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독일 어학연수 시절의 일이다. 작디작은 자취방에는 책상과 침대, 세면대만이 놓여 있었다. 아무 연고도 없는 이역만리 타국의 내 집은 늘 고요했다. 엄마의 밥 먹으라는 잔소리도 옷을 빌려입겠다는 동생의 투정도 들리지 않았다.

텅 빈방에 열쇠를 꽂으며 매번 느끼는 감정은 외로움이었다. 해외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아플 때도 서럽지 않았는데 그 고요함이 그렇게나 서운했다. 하루 종일 한국어라고는 한 마디도 말하지 않아 혼잣말을 뱉기도 했다. 나중에는 한국 라디오를 다운받아서 틀어놓는 게 일상이 됐다.

이처럼 혼자라는 단어에 익숙한 청년들이 있다. 지난 해 시민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의 조사결과 혼자 사는 20~34세 청년 중 23.6%가 주거 빈곤 상태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 빈곤은 옥탑방이나 비닐하우스, 고시원 등에 살아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든 상태를 말한다.

지금 우리나라 청년은 혼자 사는 것도 서러운데 주거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20대 대학생들이 대부분 거주하는 대학가의 평당 임대료는 ‘10만 8천원’으로 서울 시내 중소단지 아파트 평당 임대료 ‘4만 5천원’에 비해 2.5배 정도 비싸다. 심지어 가장 비싼 아파트로 불리는 타워팰리스 임대료 ‘11만 8천원’에 버금가는 액수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섯 평 남짓 고시원에서 사는 청년들도 부지기수다.

어릴 적 인간의 행복 조건에는 의식주가 있다고 배웠다. 참으로 우리네 행복은 갈수록 누리기가 어려워진다. 잠을 잘 때만 등껍질 속으로 쏙 숨는 달팽이처럼 청년들은 ‘잠’만 자기 위해 집으로 향한다. 이런 고독한 현실 속에서 눈에 띄는 나라가 있다. 국민 두 명 중 한 명이 혼자 사는 스웨덴은 2013년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행복하다. 1인 가구를 위해 내놓은 ‘공동주택정책’이 혼자 사는 사람들의 고독을 해결해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동주택에서는 노인과 청년이 공동체 생활을 하며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준다. 스웨덴은 이런 정책 외에도 1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복지정책을 마련해 놓았다.

우리나라도 고독한 청년을 어루만져 줄 대안이 시급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회는 청년 복지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실상 우리는 기본권과 취업에서도 소외당하고 있는 계층인데 말이다. 적어도 행복의 기본적인 조건들에서는 차별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청년이 고독한 달팽이집에서 벗어나길 소망한다.

김주영(문화관광 10)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