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ㆍ연주부터 보컬ㆍ뮤직비디오까지

내 음악이기에 혼자만의 힘으로 작업하고 싶었죠"

 피아니스트로 데뷔한 후 싱어송라이터, 뮤지컬 배우, 라디오 DJ, 방송인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한. 최근에는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하며 많은 여성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난 그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방송에서 비춰진 것처럼 자상하고 진지한 모습이었지만 짓궂은 답변으로 당황을 시키는 개구쟁이 같은 면도 있었다. 숙대신보에 인터뷰하게 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반갑습니다. 하하”라며 쑥스러워했다.

◆ 피아니스트 이름표를 달기까지

현재 데뷔 4년차인 피아니스트 윤한.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그는 흔히 말하는 대치동 아이였다. 부모님의 열성에 따라 공부만 열심히 하던 모범생이었지만 187cm의 큰 키와 훈훈한 외모 덕분에 길거리 캐스팅을 자주 당하곤 했다. 막연히 연예인을 꿈꾸다 한 오디션을 계기로 18살, 음악에 대한 꿈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부로 성공하기 바랐던 그의 부모님은 ‘음악을 정 하고 싶다면 전문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곳에 가서 배워라’는 조건 하에 허락을 했다. 그때부터 6개월 동안 버클리 음대에 들어가기 위한 입시 준비에 모든 걸 쏟았고, 당당히 버클리 음대에 합격했다.

하지만 당시 18살이라는 어린나이였기에 구체적인 꿈은 없었다. “음악을 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사실 공부하기 싫어서였어요” 단지 공부가 싫어서 음악을 택한 질풍노도의 소년이 6개월 만에 버클리 음대에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천재인 것 같다는 말을 건네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버클리 음대가 천재들만 갈 수 있다는 것은 오해에요. 세계적인 명문은 맞지만 입학률이 높거든요. 실제 제가 들어갈 당시에도 10명 중 8명이 뽑혔죠. 우리나라 음대처럼 이미 잘하는 아이를 뽑는 것이 아니라 잠재력과 열정을 봤기 때문에 제가 합격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음악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도 없던 소년이 어떻게 ‘피아니스트 윤한’으로 거듭나게 된 것일까? 입학 당시에는 재즈 피아노 전공이었지만, 졸업은 영화 음악 전공으로 마쳤다. “인생은 자신의 의지만으로 달라질 수 있는 게 아니라, 주변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입학했을 당시 주변 친구, 선배들이 대부분 재즈 연주자들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나도 재즈 연주를 해야 하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전공으로 택했죠” 하지만 2학년이 되며, 재즈 피아노 전공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결국 영화 음악 전공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 음악을 배웠기 때문에 연주 외에도 작곡부터 오케스트라 지휘, 드라마 OST 작업까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순탄한 대학시절을 보냈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후부터는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배웠던 영화 음악이 한국의 시스템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그 때가 24살. 직접 영화 제작사를 찾아다니며, 콩쿨 등 모든 것에 도전했지만 모두 냉정히 외면당했다. 작곡가 어시스턴트로 일하려고도 해봤지만 결국 하지 않았다고 했다. “작곡가 분을 찾아갔는데 일을 배우려면 ‘커피부터 타라, 청소해라’와 같은 뉘앙스로 말씀하시더라고요. 배울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조수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그러다보면 스스로의 발전이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시작도 하지 않았죠”그렇게 3년이라는 방황의 시간을 보낸 후 지인을 통해 우연히 현재 소속사를 알게 됐고, 피아니스트로 데뷔하게 된 것이다.

 

◆ 평범하면서도 특이한 아티스트

퓨전 재즈 장르의 1집 앨범 <Untouched>, 보컬 재즈인 2집 <For This Moment>, 그리고 2013년, 밴드 사운드가 접목된 <MAN ON PIANO>. 그가 현재까지 낸 대표적인 앨범들로, 모두 다른 장르로 구성돼있다. 발라드, 힙합 등의 장르를 따로 두지 않고 매번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수록하는 것이 윤한 만의 특별한 콘셉트라고 할 수 있다. 이유를 묻는 질문에 “매번 장르가 달라지는 것은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이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한 가지 장르를 고집하지 않고 그때마다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죠”라고 답하며, 올해 목표는 힙합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힙합이라는 말에 놀라는 표정을 짓자, “아, 제가 랩을 한다는 건 아니고요. 힙합 뮤지션과 콜라보레이션 연주를 해보고 싶다는 거예요”라며 안심하라는 식의 손짓을 했다.

특정한 장르가 없다는 것 외에 또 특이한 점은 작사ㆍ작곡ㆍ연주ㆍ보컬 등을 모두 본인이 한다는 것이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사실 지금은 너무 힘들어서 작업을 나눠 하고 싶기도 해요.(웃음) 처음에는 제 음악이기 때문에 모든 작업을 혼자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뮤직비디오도 직접 구성했죠. 일을 나눠서 하다보면 의견이 다양해지는 등 좋은 면도 있지만, 제가 원래 하고자 하는 음악과는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때문에 독불장군처럼 혼자 다 해온 거죠”

장르부터 음악 작업 방식까지 특별한 윤한은 의외로 아티스트 같은 면이 적다고 한다. “사람들은 음악가라면 길을 가다 갑자기 악상이 떠오르는 등의 감성적인 면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전 그렇지 않아요. ‘무슨 곡을 쓰지?’하고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곡을 쓰죠”라고 답하며 가끔은 아티스트들의 감성적인 면이 부럽다고도 했다.

이런 그에게 음악을 작업하는 데 있어 한 가지 철학이 있다. 바로 처음 쓴 곡을 수정하지 않는 것. 곡을 쓴 후 며칠이 지나서 수정할 경우, 그날의 느낌이 변질된다는 것이다. “보통은 편곡의 과정을 거치는데, 그 과정에서 처음 곡을 쓸 때의 감정, 느낌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감정은 그날 날씨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남자친구랑 헤어진 후 쓰는 것과 썸남과 처음 연락이 됐을 때와는 또 기분이 다르잖아요. 이런 느낌을 담아 쓴 곡을 며칠 후 수정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죠” 때문에 곡을 작업하고자 마음을 먹으면 거의 한 곡은 완성시키는 편이라고 했다. 이렇듯 윤한의 앨범 수록곡들은 편곡의 과정을 거치치 않은, 순수한 음악이라 할 수 있다.

 

◆웬만해선 그의 도전을 막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윤한 그리고 그의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MBC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인기를 얻은 것은 사실이지만, 출연 후, ‘쟤 뭐 하는 애야?’‘연예인 되고 싶어 환장했나’와 같은 수군거림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결혼했어요>를 출연하면서 저를 알렸다기보다 제 음악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좋아요”라고 말하며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고 했다.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하기 전에도 많은 방송 섭외가 있었지만 모두 거절해왔다. 데뷔 후 3년 동안 음악 외 다른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방송사 PD 사이에서 ‘쟤는 방송 안 하는 애’라고 소문이 날 정도로 방송 출연을 꺼렸다. 그랬던 그가 방송을 하기로 결심하게 된 것은 2012년, <모비딕>이라는 뮤지컬을 하면서다. <모비딕> 또한 처음에 몇 차례 거절을 했지만, 하고 난 후에 새로운 분야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됐다고 한다. 그 후부터 KBS 예능 <맘마미아> 등에 잠시 출연하는 등 <우리 결혼했어요>까지 얼굴을 비추게 된 것이다. 앞으로는 연기 또한 도전해보고 싶다는 말에, 어떤 연기를 하고 싶은지 물었다. “하고 싶은 연기가 따로 있지는 않아요. 단지 도전해보고 싶다는 거죠. 연기라는 분야에 도전하다보면 그곳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고, 새로운 인연도 만날 수 있으니까요”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 윤한. ‘지치지 않냐’는 질문에 “당연히 지쳐요. 아무리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도 힘든 게 일이거든요. 저도 1년에 4번은 슬럼프가 와요. 처음에는 피아노도 치지 않고 술을 마시거나 클럽을 가는 방법으로 이겨보려 했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반대로 슬럼프라는 시기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힘내서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라며 이제는 슬럼프가 와도 ‘어, 또 왔네’하고 넘긴다고 답했다.

윤한은 도전하는 데 있어 두려움보다 새로운 일 그리고 도전에 대한 호기심이 더 강해보였다. “현재 도전하고 있는 것들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죠. 하지만 만약 지금의 도전들이 어느 순간부터 일이라고 인식되고 스트레스를 줄 경우에는 언제든 그만둘 생각이에요. 제 인생이 중요하지, 일이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이어 많은 20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며 다시 입을 뗐다. “버클리에 처음 입학했을 때 학생들 중 제가 가장 어렸어요. 대부분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은 다른 일을 하다가 꿈을 잊지 못해 결국 돌아온 거였죠.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현실적인 문제로 하지 못한다는 것은 핑계예요. 해보지도 않은 채 후회하지 말고, 일단 부딪쳐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윤한의 1집 앨범 <Untouched; 미개척>은 지금까지 한국에 개척되지 않은 음악 분야를 자신이 개척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특정한 장르를 정해두지 않고 모든 작업을 혼자 해나가고 있는 그는 현재도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을 꿈꾸고 있다. 자신의 도전 범위 내에서 미개척된 분야를 위해 홀로 나아가는 중인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삶이라는 피아노 건반에서 도전이라는 새로운 연주를 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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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에게 00을 묻다>

 1. 실제 연애 스타일 (여자친구에게) 하루 종일 자상하지는 않아요.. 방심하고 있을 때 잘해주는 편이죠. (나쁜 남자요?) 어떻게 보면 나쁜 남자일수도 있죠. 하지만 감정표현도 바로 바로 하고 연애에 모든 걸 올인하는 스타일이에요.

2. 멘사시험 도전 보려고 했는데 아직까지 못 봤어요. 중학교 때 마지막으로 측정했던 아이큐가 148이었어요. 그런데 제 작년인가, 고등학교 때 단짝 친구였던 놈이 멘사시험에 붙었다고 자랑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경쟁심에 ‘내가 한 번에 붙어주지’하는 마음으로 모의고사까지 보며 준비했었죠. 하지만 결국 스케줄이 바빠서 못 보고 있는 거예요. (그럼 언제?) 뭐, 아마 시간이 생기면 보겠죠?

3. 개그를 잘한다? 그럼요. 방송에서도 자주 개그를 선보이곤 하지만 자꾸 PD님들이 편집을 하시더라고요. 원래는 훨씬, 훨씬 더 개그를 많이 해요.

4. 완벽남ㆍ엄친아 아니요, 누가 그래요? 주변에 엄친아 많지 않나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건 고마워요. 솔직히 누가 싫어하겠어요. 전 정말 평범한 사람인데 엄친아…. 딱히 할 말 없이 그냥 좋아요. 하하.

5. 자신의 보컬 평가 개인적으로 만족해요. 물론 노래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서 ‘노래 한번 배워보는 게 어때?’하는 소리도 많이 들어요. 뭔가 2% 부족하거든요. 하지만 배울 생각은 없어요. 배우면 발음이나 목소리, 성량 등 다방면으로 발전할 수는 있지만 노래 선생님이나 특정 가수 분들과 비슷한 소리를 내게 될 것 같거든요. 제 목소리 그대로가 좋기 때문에 만족해요. 이 정도면 뭐 괜찮지 않나요? 하하.

6. 부모님 반응 부모님은 제 목소리 안 나오는 곡들을 좋아하시더라고요. 연주곡이요.

7. 작곡 시 필요 물품 음, 술이요? 농담이고 피아노가 있어야 겠죠. 또 컴퓨터 있어야 하고. 너무 재미없나요? 저는 특별한 건 없는 것 같아요.

8. 목표 많은 사람들에게 ‘윤한은 다양한 활동을 하며 재미있게 사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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