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1 부동산 대책은 세대 간의 갈등을 야기
부동산 시장에 대한 입장이 다른 세대들
미래를 담보로 한 정책, 결국 짐은 우리에게

“Cui Bono(누가 이익을 얻는가)” 고대 그리스 정치가 키케로의 말이다. 경제면을 장식하던 9. 1 부동산 대책은 많은 논란이 됐다. 현재 경제의 주체라 볼 수 있는 기성세대는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이 중요한 이유, 9. 1 부동산 대책의 실현가능성과 계층 간의 불평등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한다. 하지만 언젠가 경제의 주체가 될 다음 세대인 우리에게 이 정책이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을 갖는 기성세대는 찾기 힘들다. 9. 1 부동산 대책은 정작 세대 간의 갈등을 야기하는 정책이 아닐까.

◆ 9. 1 대책, 세대 간 불평등 조약
9. 1 부동산 대책은 10년 이상 침체돼 있던 경제를 깨워줄 특효약인 것처럼 각종 신문사의 1면을 연일 장식했다. 이번 대책은 크게 4가지다. 재정비 규제 합리화, 청약제도 개편, 국민 및 기업의 과도한 부담완화, 주택 공급방식 개편이다.

40년 이상 돼야 가능했던 재건축이 30년 이상부터 할 수 있도록 규제가 바뀌었다. 그동안 재건축을 하고 싶어도 못했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집주인들은 10년 일찍 재건축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9. 1 부동산 대책은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들을 완화시켜 그동안 힘들었던 이 사업에 숨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강남구, 양천구, 강동구 등 일부지역의 매매가와 호가가 오르며 최근 13년을 통틀어 최고의 전세가를 기록했다. 2017년까지 신도시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정책도 9. 1 부동산 대책 중 하나다. 뉴스를 통해 아파트 미분양이 문제라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수요보다 많은 공급이 문제가 됐던 대규모 택지 개발은 다음 정권까지 미뤄진 것이다.

9. 1 부동산 대책은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재개발과 재건축의 규제를 재정비 ▲복잡한 청약제도를 개편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과연 서민을 위한 정책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도 있다. 일부 기성세대는 재건축과 재개발 관련 규제의 합리적 재정비는 주택 소유주, 부자를 위한 정책이라 비난한다. 하지만 정부에서 발표한 이번 대책이 정작 다음 세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기성세대의 관심은 적다. 부동산 시장을 경제 활성화의 중요 요소로 보는 기성세대는 집값이 오르면 미래가 더 힘들어질 수 있는 우리 세대에게 불평등한 정책이라 얘기하지 않는다.

◆ 기성세대를 위한 부동산 정책
우리나라 기성세대는 9. 1 부동산 대책 이전에도 부동산 규제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부동산에 관련한 규제들이 6번 이상 바뀌었다. MB정부 시절부터 취득세·양도세·종합부동산세 인하 등 총 34차례 규제가 완화됐다. 여론의 기대 속에 임명됐던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첫 경제 활성화 대책도 ‘9. 1 부동산 대책’이다. 경제 정책에서 ‘부동산’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기성세대에게 부동산이 이토록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영공인중개사 김영호 공인중개사는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제한적인 나라일수록 (부동산 시장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부동산은 (기성세대인) 우리가 갖고 있는 재산 중에서 유일하게 감가가 되지 않는 물건이다. 다른 상품과 달리 부동산은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오르면 오르지 떨어지는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또 기획적인 부동산 투자를 하면 큰 수익을 가질 수 있다”고 김 사장은 말했다. “규제가 심해지면서 건설 시장과 경기 자체가 10년 가까이 죽어있었다. 한때 투기가 심하고 가격의 거품이 심했을 때는 규제를 강화하는데 집중하다보니, 현재는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워졌고 그에 연관된 건설업 등 후속 사업들도 힘들어졌다. 부동산 경기가 지금보다 나빠지면 하우스 푸어(House Poor)들이 증가하면서 각종 가계 빚이 늘어나고 결국 국가 부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부동산 경기가 좋아져야 실물 경기가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가 좋다는 말은 그만큼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수요자가 증가했다는 것, 즉 건설업이 살아나면서 그에 후속 사업들도 진행되면서 돈이 돌아 침체됐던 경제가 활성화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윤정(47·주부)씨는 “요즘 아파트 가격 하락을 방지하려고 정부에서 시행하는 정책은 중환자를 살리려 이 약, 저 약 쓰는 것과 같다. 주부의 입장에서는 마약을 써서라도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됐으면 한다. 우리나라 보통 가정의 자산 구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인데 자산의 가치 하락은 대부분 중산층의 가정에 위기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벌써 그 약의 효과는 부동산에 대한 소비자 심리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천안과 아산의 미분양 아파트 주택이 지난달에 비해 78%나 감소했다. 그리고 건설사는 이를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의 효과라고 판단한다. 현재 양적 일자리가 절실히 필요한 대학생들에겐 경제 활성화는 희소식이다. 하지만 과연 9. 1 부동산 대책으로 인한 경제 활성화는 대학생들에게 반가운 소식일까.

◆ 담보된 우리의 고달픈 미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속 경제정의연구소 부동산 감시팀의 최승속 부장은 9. 1 부동산 대책을 현재 대학생들과 더 어린 학생들의 미래를 담보로 한 정책이라 말한다. 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집값이 오르면 대학생들의 주거문제는 더 복잡해지고 결국 모든 짐은 다음 세대가 지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에서는 현 정권 내에 더 이상의 집값 하락을 막으려고 대출을 통한 부동산 분양을 장려한다. 또 9. 1 부동산 대책은 막상 세입자보다 집주인을 위한 대책이다. 월세값와 전세값 상승으로 고민하는 세입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매매가를 높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업난을 겪으며 터무니없는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현재 대학생들이 사회 초년생이 돼서 집을 구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새롭게 ‘민달팽이족’‘메뚜기족’과 ‘마라톤족’이 문제되고 있다. 민달팽이족은 서울의 높은 전세값과 월세값으로 불안정한 주거 환경에 놓인 대학생들을 껍데기 없는 민달팽이와 비유해 붙여진 이름이다. 메뚜기족은 싼 곳을 찾아 이리저리 이사하는 학생들을 말한다. 도저히 서울 내 자취할 수 없어서 지방에서 학교로 출퇴근하는 학생들을 마라톤족이라 부른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은 이런 학생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다. 결혼을 앞둔 본교 대학원생 K 씨(여·28)도 오르고 있는 부동산의 가격이 보며 고민은 깊어져간다. “결혼을 앞둔 여자로서 부동산 가격이 뛰는 것에 민감하다. 집값이 오르면 그에 따라 전세 값과 월세 값도 따라 오른다. 신혼집을 서울에서 마련하고 싶어도 계속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할 수 없이 경기도 지역으로 밀려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K 씨가 취직을 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한 경제 전문지에 따르면 현재 사회초년생은 보통 한 달에 50만원 저축하는 것도 힘들다고 얘기한다. 힘들게 저축해서 한 달에 50만 원을 모아도 서울에 내 집 마련은 아주 먼 미래이다. 지난달, 서울의 평균 집값이 지난 8년간 2억 543만 원으로 최하 가격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해도 34년을 열심히 저축해야 집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은 당장 닥쳐온 취업이 고민이다 보니 정부에서 어떤 경제 정책을 발표하는지, 어떤 정책이 있는지 관심을 기울이기 힘들다. 9. 1 부동산 정책이 과연 대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무관심한 것은 기성세대도 마찬가지다. 정작 기성세대도 다음 세대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그리고 우리 시대도 국가의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책임을 져야한다.

“실물 경제가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소득 분배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집값에서 아직 거품은 덜 빠졌다. 하지만 그런 주택 가격을 보고도 해결하려는 정부의 의지는 볼 수 없다. 그래서 더 심한 상황으로 변할 수 있다.”고 최 부장은 염려했다. “9. 1 부동산 대책은 결국 앞 세대, 현재 대학생이 경제의 주체가 됐을 때, 어떻게든 영향을 끼칠 것”이라 최 부장은 말한다. 이번 9. 1 부동산 정책은 젊은 세대의 미래를 고려한 정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Cui Bono(누가 이익을 얻는가?)” 경제면을 장식하는 9. 1 부동산 대책은 과연 모든 세대를 위한 정책일까? 결국 전 세대의 빚은 우리의 짐이 될 것이다. 결국 대학생들은 삼포세대(연애, 결혼, 자녀)에서 사포세대(내 집 마련)로 변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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