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25시]

지난달 24일(수), 축제가 끝난 후 화장실에 들어선 학우들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학생회관 3층에 위치한 여자화장실 변기에서 무더기의 홍합 껍데기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본지의 ‘홍합과 함께 버려진 양심’(제1284호 취재 1면 참고) 기사를 접한 학우들은 ‘같은 공간에서 함께 공부한다는 게 부끄럽다’ ‘홍합 껍데기를 버린 사람이 정말 본교 학우가 맞느냐’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본교 총학생회가 발표한 ‘2014 청파제 규정안’은 한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규정안이 학생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대다수의 학우들은 축제 규정안에 대해 동의했던 터라, 규정안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기사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학우들 사이에는 ‘축제 중에 논란거리가 될 만한 행동은 자제하자’는 여론이 형성됐다. 학우들은 정해진 곳에 쓰레기를 버리고 테이블과 의자를 정리하는 등 축제를 문제없이 마무리하는 듯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은 아수라장이었다. 과연 이게 자중하자던 학우들의 행동이 맞는지 의심될 정도였다. 변기 속의 홍합 껍데기, 음식물 쓰레기로 더럽혀진 세면대 등 축제가 끝난 후의 화장실 모습은 처참했다. 평소 미화 아주머니들에게 감사를 표하던 학우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한편 본교 학우들이 사용하는 한 커뮤니티에서는 다들 홍합 껍데기를 변기에 버린 당사자를 찾기 바빴다. 단지 홍합을 음식 재료로 사용했다는 단편적인 사실을 가지고 이른바 ‘마녀사냥’을 한 것이다. 물론, 홍합 껍데기를 변기에 버리는 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학우들 상당수가 범인을 찾겠다며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해 비난을 쏟아내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다. 학우들에겐 ‘자기반성’이 필요했다. 자신 역시 ‘더러운 화장실’을 만드는데 일조하지 않았는지 고민했어야 한다. 정작 학우들은 범인 찾는 ‘추리’를 할 뿐이었다.

사람들은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두고 왈가왈부한다. 그러다 진실이 밝혀지면 상대방에게 미안해하기는커녕 ‘아니면 말고’라는 태도로 일관한다. 사람들의 이런 무책임한 말 한마디와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 충분하다. 누구나 실수와 잘못을 저지를 순 있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 자신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은 위험하다.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상처받았던 학우들은 이제 도리어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같은 학우를 헐뜯고 있다. 우리는 자신들의 잘못을 찾아보고 인정하는 자세를 길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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