질문자가 자신이 처한 문제 상황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질문자의 표현처럼 ‘자신의 인생에 대해 전반적으로 생각’해보는 작업이 곧 자기이해라면, 진로 선택은 바로 자기이해를 전제로 비로소 가능한 것이니까요. 현재 질문자가 가진 문제 상황의 핵심은 바로 자기이해를 위한 노력의 부재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얼핏 진로 탐색이나 진로 선택에 가장 유용한 것은 무한경쟁의 틈새를 뚫고 성공할 수 있는 비밀스런 전략 정도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때문에 다른 사람이 모르거나 놓치고 있는 고급정보를 활용한 블루오션의 개척을 최선이라고 간주하기 쉽죠. 물론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갑니다. 그렇지만 평양 감사도 자기가 싫으면 그만이듯, 자기이해과정을 거치지 않은 진로 탐색은 자칫 큰 불행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직장이란 생계유지 이상의 의미를 가진 삶의 장소이기 때문이죠.

자기이해를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의식의 자아가 자신의 내면을 향해 자꾸 묻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네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니?’하는 식으로요. 그토록 대단해 보이는 경영학이나 경제학조차 실은 스스로에게 던진 물음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다름 아닙니다. 예컨대 전자라면,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input으로 최대의 output을 이끌어내지?’일 테고, 후자라면 ‘재화를 어떻게 활용해야 더 행복할 수 있지?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질문자 역시 자신이 좋아하거나, 혹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자꾸 물어야 합니다.

만약 잘하는 게 없다면, 잘하도록 만들면 됩니다. 자수성가의 대명사 트레이시(B. Tracy)는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기까지 5년에서 7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말합니다. 마치 요리사의 레시피를 따라 하듯,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의 성공한 인물을 롤 모델 삼아 그 기간만큼 따라해 보라는 거죠.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실천 전략이죠. 첫째, 자기이해를 통해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 필요한 시간을 투자하세요. 둘째, 자신의 것이 없으면 다른 사람의 ‘레시피’를 따라하세요. 몇 년 후, 그렇게 하지 않은 경우보다 틀림없이 더 만족할만한 상태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임상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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