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텔레마케터부터 번역 아르바이트까지
가수라는 꿈, 이룰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
대학시절은 다양한 경험과 치열한 고민을 해야하는 시간"

‘홍대여신’ ‘OO의 여자친구’로 대중에게 차츰 알려지더니 어느덧 각종 TV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하고, 매력적인 보이스로 음악활동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이제는 굳이 수식어를 붙이지 않더라도, 그녀의 이름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알아본다. 요즘 누구보다 핫한 그녀, 바로 ‘레이디제인’이다. ‘홍대여신’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사실 본교 언론정보학과 03학번인 ‘숙대 출신’이다. 주말에도 방송 스케줄로 쉴 틈 없는 일요일 오후, 본지는 영등포의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 누구보다 바쁜 요즘
레이디제인에게 일요일은 방송스케줄이 가득 잡혀있는 날들 중 하루일 뿐이다. 시간에 쫓기느라 인터뷰하는 동안 빵과 커피로 끼니를 때웠다.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바쁜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방송에 자주 출연하다 보니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세요. 사실 예전에는 방송을 즐기기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요즘엔 방송이 좀 더 익숙하고 편안해졌어요” 그러다보니 활동 초반에는 자신이 매번 방송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할지 고민했다. 스트레스도 많았다. 하지만 모든 일이 자주 하다보면 익숙해지듯 이제는 자연스럽게 방송에 녹아드는 법을 알게 됐다. 어느덧 여러 명의 출연자들 중 하나의 일원으로 방송의 흐름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로맨스가 더 필요해’, ‘용감한 기자들’, ‘렛미인4’등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지만 그 중 유독 연애와 관련된 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한다. 그 이유를 묻자 “사람마다 특화된 이미지나 분야가 있잖아요. 저는 공개 연애를 해서 그런지 연애에 대한 이미지가 강한 것 같아요” 실제로 평소 연애에 관한 방송 프로그램이나 강연 섭외 요청이 많은 편이다. 그 때마다 그녀는 적극적으로 연애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고 조언한다. “솔직한 성격 때문에 연애에 관해서도 솔직하게 조언하는 걸 좋아해요. 그 점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실제 연애스타일은 어떨까. “친구 같은 스타일이요” 그녀는 연인이라면 서로의 인생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단지 남자와 여자라는 이성적 매력에 끌려서 연애를 한다면 파트너 정도일 뿐이라고. 도움이라는 건 일적인 도움보다 감정적으로 기댈 수 있는 도움을 뜻한단다. 그래서 이상형은 기댈 수 있는 ‘멘탈이 건강한 남자’다.

방송활동을 많이 하고는 있지만 그녀의 본업은 가수다. 2006년 인디 밴드 ‘아키버드’로 데뷔한 이후, 2009년 홍대 유명 실력파 밴드 ‘티라미스’로 활동하면서 홍대여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별 뭐 별거야’, ‘일기’와 같이 그녀의 노래들은 사랑스럽고 발랄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하지만 곡에 대한 질문을 하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사랑스러운 느낌과는 조금 달라요. 대신 마이너(minor)한 음악들을 더 좋아해요” 사실 이때까지는 그녀의 밝은 이미지나 대중성을 고려하다보니 노래도 밝은 곡들을 주로 불렀다고 했다. 그동안 밝고 긍정적인 음악을 했다면 앞으로는 정적이거나 어쿠스틱한 음악을 하고 싶단다. “결국 잘하는 것과 잘하고 싶은 것의 차이겠죠. 앞으로는 제가 좀 더 잘하고 싶은 음악,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새로운 음반은 10월 이후에 나올 예정으로, 아직 작업 중이다. 이번 음반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분위기가 드러날까.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작업 중인 단계라서 모든 게 불확실해요. 아직은 모르겠어요”

◆ 숙대생으로서의 대학생활
지금은 유명한 연예인인 그녀도 보통의 숙명인처럼 청파동 거리를 걷던 때가 있었다. 학창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달볶이랑 와플가게, 자주 갔어요. 그리고 효창공원 역에서 학교로 올라오는 길목에 ‘마다가스카’라는 작은 카페가 있었는데, 혹시 요즘도 있나요?” 아직 남아있다는 기자의 대답에 손뼉을 치며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거길 매일같이 갔어요. 수업 가는 길에 카페가 보이면 학교가 가기 싫어졌어요. 그래서 카페에 앉아 책을 읽었죠. 책 읽다가 시계를 보면 이미 수업이 끝난 시간이었어요. 학교생활을 엉망으로 했죠”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잠시 추억에 잠긴 모습이었다.

레이디제인은 고등학교 시절 아이돌 가수를 준비하는 연습생이었다. 그러다 대학진학을 앞두고 ‘언론정보학과’를 택했다. 기자나 아나운서는 가수와는 또 다른 하나의 꿈이었다. 음악을 계속할 수 없다면 언론 쪽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관심 있는 분야는 건드려보고, 배워보고 싶었던 꿈 많은 20살이었다.

“요즘 학생들 말로는 ‘아웃사이더’라고 해야 하나. 학교 다닐 때 혼자 다니는 편이었어요” 그녀는 낯선 친구들과 인위적으로 뭉쳐 다니며 수업을 같이 듣는 게 싫었다고 했다. “혼자 다니는 게 편했어요.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힘들더군요. 과제나 시험이나, 학교생활에 있어서 혼자가 좋은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나중엔 후회도 했어요”

숙대출신인데 ‘홍대여신’으로 더 유명하다는 기자의 말에 “숙대보다 홍대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거든요”라고 웃어보였다. 고등학교 때는 아이돌 가수를 준비했지만 대학교를 오면서 밴드 음악을 시작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홍대에서의 밴드 활동을 병행해나갔다. “밴드 활동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많이 했어요. 대학 다닐 때 욕심이 많았거든요”

 대학생활 중 개인적으로 쇼핑몰을 운영하기도 했다. 다양한 일들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서빙부터 텔레마케터, 공연장 스태프, 일반사무직, 번역아르바이트까지 도전했다. “전문적으로 실무를 익힌다기보다 대략적으로 각 분야의 일에 대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이 쪽은 이런 느낌이구나, 이런 장단점이 있구나’하는 식으로요” 직접 다양한 일들을 해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일과 맞지 않는 일을 깨달았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텔레마케터나 서빙일이 생각보다 잘 맞았고, 정해진 공간에서 주어진 일을 하는 일반사무직은 힘들었다. 그 때의 깨달음이 연예인이 되는 데에 바탕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 후배들을 위한 애정 어린 조언
03학번인 그녀는 10살 가까이 어린 후배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제가 예전에 여행을 많이 다녀서 후배들도 여행을 떠나라고 말하고 싶어요” 특히 친구와 함께 가는 여행보다 혼자 가는 여행을 적극 추천했다. “혼자 여행을 가면 처음 보는 사람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게 돼요. 혼자라서 외로우니까요. 여행을 하는 동안 예전에 해보지 못한 것들을 시도하면서 평소와는 다른 나를 만날 수 있어요. 그 과정에서 자신의 진로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고민이 많을 때 머리를 식힐 수도 있고요. 굳이 해외가 아니더라도 후배님들도 낯선 곳으로 자주 떠나보길 바라요”
‘연애 전문가답게 후배들을 위한 연애조언을 해달라’는 부탁에 레이디제인은 진지하게 말했다.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봐야 돼요. 미팅도 해보고, 길 가다 번호 물어본 사람도 만나보고, 아르바이트 하면서 만난 사람과도 사귀어보고. 아직은 너무 어리기 때문에 누군가를 만날 때 틀을 정해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이런 조건의 사람을 만날거야’라는 식으로요. 만약 틀을 지금 정한다면 그 틀이 평생 갈 수 있어요. 그 틀 때문에 서른이 넘도록 연애 한 번 못해본 사람들이 있는 거고요. 마음의 문을 열고 많은 사람을 만나봐야 해요” 그러면서 그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 순간에 충실하라고 조언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진심을 다해서 좋아하세요. 그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길 바라요”

한편 평소 책읽기가 취미라는 그녀는 후배들도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요즘 학생들은 영상에 익숙해져서 글을 읽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책을 읽는다는 건 굉장히 다른 의미거든요. 작가가 심사숙고해서 쓴 문장들을 읽으면서 본인도 무의식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돼요” 그녀는 평소 소설책을 즐겨 읽는다. 그 중 ‘김 영하 작가’의 책은 나오길 기다렸다 사서 읽을 만큼 애정이 각별하다. ‘빛의 제국’, ‘퀴즈쇼’는 그녀가 손에 꼽는 책들이다. “자기계발서보다는 본인의 상상력이나 창의력,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책을 읽었으면 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요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제 생각을 말할 수 있는 부분도 예전에 읽었던 책들 덕분인 것 같아요”

또한 최근 운동을 시작하면서 움직이는 것을 즐기게 됐다. 원래 운동을 싫어했지만 하다 보니 재미를 붙였다. “움직이다보면 활동적인 에너지가 느껴져요. 사람이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하더라고요. 20대 때부터 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덧붙여 운동에 대한 압박감보다 운동이 재미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무엇보다 대학생활 때 가장 중요한 건 진로를 찾는 거죠” 밝은 성격의 그녀도 대학을 다니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진로상담을 하러 개인적으로 이금희 교수님을 찾아갔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가수)이 경쟁력도 세고 불확실한데 나같이 평범한 애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고요. 이 일을 계속하는 게 맞는 건지 너무 혼란스러웠어요” 이금희 교수는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면 밀고 나가라고 조언했다. 두려움 때문에 도전하기도 전에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교수의 조언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 때가 24살이었나. 교수님이랑 면담하고 나서는 ‘지금 졸업할 나이인데 교수님은 왜 속 편한 소리하시나. 더 늦기 전에 뭐라도 해야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었어요.” 당시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31살이 된 지금, 그 때의 조언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너무 어렸던 거죠. 30살이 돼서도 진로를 못 찾는 사람들도 많고, 30살이 돼서 새로운 일을 시작해도 돼요. 가장 중요한 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거니까요” 그러면서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요즘 학생들은 수업을 듣고, 학년을 마치는 과정 자체에 만족하는 것 같아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하고 이력서를 넣는 과정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서 여기에 있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해봐야 해요”

그녀도 대학을 다니는 동안 토익공부를 하면서 뿌듯함을 느끼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뒤돌아보니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후로는 과감하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나갔다. 10년 전 남들과 똑같은 대학생이었지만 지금은 조금 특별한 삶을 살고 있는 그녀. 결국 10년 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 낸 용기가 오늘의 ‘레이디제인’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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