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자: 박한나 (경영 06)

유치환의 ‘행복’은 그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시이다. 또한 편지를 쓰는 일상의 행위에서 행복을 느끼는 모습은 사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요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편함 때문에 문자와 메일로 편지를 대신한다. 그래서 사랑하는 이에게 정성스레 편지를 쓰는 시인의 모습이 더욱 값지게 보였다. 시를 읽은 후 정성을 담아 편지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


행 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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