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미 교수의 읽는 영화]

<프랭크>

 

국가: 영국, 아일랜드

개봉일: 2014. 09. 25

러닝타임: 95분

초청: 선댄스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이번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45초 만에 매진된 <프랭크>는 독특한 영화가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한 선댄스영화제 초청작이다. 이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 뮤직, 드라마로 돼 있다. 개성 있는 음악에 목숨 거는 인디밴드 이야기를 그린 음악영화다. 기괴하고 무거운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하는 밴드에서 작곡과 보컬을 맡고 있는 주인공 프랭크(마이클 파스빈더)가 대중성을 가미했다며 부르는 ‘most likable song ever’라는 노래조차 엉뚱하기 비할 데 없다.

<프랭크>는 아일랜드 출신 감독인 레니 에이브러햄슨이 연출했고, <초(민망한)능력자들>의 각본을 쓴 존 론슨과 피터 스트로갠이 함께 각본을 썼다. <초(민망한)능력자들>은 이완 맥그리거와 조지 클루니가 주연인데도 다양성 영화다.

이 영화는 염소를 노려보기만 해도 쓰러지게 만드는 초능력을 지녔다는 설정 등 황당한 사건들이 연속되지만, 실은 상징성과 사회성이 짙은 코미디다. <프랭크> 역시 외피로는 코미디일지 모르나 결코 코미디로 볼 수 없다. 프랭크가 만화 캐릭터 같은 우스꽝스러운 인형 가면을 뒤집어 쓴 채 얼굴을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 코믹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프랭크가 왜 가면 속에 자신의 얼굴을 감추려 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코믹하기는커녕 애절한 슬픔이 느껴진다. 프랭크는 프로이트 식으로 보자면 자궁회귀본능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다. 심리적으로 어려운 문제에 부딪쳤을 때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무의식적 욕구를 느낄 수 있는데, 어린 아이들이 박스 속이나 테이블 밑에 숨어 있기를 좋아하는 심리도 이와 같다. 프랭크는 그 심리에 고착이 된 것이다. 이런 심리적 상태로 인해 가면 속에 숨기만 하려는 프랭크는 식사도 빨대로만 하고, 표정도 ‘반가운 미소’ 등으로 말로 표현할 뿐, 목욕을 할 때도 가면을 벗지 않는다. 그래서 마이클 파스빈더의 외모낭비영화라는 평도 있을 정도다.

프랭크의 가면을 굳이 벗기려 하고 대중 앞에 내세우려 하는 동료 멤버 존(돔놀 글리슨)과의 갈등은 천재와 범인은 아예 소통이 되지 않는 종류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존은 재능이 부족한데도 뮤지션이 될 기회를 엿보던 회사원이다. 얼떨결에 이름조차 별난 소론프르프브스라는 밴드에 합류하게 됐지만, 기이한 멤버들의 습관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프랭크>는 천재란 남들과 소통하고 싶어도 소통하기 어렵고, 소통이 오히려 고통만 안겨 주는 종류의 인간이라는 것을 말한다. 어쩌면 그 점이 천재성을 발현하게 만드는 동력이 될 수 있는지도 모른다.

대중성만을 염두에 둔 존은 신곡 창작을 위한 그들만의 생활을 트위터에 생중계하고, 신곡을 유튜브에 업데이트해 조회 수 폭발로 인한 초대공연 기회까지 얻게 만든다. 그러나 멤버 어느 누구도 많은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심지어 자살하거나 밴드를 떠나기까지 한다. 영화는 독특한 작품을 창작하는 천재들은 고독과 상처를 파먹고 살아가는 인종이라는 것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프랭크>를 보고 나면 마음 한 켠이 얼얼하게 아파온다. 천재와 범인의 소통에 있어서의 갈등만을 말하는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한다고, 사랑한다고 하지만 상처의 공유없이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 걸까. 잠적했던 프랭크가 밴드멤버들이 연주하는 무대 아래에서 등을 보이며 슬며시 합류하여 노래 부를 때 그들  상처의 교감은 연민의 카타르시스장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볼을 타고 내리는 눈물을 머금은 프랭크의 애잔한 노래는 오래도록 귓전에 맴돈다. “I love you all". 이 영화는 코미디가 아니라 힐링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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