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는 현실이다. 장거리 통학을 하는 한 학우는 “버스를 타면 겨우 앉아서 갈 때가 있지만 마냥 마음이 편하지 않다. 요즘엔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아서 자리를 양보해야 할지 매일 고민한다”며 “지하철에선 노약자석이 항상 만원이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고령인구는 해마다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실버 복지제도를 만들어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지만 실상 우리네 인식은 제자리걸음이다.

 

◆ 청파동 1가 노인복지 시설 항복
본교 명재관 기숙사로 넘어가는 길을 따라 15분 정도 걸어, 주택가 사이에 위치한 ‘사랑가득케어(노인주간보호센터)’를 찾았다. 가까운 거리였음에도 주택이 늘어서 있어 그런지 길을 찾기 어려웠다. 물어물어 도착한 센터 입구 앞에는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는 대여섯 명의 노인들이 있었다. 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우리 곁으로 찾아와 말을 건넸다. “어차피 여기(사랑가득케어)는 곧 없어질 테니까 알 필요도 없어. 불이라도 나면 소방차가 드나들지도 못할 좁은 길인데, 여기에 센터를 짓는 것이 말이 되나. 더군다나 성하지 않은 노인들이 여기저기 다니는 꼴을 나는 못 본다”며 쉼 없이 말을 이었다. 정문은 원천봉쇄.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센터 내부는 가구조차 들여놓지 못했다.

 “오후 5시만 되면 확성기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까지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지금은 그 소리가 귀에 익었는지 아무렇지도 않아요” 힘겹게 맞이하는 사랑가득케어 측은 말하는 내내 덤덤한 미소를 지었다. 7월 4일(금)에 문을 연 사랑가득케어는 인근 주민들의 농성에 부딪혔다. 계속 된 반대 시위에 입주 약 두 달 만인 14일(수), 센터 측은 시설 개관을 포기했다. 센터 장 이말선 씨는“청파동은 용산구에서 두 번째로 고령 노인이 많기 때문에 노인 복지시설이 필요하다”며 “법적인 문제는 하나도 없는데 주민들의 반대로 떠나야만 하는 것이 억울하다”고 말했다.

◆ 빠르게 찾아온 고령화 사회
UN 국제연합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7%이상을 차지하는 사회를 고령화(노령화) 사회라 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고령인구 비율이 전체의 7.2%에 다다랐다. 이후 2013년 고령인구 비율이 12.3%를 넘어서면서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고령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일본의 경우 고령화 지수가 35년 동안 9.2%p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13년 동안 5.1%p 증가해 고령화 속도가 일본을 앞질렀다. 급속하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복지의 수요가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노인복지시설도 많아졌다.

 국내의 노인복지시설은 다양하다. 노인의 주거, 건강, 여가를 위한 복지시설이 마련돼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방문요양, 주·야간보호, 단기보호 서비스 등 지역사회에서 노인들에게 필요한 복지를 제공하는 재가노인복지시설도 있다. 최근에 재가노인복지시설 중 ‘데이케어센터’의 수요가 늘고 있다. 사랑가득센터의 이말선 센터장은 “데이케어센터는 노인질환을 앓고 있지만 거동이 가능한 노인들이 집과 가까운 곳에서 지역 사회와 함께 더불어 지내도록 돕는다”며 “위탁형식의 요양원과는 다른 복지시설이다”고 말했다.

◆ 노인복지제도 있으나
보건복지부는 고령화 사회가 진행됨에 따라 2012년, 노인복지법을 개정했다. 지난 5일(금) 보건복지부는 노인복지법 시행령·시행규칙 등 개정안을 11일(목)부터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폐지 1건, 완화 8건, 일몰 1건으로 추진 중이다. 이번 개정 규제개혁은 노인주거복지시설·재가노인복지시설 인력배치 기준 완화, 경로당·노인보호전문기관 설치 시 제출 서류 간소화 등 노인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한 항목들로 구성돼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에도 노인복지시설을 유치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지난 2년 간 노인복지시설 관계자와 인근 주민 간의 분쟁이 일어난 곳은 총 6곳이다. 2014년 4월에 강동구 고덕동, 같은 해 5월에는 도봉구 창동, 8월엔 용산구 청파동 등에서 노인복지 시설을 반대하는 민원이 발생했다. 주민들이 시설 입주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집값이 떨어지거나 지역 상권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서다. 청파동 1가에 위치한 데이케어센터의 입주를 반대하는 한 주민은 “센터가 들어서면 다른 지역의 노인들이 우리 지역으로 들어와 동네 분위기를 흐린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말처럼 노인복지시설을 유치하면 집값이 떨어질까. 일각에선 장기적으로 보면 노인복지시설 유치는 집값 상승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실제로 광주광역시의 노인건강타운은 시설이 들어서면서 재활병원, 체육공원, 휴게공간이 함께 만들어져 집값이 상승했다. 서울의 동작구에 위치한 구립요양시설 또한 당초 주민들의 반대 의견이 많아 신축기간을 미뤘지만 오히려 인근 주변 환경이 개선되자 주민들의 의식이 바뀌었다.

 노인복지시설이 경제적인 불이익을 주지 않음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지난 달 13일(토) 매일경제에서 20~5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모바일 설문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노인복지를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중 57.8%가 ‘그럴 의향이 없다’고 답변했다. 세대별로는 30대(66.8%), 20대(58%), 40대(55.6%) 순으로 반대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 청·장년층의 절반 이상이 노인복지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노인이 행복해야 국가가 산다
‘저출산’ ‘급격한 고령화’ ‘부진한 노인복지’는 오늘 내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평균수명이 신장되면서 전체 인구 중 노년층의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늘어난 수명만큼 노인의 삶의 질도 향상됐을까.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24%가 건강문제나 장애로 신체활동에 제한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노년층이 노인성 질환을 겪고 있다. 치매, 파킨슨병, 중풍과 같은 노인성 질환은 꾸준한 관리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우리네 현실은 아픈 노인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기란 어렵다. 많은 사람들은 한 지붕 아래 살면서 좁은 방안에 모셔두기라도 하면 다행이라고 말한다. 정부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을 개정하고 노인 복지시설 건축을 장려하지만 아직 우리의 인식은 그것을 받아드릴 준비가 되지 않았다. 이에 박현주(생명과학 13) 학우는 “노인복지시설에 대한 시민의식을 바꾸기 위해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노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국민에게만 맡기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10월 2일(목)은 노인의 날이다. 어린이날, 성년의 날, 근로자의 날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노인의 날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인간은 성장이 멈추고부터 노화가 시작된다고 한다. 우리 근처엔 언제나 노인의 그림자가 따라다닌다고 할 수 있겠다. 노인의 행복, 노인복지는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니다. 이제 노인복지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바꿔야할 때가 아닌가.

▶일몰(법): 조직이 미리 정한 기간이 지나면, 입법기관이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자동적으로 폐지되도록 규정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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