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군대 보내기 두려워요” 아들을 둔 부모들의 한숨 소리가 깊어만 간다. 선임병들이 후임병을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부터다. 딸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하루도 마음이 편할 날이 없다. 상관이 여군 장교를 성희롱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날이면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

요즘 군인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가오는 ‘국군의 날’을 맞아 본지 여성면에서는 여군의 인권을 다룬다. 본교 ROTC 후보생을 지낸 박진아 훈육관, 신희선 교수(의사소통센터 소속)와 홍성수 교수(법학 전공)에게 여군 인권의 현주소를 물어봤다. 그들은 군대 내 여성의 인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 사진 정서빈 기자

◆ 오늘날 여군 인권의 현주소에 대해 말해달라
박진아 훈육관(이하 박): 과거의 열악했던 상황에 비해 여군의 인권이 신장됐다고 생각한다. 군인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군에서는 여군을 대상으로 한 인권 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특히 각 부대마다 여성고충상담관을 배치하고 있는데 이들은 군 생활 전반에 대한 고민 상담뿐만 아니라 여군의 인권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이외에도 여군 간담회, 보건휴가제, 탄력근무제, 생리휴가제, 육아휴직제와 같은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복지제도가 마련돼 있다고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국방부 차원에서 복지제도를 이용하도록 안내하는가 하면 시행방식을 구체화하는 등 제도 활용을 장려하고 있다.

홍성수 교수(이하 홍): 물론 ‘여군의 인권을 위한 아무런 제도적인 노력이 없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에 반영돼 나타나는 효과를 볼 때 부족한 측면이 많다. 여성고충상담관 제도를 예로 들 수 있다. 단순히 제도가 존재하는 것과 여성고충상담관이 실질적으로 여군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또, 여군들이 그들을 믿고 상담할 수 있는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아직 군 내 복지제도가 그 정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신희선 교수(이하 신): 여성이기에 우대받는 면도 있지만 남성 권력이 압도적인 군대문화에서 그들은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 전국여성위원회가 군인권센터 등과 함께 조사한 <군 성폭력 실태 조사 결과보고 및 입법간담회> 내용에 따르면 ‘여군 5명 중 1명은 성적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 점에서 전반적인 여군의 인권상황이 심히 우려스럽다고 볼 수 있다.

◆ 군대 내에서 여군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잘 이뤄진다고 생각하나
박: 기본적으로 여군은 병역의무가 아닌 자발적 지원이기 때문에 간부에 해당하는 부사관이나 장교로 군대에 배치된다. 따라서 일반 병사들이 간부급의 직위를 가진 여군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군에서는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이와 관련된 규정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또 각 부대의 지휘관들이 여군의 인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인권 수준이 점차 신장될 것이라 생각된다.

신: 군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비민주적인 조직문화는 여군들을 성추행·성폭력의 피해자로 만들 수 있다. 남성 장교에 의해 성희롱이 자주 발생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는 남성위주의 군대 문화에서 기인한 문제다. 이처럼 폐쇄적이고 위계질서가 강조되는 공간인 군부대에서는 성희롱·성폭력이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기에 더 심각하다.
또한 군 복무의 특수성으로 여군들이 생리휴가, 육아휴직, 탄력근무제 등과 같은 제도를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해 개인적 차원에서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것도 문제다. 결과적으로 만삭의 몸으로 과도하게 초과근무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여군이 순직한 사례만 보더라도 기혼 여군들이 열악한 여건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 여군의 인권 침해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박: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들이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단순히 여군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함께 근무하는 일반 군인들의 의식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권문제가 여군이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인식이 있어서인지 대부분의 인권교육은 주로 여군들에게 집중돼 있다. 물론 일반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시행되고 있긴 하지만 그와 같은 교육의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홍: 여군의 인권 침해 문제는 군인의 인권과 여성 인권, 두 가지에 의해 기인한 것이다. 군대는 위계가 강하고 인권친화적인 속성이 덜한 조직 중 하나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인 여성은 성희롱·성폭행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즉 여군은 군인으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취약한 지위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군대 내에서 여성들의 인권 침해 논란이 발생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중적인 지위에서 기인하는 여군 인권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

◆ 여군이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신: 먼저, 군대의 수직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계급문화를 꼽을 수 있다. 군 내부의 수직적 위계질서, 폭력과 폭언의 병영문화, 처벌과 기합을 당연시 여기는 문화로 인해 계급이 낮은 사병의 인권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해결을 모색하고 군 문화를 개선하기보다는 사실을 은폐 및 조작하는 폐쇄적인 군 문화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인권 의식이 결핍돼 있는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미성숙도 또 다른 원인이다. 특권과 불평등을 부정하고 모두가 존엄한 존재로서 존중받아야 하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돈과 권력 등의 지배적 가치가 약자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시스템에서 여군의 인권도 자유로울 수 없다.

홍: 군인의 인권 자체가 제대로 신장되지 못한 영향이 크다. 또 여성이라고 하는 특수한 집단에 대한 군대의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일반 군인과 마찬가지로 동등하게 대우해줄 건 대우해주고 또 여성으로서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땐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에 있어서 아직까지 미비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는 여군 인권만 향상시킨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전반적으로 군인의 권리라는 문제의식을 완전히 환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동시에 여군이 지니고 있는 특수한 부분에 대한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 여군의 인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신: 우선 여군들 각자의 권리의식이 중요하다. ‘사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말처럼 인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적극적으로 문제를 밖으로 꺼내놓는 용기가 필요하다. 군 내부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인권 침해 문제를 공론의 장에 올려놓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다.
다음으로 여군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교육적 차원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이를테면 여군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합리적 인사 운영 시스템을 확립하고 여군이 그 제도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성희롱·성폭력 예방조치 방안과 여군의 고충처리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여군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성 평등교육, 인권교육, 민주주의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전통적인 성역할 관념으로 인해 여군은 ‘리더십’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따라서 여군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멘토링이나 리더십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또 다른 해결책이다. 여군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와 정책적 관심은 여군의 인권이 존중받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

홍: 조직의 권력과 위계를 완화시켜야 한다. 물론 군대라는 조직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위계는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사회에는 불필요한 위계질서가 너무 많다. 아무리 이등병이라 할지라도 장군과 악수를 하고 어깨동무도 할 수 있지 않나. 그런데 우리는 그런 행동을 하면 군의 위계질서가 흔들린다고 생각한다. 불필요한 위계를 없애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즉 정당한 명령에는 복종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당당하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민주적이고 건전한 조직문화를 형성해야 하는 것이다.
또 군인도 인권을 가진 주체라는 사실을 법적·문화적으로 확고히 해야한다.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곤 군인에겐 권리가 없다거나 지휘관에 의해서 마음대로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군의 지위 명령 체계와 인권의 보장은 얼마든지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군의 강력한 위계질서를 완화하기 위한 독립된 조직이 필요하다. 인권침해가 발생했을 때 독립적인 기관이 상담부터 해결까지 담당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 특히 본교 ROTC 후보생들이 여군 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을 것 같은데
박: 후보생들도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언론에서 비춰지는 군대 내 인권 문제는 후보생들에게 보다 심각한 사안이다. 하지만 후보생들은 ROTC에 개설돼 있는 인권교육 강의를 통해 이러한 문제에 대비하고 있다. 기본적인 인권 교육뿐만 아니라 병영생활이나 내무생활 시 알고 있어야 할 생활 지침에 대한 교육도 이뤄진다. 후보생들은 실제로 자신이 처할 수 있는 상황과 이에 대한 대처법을 배우면서 진지하게 교육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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