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하루를 시간에 쫓기며 바쁘게 보내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방금까지 멍하니 있던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바쁜 와중에 시간을 허비한 나 자신을 책망한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머릿속에 정신을 붙잡고 있으려 해도 어느 순간 또 다시 멍 하니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면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진다.

요즘 ‘멍 때리다’라는 말을 흔히 쓴다. 표준국어 대사전에는 등록되어 있지 않은 신조어이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정신이 나간 것처럼 아무 반응이 없는 상태, 넋을 놓은 상태를 말한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이런 정의만 보면 썩 그리 기분 좋은 용어는 아니다. 게다가 일상생활에서도 별로 좋은 뜻으로는 쓰이지 않는다. ‘정신 나갔다’라고 하거나 ’넋 나갔다‘라는 말을 들어서 기분 좋을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최근 보도된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동원 교수님의 주장에 따르면 멍 때리기가 나쁜 것만은 아닌 듯하다. 뇌는 휴식과 집중이라는 두 가지 상태로 작동되는데 이 둘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여 지나친 집중에서 지친 뇌를 쉬게 하게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노력 중 하나가 바로 하루에 한 번 ‘멍 때리기’인 것이다.

멍하니 잠시 뇌를 비운다는 것은 뇌가 쉴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셈이다. 현대인의 삶에서는 디지털 기기에 갇혀 뇌를 혹사시키는 시간을 줄이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휴식을 취한 뇌는 건강해지고 이는 결국 우리는 삶의 질을 높이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현대인들은 뇌를 끊임없이 가동시킨다. 직장이나 학교 밖에서도 디지털 기기로 인해 하루 종일 뇌가 피곤하다. 지하철을 탄 사람들 대부분은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 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걸어갈 때도, 잠시 신호를 기다릴 때도, 심지어 식사 중에도 끊임없이 들여다보는 것이 스마트폰이다. 정말이지 뇌가 쉴 틈이 없다. 물론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 맞다. 하루에 한 번은 모든 전자기기를 내려놓자. 잠시 명상의 시간을 가지고 뇌를 편안하게 쉬도록 만들어 주는 것은 어떨까. 그냥 넋 나간 듯 멍 때리기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음악을 들으며 때로는 자연 속을 거니는 것 말이다. 바쁜 일정에 지쳐 있는 육신과 늘 쫓기는 듯 불안한 영혼까지 치유할 수 있는 진정한 내려놓음의 멍 때리는 시간을 갖자.

박도영(성악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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