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가 유신시절 긴급조치 위반 사건 재판 판결과 관련된 판사들의 이름을 공개했다. 사회와 여론에서는 논란이 일며 일각에서는 실명 공개가 '여론 재판' 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과연 판사 실명 공개가 잘못된 것일까? 유신 때 발포된 긴급조치는 박정희 대통령을 비판하는 말 한마디만 해도 영장도 없이 감옥에 넣을 수 있도록 했다. 긴급조치에 대한 항의로 시험을 거부한 학생들에게는 징역 10년이 선고되기도 했다. 이처럼 무고한 사람들이 누명을 쓰고 부당한 대우를 받았음에도 ‘긴급조치도 엄연한 법률이었고 판사는 이에 따랐을 뿐’이라는 일각의 논리는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얼마 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3부가 ‘인혁당 사건’ 당시 사형이 집행됐던 8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사형이 집행된 지 32년 만에 선고된 무죄 판결은 희생자와 유족이 겪었던 서러움을 보상하기에는 역부족이며, 왜곡된 과거사를 바로잡지는 못했다. 불행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해당 법관ㆍ검사ㆍ언론인들이 진심으로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화해를 위한 과거청산의 출발점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국, 사형 선고 판결을 내린 판사들은 자신의 양심을 속이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유죄 판결을 내렸으므로 실명이 공개돼야 한다. 시대적 과오는 언젠가는 밝혀져야 하며 그 시간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관련 당국이 과거의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 한다면 우리 시대가 한 발짝 진전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김다영(약학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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