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소개팅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처음 몇 초다. 첫 만남. 그 잠깐 동안에 여자와 남자는 상대방에 대한 인상을 정해버린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첫인상이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처음 만난 순간이 두 사람의 관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글에도 나름의 첫인상은 제목이다. 제목은 독자와 글이 만날 때 맨 앞에서 인상을 남긴다. 독자는 제목을 읽고 글의 내용을 예상한다. 제목을 보고 글을 읽을 것인지를 결정하기도 한다. 심지어 제목만으로도 독자는 생각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마치 소개팅에서 첫 만남이 다음을 좌우하는 것처럼 말이다.

숙대신보 제 1282호에서 일면 기사는 ‘작곡과 사태, 장기화 우려돼’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기사 내용은 작곡과 학생들이 시위를 하게 된 배경, 사건의 진행 상황 등이었다. 이는 작곡과 시위의 내막을 알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유익한 정보였다.

그러나 기사의 제목은 기사 전체의 어투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기사는 시위에 우호적인 내용도 포함하고 있었다. 반면에 제목은 ‘사태’, ‘장기화’, ‘우려’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를 수 있는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설령 기사의 의도가 시위에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독자는 제목 한 줄만으로 막연하게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제목에는 힘이 있다. 꼭 작곡과 시위가 아니더라도 예민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기사는 제목을 고를 때 특히 신중했으면 한다. 제목이 내용을 잘 반영하는지 뿐 만 아니라, 기사를 접하는 독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독자위원 김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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