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욱 교수의 허심탄회]

“저는 얼마 전에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자존감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습니다. 남자친구가 있을 땐 매일 저에게 예쁘다 넌 소중하다 말해줬기 때문에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었죠. 그래서 남자친구가 없는 지금 이 기간이 너무 힘듭니다. 이러다가 저는 사랑을 위해서 하는 연애가 아닌 자존감을 찾기 위해서 연애를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스스로 제 자존감을 되찾을만한 방도는 없을까요?”

자아존중감이란 스스로를 소중한 존재로 여기는 마음입니다. 소중한 물건을 소중하게 다루듯,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살아가겠죠. 그래서 자존감은 양질의 삶을 살아가는 데에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이는 우리 내면의 주관적인 판단이기에 때로 의심이 찾아들 수 있고, 그때마다 외부로부터의 확인을 받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질문자의 자존감을 확인해준 대상은 바로 남자친구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얼핏 사랑 이야기 역시 중요해 보이지만, 질문자 스스로 인정하듯 질문자에게 남자친구란 단지 자신의 자존감을 유지시켜주는 수단일 뿐 사랑의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곧장 질문자의 자존감 이야기로 들어가도록 하죠.

이에 관련한 첫 번째 점검 포인트는 ‘과연 지금까지의 방법이 옳은가?’에 대해서입니다. 과연 질문자는 자신의 자존감을 남자친구를 통해 확인한 것일까요? 안타깝게도, 대답은 ‘No!’입니다. 남자친구로부터 질문자가 확인한 것은 결코 ‘질문자가 소중하다.’가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에게 질문자가 소중하다.’였죠. 그렇기 때문에 이별과 함께 질문자의 자존감 역시 사라지고 만 것입니다.

두 번째 점검 포인트는 ‘그렇다면 다른 방법은 무엇일까?’에 집중되어야 합니다. 이별 후에 자존감이 추락했으니 사전에 이별을 방지하는 방법을 쓰면 될까요? 이를 테면, 남자친구보다 틀림없이 더 충성스럽고, 결코 질문자를 떠나지 않을 강아지 같은? 그렇지만 이 경우 역시 질문자는 강아지에게만 소중한 존재에 그치겠죠. 요는, 남자친구나 강아지가 없을 때에도 자존감을 갖기 위해선 그렇게 말해주는 대상이 바로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스스로를 소중한 존재로 여기는 마음
타인의 평가나 확인 필요 없어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사실 자각해야

사회적 존재인 인간들은 대개 다른 사회 구성원들이 기대하는 바에 부응하려는 심리적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예컨대 피그말리온이나 스티그마 효과는 그에 대한 관찰 결과인 셈이죠. 정직하다는 말을 들으면 더욱 정직해지기 쉬운 반면, 소심하다는 평판에 휩싸인 사람은 더욱 소심해지기 쉽습니다. 동일한 맥락에서, 이런 식의 메시지는 질문자가 자기 자신에게 던질 수도 있습니다. 제 말이 잘 안 믿기면, 우선 부정적인 것부터 해보세요.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넌 자존감이 없어’라고 말이죠. 그러면, 이전보다 훨씬 줄어든 자존감을 가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실은 지구 전체에서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단순 사실에 대한 자각 하나만으로도 질문자는 스스로에게 충분할 만큼의 자존감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질문자의 자존감은 더 이상 타인의 평가나 확인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성인으로 성장한 지금 자신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들어서’ 키우는 단계는 이미 지났습니다. 설령 그 대상이 질문자의 부모님이나, 선생님, 혹은 남자친구라 할지라도 말이죠.

존재론적 당위 외에, 자신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이 세상의 다른 어느 누구도 질문자 자신만큼 질문자를 소중하게 생각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해야 할 존재는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남자친구에 앞서 자신과의 사랑을 시작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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