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미 교수의 읽는 영화]

◆ 코너 설명

상업적인 영화의 확산으로 다양성 영화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에 숙대신 보는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작품성 있는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를 신설했다. <황영미 교수의 읽는 영화>는 <임상욱 교수의 허심탄회>와 격주로 연재될 예정이다. 영화평론가로 활동중인 의사소통센터 황영미 교수가 들려주는 영화 이야기에 빠져보자.

<웰컴>
국가: 프랑스 (15세이상 관람가)
개봉일: 2009. 12. 10
러닝타임: 109분
수상: 2009년 베를린국제영화제 라벨
유럽영화상과 에큐메니컬 심사위원상,
바르샤바국제영화제 관객상

 

최근 <명량>이 1700만 명을 넘는 관객을 동원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한 인간의 사력을 다한 열정이 뿜어내는 감동이 큰 요인이 됐을 것이다. 도버해협을 맨 몸으로 건너는 17살 청년 비랄의 이야기 <웰컴> 역시 강한 에너지로 우리 속에 잠재된 열정의 불꽃을 살려낸다.

이 영화는 프랑스에서 ‘웰컴’되지 못한 불법체류자의 삶을 비추며 시작된다. 영국으로 떠난 연인을 만나기 위해 이라크에서 4.000km 사막을 걸어 도버해협과 맞닿은 프랑스 항구 칼레에 막 당도한 크루드족 청년 비랄. 그가 불법체류자가 된 고향 친구를 만나 함께 영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장면은 긴장감과 안타까움에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비랄은 중개인에게 비싼 돈을 지불했지만, 몰래 숨어 탄 트럭에서 CO2가 검 출되면 발각되기 때문에 비닐봉지를 뒤집어쓴 채 참아내야 했다. 그러나 프랑스에 오기 전 납치된 채 검은 보자기를 뒤집어쓰며 고문당했던 기억이 떠올라 견디지 못했다.

경찰에 체포되어 불법체류자로 지내면서도 비랄은 영국에 가려는 의지를 꺾지 않는다. 비랄은 수영을 배워 바다를 건너기로 결심을 하고 단 두 번의 레슨비를 어렵사리 지불한다. 호흡법도 채 익숙하지 않은 상태로 죽을 힘을 다해 연습하는 비랄의 모습은 전직 국가대표 수영선수였던 시몬의 메마른 가슴을 두드렸다.

불법 체류자들에게 자원봉사를 하는 아내 마리온은 시몬이 다른 사람들의 처지에는 관심이 없는 이기주의자라며 시몬의 곁을 떠났었다. 하지만 비랄의 사연을 알게 된 시몬은 아내가 말릴 정도로 불법 체류자들의 삶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행동파로 변모하게 된다.

이 영화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자국민 과 정부기관의 시선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는다. 매일 500명 이상이 영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기 때문에 프랑스 정부에서는 불법체류자를 돕는 것도 범인은닉죄가 된다는 것이다.

불법체류자인 비랄을 돕는다는 이유로, 시몬은 이웃사람들과도 불화하며 경찰에 소환되기도 한다. 그러나 시몬에게는 이미 비랄의 문제가 자신의 문제가 된 것이다. 수영 선수에게도 8시간 이상 걸리는, 수영으로는 건널 수 없는 35.4km의 도버해협을 비랄이 어떻게 건널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움만 시몬의 머릿속에 가득 차 있다. 설상가상으로 비랄의 연인 미나가 아버지의 강권으로 다음 주에 결혼하게 된다는 비보까지 전해진다.

잔잔하고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시몬이 준 잠수복을 입은 비랄이 도버해협을 건너는 장면은 가슴 먹먹한 감동을 준다. 차갑고 험한 바다의 물살을 가로지르며 헤엄을 치는 비랄의 비장함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게 한다.

조금만 힘들어도 목표를 포기해버리는 젊은이들에게는 연인을 만나겠다는 열정 하나로 거친 해협의 물살을 가르는 비랄의 모습은 차라리 경종에 가깝다.

<웰컴>은 국내에서 8,000명 남짓 관람한 영화지만 의미있는 메시지와 강한 임팩트로 관객을 사로잡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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