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미 교수는 칸 국제영화제에 국제영화비평가상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어릴 때부터 영화감상과 글쓰기가 취미였던 황 교수는 현재 영화평론가이자 소설가이다. “취미가 직업이 됐다는 점이 가장 행복해요”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황 교수의 얼굴에는 아직도 순수한 열정이 가득해 보였다. 황 교수 인생의 지침은 간단했다.

“삶은 훈련의 과정
어려움을 기회로 바꾸는 것이 중요
자신의 한계를 가두지 말라”

▲ <사진제공=황영미 교수>

과정을 중시하면 이미 보상 받은 것이다

본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국어교사를 하던 황 교수는 결혼 후 지방에 살게 되면서 사직하게 됐다. 가사와 육아에만 에너지를 쏟던 중 여성의 삶의 조건을 성찰한 시몬느 보부아르의 ‘제 2의 성’에서 큰 감명을 받아, 전문직업인으로 살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였다고 한다. 국문학과 출신인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글쓰기에 매진하기로 했다. 몇 년의 습작활동 후 1992년에 <문학사상>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소설가로 등단하게 되었다고 한다.

황 교수는 ‘목표를 정하면 다들 이루지 않나’ 생각했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은 도중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저는 목표를 정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것만을 위해 열심히 달리는 타입인 것 같아요. 이것이 과연 나에게 어떤 이익이 될까 계산하지 않아요.” 도중에 포기하는 사람들은 목표를 두고 이리저리 계산을 하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저는 노력하는 과정에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에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이미 보상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들 노력해서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다고 말하지만, 과정을 중시하는 점이 바로 제가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근본적 이유에요.”

어려움은 기회의 또다른 말이다

작가로 활동하던 어느 날, 황 교수는 작품세계가 더 나아가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더 깊이 있고 좋은 작품을 쓰고 싶었어요. 제가 얕은 우물에서 바닥을 긁도록 파고 있구나 싶었어요. 공부를 더 해야 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늦게나마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어요.” 몇 년 만에 캠퍼스로 돌아온 황 교수는 소설을 쓰다 공부를 하니 공부가 소설쓰기보다 재밌었다고 한다. “주부로 생활하다가 캠퍼스로 돌아오니 여기가 천국이구나 생각이 들면서 얼마나 감사했던지 몰라요.”

영화평론을 하게 된 계기는 후배들과 함께 영화이론서를 읽고 격주로 영화평을 쓰는 세미나를 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세미나에서 그동안 썼던 원고를 합해 책을 내게 됐는데 그 책을 본 <씨네버스> 편집장이 청탁을 했어요. 그래서 영화평론을 쓰게 됐죠.”

영화 평론은 영화전공자가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평론이란 독자에게 글로 다가가기 때문에 필력이 관건이 된다고 한다. 황 교수의 글을 본 편집장은 영화에 대한 분석력과 필력이 충분하다고 인정하여 스태프평론가로 활동을 청했다고 한다.

영화저널은 경영난으로 폐간되기 일쑤였고 <씨네버스>가 창간된 지 2년 후 폐간되자 동아일보와 <무비위크>에 영화 평론을 기고했고, <세계일보> ‘문화산책’ 필진으로 영화를 주제로 칼럼을 연재했다고 한다. 이후 <무비위크>가 폐간되고, <매경이코노미>에 2년간 매주 ‘무비클릭’ 칼럼을 연재했다고 한다. 주어진 일을 기회라고 생각하는 황 교수는 2005년부터 9년째 본교 도서관의 홍은원 영상원에 매주 한 편씩 작품성 있는 영화를 선정하고 영화평을 써서 도서관 홈페이지에 업데이트 하고 있으며, 총동문회보의 주간을 맡고 있다고 한다.

실력은 있는데 왜 내게는 기회가 안 오나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그런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누구에게나 반드시 기회는 오기 마련이에요. 중요한 점은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준비돼 있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는가 아닌가에요. 저는 어떤 일을 할 때, 내 앞에 주어진 일은 다 내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거든요.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준 것 같아요. 이런 신뢰감이 기회로 이끌었고 또 기회가 왔을 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온 몸을 던지는 거죠. 우리가 살아가면서 우리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하는 어려움은 누구나 있기 마련이에요. 그런데 어려움을 어떻게 기회로 바꾸느냐가 중요한 것이죠.”

자신만의 독창성이 경쟁력이다

황 교수는 2008년부터 3년간 국고지원 국제영화제 평가위원으로 활동하다가, 현재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2012년 베를린 영화제와 2013년 칸 영화제에 국제영화비평가상 심사위원으로 참가해 수십 편의 영화를 보고 분과별 심사위원들과 수상작을 놓고 여러 차례 토의했다. 이 과정에서 해외 심사위원들이 평가항목 중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완성도보다는 독창성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영화제에서 같이 심사했던 해외 심사위원들이 좋다고 뽑은 작품들은 아주 생소하고 독특했어요.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심사 포인트는 독창성이었던 것이죠.”

황 교수는 학생들이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독특한 색깔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남이 하지 않은 것,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이끌어내는 것은 정말 중요해요. 제가 국제영화제 심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글로벌한 경쟁력은 독창성에서 비롯된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노력은 누구나 할 수 있는데 결과는 재능에 따라 차이가 나기 마련이기에 자신이 어느 분야에 같은 시간을 투자했을 때 가장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지, 그것을 고민을 해야 해요. 그것이 바로 재능인 것이죠. 하필이면 하고 많은 일 중에 왜 내가 이 일에 관심을 가지고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그 이유를 찾으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어요. 그것이 바로 남과 다른 자신만의 경쟁력이 되는 것이죠.”

Why not

황 교수는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실수를 하면 그 다음에 안하면 돼요. 하지만 인간은 한 번 잘못 간 길에 다시 가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말도 있듯이 실수를 반복하기 쉬워요. 실수를 줄이고 부족한 점을 줄여가는 과정이 바로 삶이에요. 사람에게는 누구나 각자 부족한 점이나 극복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 속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훈련하는 것이 삶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삶은 훈련의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학생들이 도달하고 싶은 큰 목표가 있다면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두려워하거나 의심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가두지 말라고 한다. 황 교수는 말한다. “두려움 때문에 언제까지 날개를 접고 있어야 하죠?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이 바로 날 때라고 생각하세요.”

황 교수는 인터뷰 내내 유쾌하고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했고, 삶에 대한 진지함과 긍정의 에너지가 묻어나왔다.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