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THESINKHOLE.ORG>
   

‘실시간 교대역 상황’ ‘교대역 싱크홀’ 지난 8월 22일,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교대역 부근에서 도로 한복판이 함몰돼 승합차 앞바퀴가 빠지는 사고가 발생한 후, 실시간 검색순위는 ‘싱크홀’로 도배됐다. 6월에서 8월까지, 최근 2달간 싱크홀, 즉 지반침하 현상이 서울시에서만 7건 이상 발생했다. 송파구와 서초구의 연관 검색어로 싱크홀이 자동으로 노출될 정도고, SNS에서는 싱크홀과 관련된 유언비어가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시민들의 불안감은 날로 높아졌고, 도로에 생긴 작은 구멍 때문에 신고가 접수되는 경우도 잦다.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싱크홀의 정체는 무엇일까.

자연이 만들어 낸 거대한 구멍, 싱크홀
싱크홀이란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구멍을 말한다. 지층이 어긋나 길게 균열이 나 있는 곳을 균열대라고 하는데, 이를 메우고 있던 지하수가 사라지면 빈 공간이 생긴다. 빈 공간이 지표면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땅이 가라앉아 싱크홀이 생기는 것이다.

지하수가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땅속 틈으로 스며들어간 물은 오랜 세월 동안 흐르면서 암반 지하수를 형성한다. 이때, 융기와 침강, 단층과 습곡, 지진 등의 지각 변동이 일어나거나 기후 변화로 인해 해수면이 변동되면 지하수 체계는 변하게 된다. 지하수 체계의 자연적 변화로 인해 지하수가 유실되는 일이 벌어지는데, 그 결과로 싱크홀이 생긴다. 싱크홀을 만드는 주원인이 자연 현상이므로, 싱크홀은 자연 재해라고 볼 수 있다.

땅속 지하수가 빠져나간다고 거대한 크기의 구멍이 생긴다는 것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땅의 무게를 견디는 지하수의 힘을 알면, 싱크홀이 생기는 이유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땅속에서는 2.5m씩 내려갈 때마다 압력이 1기압씩 증가한다. 지하 25m에서는 10기압, 250m에서는 100기압의 압력을 받는데, 압력을 버텨내는 것은 온전히 지하수의 몫이다. 땅을 받치고 있던 지하수가 빠져나가면, 빈 공간이 거대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가라앉으며 땅이 붕괴되는 것이다. 따라서 싱크홀의 크기는 사라지는 지하수의 양에 비례한다.

 

▲ 싱크홀이 생기는 과정(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1. 빗물이 퇴적층 평평한 지면 아래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만든다. 2. 퇴적물이 지하수와 함께 흐르면서 땅 속 구멍을 점점 키운다. 3.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면 지하수가 감당하고 있던 압력을 동굴이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싱크홀이 생긴다.

싱크홀이 나타나는 곳은 따로 있다
싱크홀은 자연 현상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나타날 수 있지만, 주로 석회암 지대에서 생긴다. 대부분의 동굴이 석회암 동굴인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석회암의 주성분은 탄산칼슘이다. 탄산칼슘은 산성을 띤 물과 만나면 녹는 성질이 있다. 대기 또는 토양으로부터 온 이산화탄소가 녹아 산성을 띤 지표수가 석회암 지대의 틈으로 흘러들어가는 경우, 석회암 지층 속을 메우고 있는 탄산칼슘이 물과 반응해 녹으면서 동굴이 만들어진다. 지하 공간에 쉽게 구멍이 생기는 석회암 지대의 성질로 인해 이곳에서 싱크홀이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각운동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단단한 화강암층과 편마암층으로 이뤄진 땅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거대한 싱크홀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싱크홀의 크기는 상상 이상이다. 멕시코의 제비동굴은 깊이 376m, 지름 50m의 세계 최대의 수직 동굴이며 세계 최대의 수직 싱크홀이다.

싱크홀은 낮은 지표면뿐만 아니라 산꼭대기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베네수엘라에 있는 사리사리나마 싱크홀은 해발 2,000m 산 정상부에 위치한 싱크홀이다. 사리사리나마는 단층선을 따라 연속적으로 나타나 있는데, 이것의 지름과 깊이는 350m에 달한다. 바하마 부근의 바다 속에는 빙하기에 형성된 석회암 동굴에 간빙기 때 상승한 해수면으로 인해 지층이 녹아 생긴 딘스블루홀이라는 싱크홀이 있다. 블루홀은 바닷물이 찬 동굴이나 움푹 파인 지형을 의미한다. 딘스블루홀은 지름 100m, 깊이 202m의 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깊은 해저 동굴이다.

도심 싱크홀, 생명을 위협하다
안타깝게도 싱크홀은 한적한 평야나 산, 바다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일본의 수도이자 번화가인 도쿄 오차노미즈역에 생긴 지름 10m의 싱크홀과 과테말라 한복판에 생긴 건물 20층 높이의 거대한 싱크홀이 그 예다. 그렇다면 도심에 싱크홀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일까?

도심에서 발견된 싱크홀의 원인 역시 지하수다. 그러나 지하수가 자연적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다. 지하수를 너무 많이 끌어다 쓰면 지하수위가 낮아지면서, 지하수가 버텨내던 압력을 지하 공간이 모두 받게 된다. 압력을 견디지 못한 지표가 결국 무너지면서 싱크홀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도심에 있던 3층 건물을 흔적도 없이 집어삼킨 과테말라의 도심 싱크홀은 도시 개발로 지하수를 많이 사용해 지하수가 말라 지반이 무너져 내린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는 석회암 지대가 적기 때문에 싱크홀이 발생하기 어렵다. 고수 동굴로 유명한 충북 단양과 같은 석회암 지대에서는 싱크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 이례적으로 발생하는 싱크홀은 대다수가 도심에 위치한다. 6월 29일과 30일 송파구 방이동 오금로, 7월 4일 방이동 가락로, 21일 잠실종합운동장 동문 앞, 8월 5일과 13일 송파구 석촌동 석촌지하차도, 그리고 22일 교대역까지.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에서 발생하는 싱크홀로 인한 피해의 규모는 쉽게 짐작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인(人)재, 서울시 싱크홀
우리나라의 도심에서 싱크홀이 발생하는 이유는 석회암 지반에서 싱크홀이 발생하는 이유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최근 서울시와 경기도 일대에서 발견된 싱크홀은 인적 요인에 의해 필연적으로 발생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심에서 발견된 싱크홀을 정확히 명명하기 위해서는 싱크홀이 아니라, ‘도로 함몰’이나 ‘지반 침하’라고 불러야 한다. 도심에서 발견되는 동공(지하의 빈 공간, 텅 빈 굴)이나 도로 함몰의 형성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서울시에서 2010년부터 2014년 8월까지 발생한 20건의 싱크홀은 모두 충적층에 위치한다. 충적층은 비교적 최근 하천의 활동에 의해 자갈, 모래, 진흙 등이 쌓여 이루어진 약한 땅으로 아직 굳지 않은 퇴적층이다.

충적층 내에서는 주로 땅속에 파묻어 설치한 수도관, 가스관 등 지하 매설물이 노후 돼 파손되거나, 토목 공사 및 지하 구조물에 의한 지하수의 영향으로 흙이 유실되면서 동공이 발생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동공 상층부가 조금씩 무너져 내려 동공의 크기가 커지는데, 이것이 지속되면서 지표면이 함몰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매립과 같은 대형 토목 공사 이후의 관리 부실로 흙이 유출돼 동공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과테말라의 싱크홀 발생 원인과 같이 지하수의 과잉양수로 지하수위가 낮아져서 동공이 발생하기도 한다.

예고된 재해, 석촌 싱크홀
송파구 석촌동 일대에서 도로 함몰 현상이 자주 발견되면서 단순히 싱크홀에 대한 시민들의 두려움이 제2 롯데월드 신축에 대한 우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잠실 일대는 개발되기 전에 한강에 속한 섬이었기 때문에 땅이 단단하지 않아 지반이 외부 충격에 약하다. 모래와 자갈층이 많은 이곳에 제2 롯데월드를 짓기 위해 암반을 찾아 지하 37m까지 굴착을 했다. 외부 충격에 약한 땅을 굴착한 것이 석촌 일대 지반의 붕괴 가능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또한 제2 롯데월드 공사로 인근 석촌호수의 수위가 낮아졌고, 그것이 일대 지하수 흐름에 변화를 일으켜 땅속에서 지반 침식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도 문제다.

석촌지하차도에서 발견된 동공과 관련해서 지하선 9호선 공사도 중요한 사안이다. 지하철 9호선 3단계 건설을 하던 당시, 석촌지하차도 하부를 통과하는 터널 공사가 진행됐다. 이때 굴착기로 터널을 가로로 뚫는 쉴드(shield) 공법을 사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석촌지하차도 밑으로 동공이 발생한 것이다. 동공의 크기는 폭 5~8m, 깊이 5m, 길이 80m로 밝혀졌다. 터널을 뚫는 공사를 할 경우, 균열이나 동공 등의 틈새에 주입액을 주입하거나 충전해 지반을 단단하게 만드는 그라우팅(grouting)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9호선 공사 당시, 그라우팅 효과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그라우팅 과정을 충실하게 이행하지 않았다. 그 결과, 두 차례나 석촌지하차도에 동공이 발견됐고, 일대에 지반침하 현상이 일어났다.

미흡한 대비와 대처
환경부 조사자료에 따르면 2012년 1월부터 2014년 7월까지 발생한 싱크홀은 70건이다. 반면, 안전행정부의 자료에 의하면 2010년부터 발생한 지방도로 싱크홀은 20건이다. 싱크홀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가 규정돼 있지 않아 싱크홀 발생 횟수 통계가 부정확한 것이다. 또, 각 부처에서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통계자료를 작성하기 때문에 환경부와 안전행정부 등에서 내린 싱크홀 보고서에 차이가 존재한다. 싱크홀의 규모 및 발생 원인에 따라 지반침하와 지반붕괴 등의 용어와 혼용돼 사용되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사고를 대비하고 대처하기 위해서 싱크홀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용어정리가 시급하다.

땅속에는 상수와 하수, 전력, 가스, 송유관, 통신, 난방의 총 7가지 공공 시설물이 존재한다. 지하 시설물의 경우 수시로 보수가 이뤄지는데 이력이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지질 정보나 공사 계획을 담은 지도가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다는 것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처에 어려움을 준다.

서울시립대학교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는 “난개발이 서울시 지반침하 현상의 원인이다. 지질 상태와 그에 맞는 공법을 사용하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한 것이 큰 문제다”고 말했다. 싱크홀 예방과 대처에 관련해 “일반인들은 땅속 상황과 관련한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싱크홀을 예방하고 싱크홀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기 어렵다. 따라서 싱크홀은 정부 차원에서 대처해야한다”며 “지질 상태와 개발 실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지하지도를 구축해야 하는데, 정비한 지하지도는 반드시 실제로 사용해야 한다. 또한, 지질에 맞는 공법을 통해 공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고문헌>
『과학동아』2012년 6월호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