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TV, 그 시작과 발전
아프리카TV(afreecaTV)는 누구나 방송을 할 수 있는 창조적인 인터넷 방송국이다. 지난 2005년, 초기 모델 W(더블유)로 처음 출시됐다. 그 당시 국내에서는 아직 인터넷 방송이 낯선 상태였기 때문에 창의적인 영상물보다는 드라마, 영화 등 불법 저작권 영상들이 주로 방송됐다.

아프리카TV 초창기에는 W때와 마찬가지로 스포츠 중계, 드라마 방송이 인기 높았지만, 호기심으로 캠방송(개인 방송)을 선택하는 시청자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점차 캠방송의 인기가 높아졌고, 재미있는 BJ(방송 진행자, Broadcasting Jockey)의 방송에는 고정 시청자가 생겼다. 이후 캠방송이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아프리카TV는 급격히 성장했다.

캠방송의 인기로 BJ들은 저마다 개성 있는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먹는 방송인 ‘먹방’, 게임을 하면서 BJ가 진행하는 방송인 ‘겜방’, 스포츠 중계, 교육 방송, 음악방송 등 다양한 방송이 매일 진행된다. 현재 아프리카 TV의 실시간 방송 개설 수는 5천여 개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유명 BJ들이 개인방송에만 머물지 않고 지상파 출연, 라디오 방송 고정 게스트, 연예인 데뷔 등 넓은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지상파 방송에 출연한 BJ디바, <이소라의 가요광장> 고정게스트 BJ대도서관, 개그맨 최군이 대표적이다. 이와 반대로 배우 최강희, 성유리 등 유명인들이 아프리카TV에 출연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아프리카TV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 방송의 장점 덕분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시청자 본인이 원하는 방송을 고를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 타블렛 등의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어디서나 무료로 방송을 볼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이다. 일방적인 지상파 방송과 달리 방송 내내 시청자와 BJ의 소통이 가능한 것도 인기 요인이다. 아프리카TV의 방송은 BJ가 방송을 하면서 시청자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때 시청자는 BJ에게 호응을 보이거나 제안을 하면서 함께 방송을 만들어 나간다.

그리고 아프리카TV의 화제 아이템, 별풍선이 있다. 별풍선은 아프리카TV의 유료 아이템으로 시청자가 직접 창작자에게 보상하는 UCC 수익 모델이다. 시청자들이 좋은 방송을 진행하는 BJ를 응원하는 서비스로, 좋은 방송을 만들자는 목적에서 2007년 만들어졌다. 실제로 별풍선 제도는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본인이 지불하고 싶은 만큼의 시청료를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예기치 않은 문제들이 발생해 논란을 빚고 있다.

자극적·선정적인 인터넷 방송의 현실
별풍선은 돈으로 환전될 수 있는데, 일부 BJ는 이런 점을 노려 자극적인 방송을 통해 별풍선을 받는다. 별풍선은 개당 100원의 가치가 있으며 모아진 별풍선은 500개 이상이 되면 수수료 및 세금(약 40%)을 제하고 BJ에게 현금으로 지급된다. 지난해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BJ들에게 지급된 현금이 총 258억 원(2013년 1~9월 누적금액)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별풍선을 생계수단으로 삼는 몇몇 BJ들은 더욱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방송을 통해 많은 별풍선을 받으려 하고 있다. 특히 여성 BJ들이 상체가 드러나는 옷이나 짧은 치마를 입고 방송을 진행하는 일은 부지기수며, 성인방송 채널에서의 노출은 더욱 심하다.

본교 미디어학부 심재웅 교수는 “별풍선을 비롯한 다양한 상업적 메커니즘으로 인해 BJ들이 아마추어 방송으로서의 순수성을 잃어가면서 이러한 문제들이 나타났다”며 “스타가 되고 싶은 BJ들의 지나친 욕심이 문제의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 3일 한 여성 BJ의 방송을 지켜본 결과, 상체가 드러나는 옷을 입은 BJ에게 시청자들이 ‘배 보여 주세요’‘자연산이에요?’‘별풍선 쏘고 데쉬할래’등의 수위 높은 반응을 보이며 별풍선을 선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일명 ‘별창’이라 불릴 정도로 성을 상품화한다는 문제를 낳고 있다.

BJ에게 수위 높은 농담을 하거나 욕설을 뱉는 시청자들의 비신사적인 행동도 지속적인 문제점이 되고 있다. 2달간 아프리카TV에서 방송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 대학생 오민정(22·여) 씨는 “고민상담 전화연결 방송을 했을 때 테러에 가까운 전화를 걸어온 청취자가 있었다”며 “또 유언비어를 퍼뜨리거나 욕설을 퍼붓는 등 익명을 무기로 한 악행도 있었다”고 말했다.

자극적이고 불법적인 내용으로 시청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다. 자극적인 방송을 위해 몇몇 BJ들은 욕설을 자주 사용하거나, 의자를 창문에 집어던지는 등의 폭력적인 행위, 쓰레기 밥을 먹거나 머리카락을 많이 자르는 등의 가학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다. 한 BJ는 ‘자살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개할 것’이라는 공지를 해 화제가 됐으며, 시청자들에게 자살모임을 유도하는 방송도 있었다.
또 일부 방송에서 불법 베팅 사이트를 소개하고 이를 부추기는 일도 이뤄지고 있다. 겜방의 경우, 청소년이 이용 불가능한 잔인한 게임내용을 누구나 볼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실제로 하얀 피가 나오면 15세 이용가, 붉은 피가 나오면 청소년 이용불가게임인 총 게임 ‘서든어택’은 겜방을 통해 로그인 없이도 볼 수 있다.

심 교수는 “구체적, 전략적으로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기존 방송과 달리 흥미에 의해 시작된 개인 방송들이 시청자의 반응에 실시간 대응하면서 관심을 끌기 위한 즉흥적인 방송을 진행하다 무리수를 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로운 공간, 책임의식 가져야
본지에서 학우 4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1일~3일 진행, 신뢰도 95%, 오차범위±1.9%), 학우 중 91%가 아프리카TV를 알고 있다고 답했으며, 그 중 48%는 방송을 시청한 경험이 있었다. 이들 중 아프리카TV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학우는 53%로 절반 이상이지만 47%는 부정적이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는 ‘여가, 재미’가 46%로 가장 높았고, ‘자유로운 방송 제작 및 유포’가 2위(29%)로 나타났다. 그 외에는 ‘BJ와 즉각적 소통’(12%), ‘원하는 시간 프로그램 선택 가능’(11%)이 뒤를 이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일부 선정적 방송과 별풍선 제도로 인한 성 상품화’가 69%로 압도적 1위였으며 ‘방송에서의 잦은 욕설 사용’ (19%), ‘일부 정치적 내용의 방송’ (3%)이 2,3위를 차지했다.

윤지명(미디어 14) 학우는 “누구든 MC가 되고 PD가 되고 작가가 될 수 있는 점이 인터넷 방송의 장점이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의 성장과 더불어 방송 내 규정도 정착해 쾌적한 인터넷 방송 문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프리카TV는 짧은 시간 내에 큰 성장을 이뤘지만, 이에 맞는 문화나 인식은 자리 잡지 못한 실정이다. 인터넷 방송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현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을 모니터링하며 유해정보를 규제하고 있으며, 아프리카TV내에도 음란물, 불법 저작권 프로그램에 대한 처벌 규정이 존재한다.

그러나 방송을 시청하면서 방송 심의를 지킬 수 있도록 규제하는 ‘모니터요원’에 대해 모르는 학우가 89%에 달했다. 이처럼 건전한 방송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대중은 모를 수 있다. 게다가 인터넷 방송이 수천 개씩 진행되다 보니 소수의 모니터 요원들이 모든 것을 규제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51%의 학우도 모니터 요원이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답했다. 더욱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필요한 실정이다.

임예림(미디어 12) 학우는 “인터넷 방송은 1인 미디어의 발전에 도움을 주는 등 장점이 많지만 사생활 유출 논란과 선정적 방송, 저작권 침해 등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모니터 요원 정도가 아니라 강제성을 띤 관련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우들은 건전한 인터넷 방송 문화를 위해 ‘시청자의 비판적 시각 태도 필요’(37%)를 1위로 꼽았으며 그 다음으로 ‘인터넷 방송사 내 규제 강화’(33%)를 택했다. 그 외에는 ‘모니터요원 활성화’(14%)‘관련법 제정’(13%) 그리고 기타(4%)가 뒤를 이었다.

심 교수는 “아프리카TV가 자유로운 표현의 공간인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적 인내와 관용의 선에서 벗어난 내용은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라는 인식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즉, 건전한 인터넷 방송 문화는 BJ와 시청자가 함께 참여해야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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