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초반에 방송된 MBC시트콤 <논스톱>은 대학 생활의 절반 이상을 동아리 활동으로 보내는 20대들의 싱그러운 젊음과 풋풋한 낭만을 그려냈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현재, 계속되는 취업난 속에 취미 및 친목을 위한 동아리보다 개인의 능력을 개발하고 향후 취업에 도움되는 소위 ‘스펙 동아리’가 늘어나는 실정이다. 연세대의 한 취업 동아리는 이번 신입회원 모집에서 경쟁률이 10대 1이 넘는 상황에 이르렀다. 반면 전남대의 산악, 여행, 종교 동아리 경우에는 지원하는 이가 없어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이 가운데, 본교 학우들의 동아리 활동 현황은 어떠한지 알아보기 위해 본교 학우 34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1일~4일 진행, 신뢰도 95%, 오차범위±1.9%)

취업난 속 동아리 양극화 현상
취미ㆍ친목 지고, 스펙ㆍ학술 뜨고
학우들 曰 “어쩔 수 없는 사회 현실”


◆ 본교 동아리ㆍ리더십그룹 활동 행태
우선 본교 학우들의 교내 동아리 활동 현황을 알아봤다. 설문결과, 43%의 학우가 교내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었다. 본교 학생자치그룹인 리더십그룹 활동을 하고 있는 학우들은 27%였다.
‘활동기간이 얼마나 되는가’라는 질문에는 동아리 가입자 65%, 리더십그룹 가입자 52%가 ‘6개월 미만’이라고 답했다. 동아리 및 리더십그룹 가입자들의 절반 이상이 비교적 짧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동아리와 리더십그룹 경험자 중 탈퇴한 적이 있다고 답한 학우들은 각각 14%였다. 그 이유를 묻자, ‘생각했던 활동과 거리가 멀어서’, ‘활동할 시간이 부족해서’와 같은 답변을 보였다.

현재 동아리 및 리더십그룹을 하지 않는 학우들이 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입 시기를 놓쳐서(44%), 학업에 방해돼서(9%), 시간 낭비 같아서(6%) 등의 응답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학우들 중 57%는 앞으로 가입할 의사가 있다고 답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어떠한 동아리에 가입하고 싶은가’라는 물음에 ‘자기 계발’이 49%로 절반 정도의 비율을 차지했고, ‘스펙 쌓기 및 취업준비 관련’과 ‘친목’의 항목이 각각 14%, 13%로 그 뒤를 이었다. 자기 계발이 ‘능력이나 지식을 일깨움’이라는 뜻인 것을 고려하면 많은 학우들이 개인의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동아리 가입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양극화되는 동아리 선호도
동아리의 가입 목적을 묻는 질문에 자기 계발(27%)과 친목(26%)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타 학교에 비해 본교는 ‘친목’의 목적으로 동아리를 가입한 학우가 비교적 많았다. 본교에는 학생자치그룹인 리더십그룹이 있기 때문이다. 리더십 그룹은 학교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좀 더 전문적인 개인의 역량을 기를 수 있고 향후 스펙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취미 및 친목의 활동을 원하는 학우들이 동아리를 택한 것이다. 클래식 기타 동아리 ‘설현애’ 회장 김연정(경영 12) 학우는 “우리 동아리는 공강 시간을 활용해 기타 연습을 하며, 방학까지 연습을 하고 있다. 회원들은 오디션이나 정기적인 연주회를 통해 자체적으로 실력을 점검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취미 및 친목 동아리가 있는 가운데 본교는 최근 학술 관련 동아리가 부상하고 있다. 본교 동아리는 현재 학술ㆍ공연ㆍ전시ㆍ사회ㆍ체육ㆍ종교의 총 6개 분야로 나뉘어 있다.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는 138명의 학우들에게 동아리의 영역을 물은 결과, ‘학술’이 37%, ‘사회’가 26%의 답을 보인 반면 ‘공연’과 ‘전시’는 각각 22%와 5%에 그쳤다. 국제학생회의 동아리 SM-PAIR 전 회장 이우림(영어영문 11) 학우는 “지원율이 해마다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스터디를 통해 지식을 공유하고, 대학생으로서 경험하기 힘든 컨퍼런스에 참가할 수 있다는 점이 신입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 취미 관련 동아리들은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풍물 동아리 ‘숙풍’ 집행부원 권가혜(작곡 13) 학우는 동아리 회원 모집으로 고민이 많다. 신입 회원이 많지 않을뿐더러 도중 나가는 이도 절반 이상이기 때문이다. 권 학우는 “풍물 동아리 특성상 공연을 하는 동아리다 보니 모임이나 연습을 자주 하기 때문에 부담을 느껴 나가는 이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꽹과리의 경우 두 명의 인원이 필요한데, 인원 부족으로 인해 한 명만 치는 경우도 있다”며 힘든 점을 토로했다. 한 때 동아리 회원들이 이를 이겨내지 못해 동아리가 없어질 뻔 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설현애’ 회장 김 학우는 “최근 들어 공연예술 관련 동아리의 신입회원 지원율이 줄어들고 있다. 우리 동아리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취업 준비 등으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리더십그룹을 향한 높은 관심
그렇다면 리더십그룹의 경우는 어떠할까? 가입 목적을 묻자, ‘자기 계발’이 44%로 가장 많았고, 스펙 쌓기 및 취업 준비를 위해(19%)가 그 뒤를 이었다. 동아리 가입 목적으로 자기 계발(27%), 친목(26%)을 꼽은 것과는 다소 상이한 결과다. 언론홍보, 단과대 분과 등으로 나뉘어 있는 리더십그룹은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전문적인 능력을 키우는 등의 자기 계발을 할 수 있고, 진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종의 ‘스펙 동아리’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지원팀 직원 강혜성 씨는 “리더십그룹에 소속된 학생들이 관심 분야에 활동하면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사회에 진출했을 때 도움이 되는 역량을 기른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며 덧붙여 “현재 리더십그룹들의 지원율은 평균적으로 높은 편이다. 10년 정도가 지나면서 자리를 잡은 듯하다”고 말했다.

토론리더십그룹 청 회장 권혜빈(가족자원경영 13) 학우는 “시사 이슈에 관해 토론을 하면서 발표능력을 기를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이 하나의 스펙이 될 수 있고 향후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앰배서더 김보라 회장(사회심리 11) 학우는 “지원율은 해마다 증가추세다. 대내외적으로 학교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성우 특강, 이미지 메이킹과 같은 각종 교육을 받고 이를 통해 스피치 능력이나 상대를 대하는 태도 등을 배울 수 있다”고 밝혔다.

◆ ‘동아리 양극화’에 대한 학우들 인식
본교 동아리의 경우, 학술과 사회 분야의 동아리는 많은 관심을 얻는 반면 취미 및 친목 분야의 동아리는 학생들의 관심이 다소 적었다. 또한 스펙 및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되는 리더십그룹은 학생들의 지원이 증가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본교 학우들은 과연 이러한 양극화 현상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을까? 많은 학우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을 포기하며 스펙만을 위해 동아리나 리더십그룹에 가입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조현지(가족자원경영 14) 학우는 “고등학교 때는 대학교에 입학하면 밴드부나 체육 관련 동아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이 스펙 위주의 동아리에 가입하고, 선배들의 조언을 듣다보니 나도 스펙 동아리에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아리 양극화 현상은 취업난의 현실상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학우는 “워낙 취업문이 바늘구멍이기 때문에 구직자인 학생들에게 스펙 동아리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조를 바꾸는 방법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학생들에게 스펙을 따라가지 말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펙 동아리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도 있었다. 김재은(일본 11) 학우는 “취업 관련 동아리는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노력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우는 “사회가 변함에 따라 학생들이 선호하는 동아리 또한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답했다.

◆ 동아리, 앞으로의 방향은
대부분의 학우들은 동아리의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선 학교 차원의 적극적인 동아리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리(소비자경제 12) 학우는 “동아리를 학생복지 측면에서 바라보고, 동아리 간 차별이 없도록 지원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답했다. 취미 동아리 중 비인기 동아리를 지원해야 한다는 학우들의 목소리도 있었으나, 비인기 동아리 수를 줄여 인기 동아리들에 투자해 질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취미와 스펙을 결합하는 방안도 등장했다. 숙명 검도부 회장 김옥주(법 12) 학우는 “검도부의 지원율은 증가하는 추세다. 공부만 하다 지친 고학년들이 체력을 기르기 위해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공무원이나 경찰이 되길 원하는 학우들은 운동이 필수이기 때문에 지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취미로만 여겨지던 검도가 공부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더 나아가 희망 직종과 연결되기도 하는 것이다.

사회가 변하면서 학생들이 선호하는 동아리도 바뀌고 있다. 취미ㆍ친목 동아리의 지원은 줄어드는 반면, 취업에 도움이 되는 스펙ㆍ학술 관련 동아리의 지원은 늘어나는 추세다. 어떠한 동아리든 열정이 녹아있다면 그 가치를 높이 살만하다. 다만 본인이 정말 원해서 그 활동을 하고 있는지는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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