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의 핵심 고용 정책이었던 고졸 채용이 3분의 1로 줄었다. 현 정부에서 강조하는 ‘경력단절여성(경단녀) 채용’이 늘어나면서 고졸 취업자 일자리를 밀어내는 형국이다. 고졸 채용 정책을 시행할 당시, 청년실업과 학벌사회가 가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구심을 품었다. 그러나 정책에 대한 의견과는 별개로, 전 정권에서 추진했던 사업을 홀대하는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 ‘경단녀 채용’의 목적이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인지, 전 정권과의 차별화에 있는지 헷갈릴뿐더러 이 정책 역시 다음 정권에 서는 흐지부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고용 정책뿐만 아니라 전월세 정책, 기업 규제 완화, 통일 정책 등 수많은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정책의 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고민과 토론의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시행해야 한다. 정책 실패와 부작용은 실제로 국민 개개인에게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행정가 외에도 교육자와 의료계 종사자, 법조인, 기업가 등 많은 직업들은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직업은 ‘나의 일’이기도 하지만 타인과 사회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해를 입히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직업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과 사명감을 갖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물질주의와 성과주의가 팽배한 오늘날에는 직업을 선택할 때, 사명감과 직업의식보다 돈·명예·권력과 안정성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부수적인 것들이 주목적으로 전치되면서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테면, 환자를 성추행하는 의사나 학생들에게 언어적·신체적 폭력을 행사 하는 교사 등 모순적인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님을 목격할 때, 그 충격은 더 크게 느껴지는 법이다.

취업이 급하고, 취직이 어려운 시대다. 고학년이 된 지금, 확실히 고민의 내용이 이전과는 달라졌음을 느낀다. 하고 싶은 일보다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고 이전보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비중이 커졌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철들었네, 어른이 되는 과정이야.’라고 말하지만 동의하고 싶지 않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여유가 없을지라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싶은 것은 사명감과 직업의식이다. 개인적으로는 일에 대한 만족감과 보람을 느끼기 위해서, 사회적으로는 서로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세상을 위해서다. 멘토는 넘쳐나지만 ‘존경하는 사람’은 드문 세상이라고 한다. 결국 존경심을 이끌어내는 것은 직업 그 자체보다 직업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다. 서로가 서로를 존경 할 수 있는 세상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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