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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영화를 사랑할 때인터뷰-<남자가 사랑할 때> 한동욱 감독
이혜진 기자  |  smplhj83@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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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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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준 돈은 기가 막히게 받아내는 한 건달, 태일(황정민 분)이 있다. 빚을 받으러 나간 자리에서 채무자의 딸을 만나게 되고,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녀를 위해 건달 일까지 그만둔 그는 어느 날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삶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사랑에 빠진 조폭 건달, 그리고 비극적인 결말.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얘기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창수>나 <파이란>이 보여줬던 느와르 멜로의 큰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처럼 곳곳에 배치돼있는 흔한 설정들 속에서도 영화가 진부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가 가진 감정의 깊이감과 진정성이 더 돋보인다. 왜일까. 아마도 태일이 가진 감정이 누구나 가질 수는 있지만, 진정으로 느끼기에는 힘든 감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남자의 영화 인생 또한 그렇다. 뛰어난 연출 실력으로 조명 받은 적도, 특이한 이력도 없다. 일반적인 영화감독이 겪는 조연출 코스를 정식으로 한 계단씩 밟으며 메인 감독까지올라 왔다. 그러나 영화 속 태일이 가진 진심처럼, 그의 투박한 말투 속에서는 영화를 대하는 진정성이 느껴졌다. “아이디어가 많거나 머리가 비상하신 분들은 한번에 성공하시잖아요. 저는 그 부류가 아니었지만 영화를 더 좋아하고, 좋아하는 만큼 더 노력했고 운도 많이 따라줬다고 봐요.” 이 남자, 영화를 대함에 있어서 진심이다.

   
 
   
 

 # 남자, 영화를 사랑할 때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단계는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영화에 관한 평을 쓰는 것이고, 세 번째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 이상은 없다.’ 프랑스 영화계의 거장 프랑소와 트뤼포가 남긴 말이다. 한동욱 감독 또한 그랬다. 막연히 영화가 좋아서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팠다. 이어서 임상수 감독의 <비트>를 접하면서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게 됐고, 영화를 시작한 지 14년 만인 올해 드디어 자신의 첫 영화를 만들었다.

“청소년시기에 봤던 영화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영화에 입문하게 됐어요. ‘나도 이런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때마침 주변의 여러 가지 상황들도 그가 꿈을 실현할 수 있게끔 도와줬다. 학창 시절에 만났던 선생님들 중 몇몇이 대학 때 영화 관련과를 전공했던 것이다. 그들의 도움을 받아 한 청소년 영상 제작사에 들어갔고 본격적으로 영화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같은 꿈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영화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단편영화도 제작하면서 ‘논다는’ 느낌으로 영화에 다가갔어요.”

한 감독의 영화 입문작은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었다. 조명팀의 보조로 일을 시작한 것. 이후 5년간 다수의 작품에서 조연출로 일하다 2006년 개봉된 남기훈 감독의 <삼거리 무스탕 소년의 최후>를 통해 메인 조감독으로 데뷔했다. <부당거래> <신세계> <범죄와의 전쟁> 등의 조감독을 맡으며 자신의 이름을 영화계에 알렸고, <남자가 사랑할 때>로 정식 입봉했다. “18살 때부터 영화를 시작했으니 32살인 지금까지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 위해 10년이 넘게 걸린 거죠. 험난한 과정이었지만 많은 운이 따랐어요. 영화의 모든 스태프들이 보조 시절 만났던 분들이고 그분들이 흔쾌히 믿고 따라주셨기 때문에 이번 영화가 개봉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의 말마따나 그에게는 묘한 행운과 인연이 겹쳤다. 이번 영화의 박민정 프로듀서는 20살 때 같은 팀으로 만나 12년 동안 동고동락했다. 제작사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는 한 감독의 <주먹이 운다> 조연출 시절에 프로듀서로 만나 인연을 맺어 왔다. 그러나 ‘행운은 노력하는 자를 위한 빈자리’라는 말이 있듯이, 한 감독 또한 끊임없이 노력했다. “언젠가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라는 생각에 계속 때를 기다렸죠. 머리가 썩 좋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뭐든 열심히 하자’라는 주의였어요.” 그는 감독으로 데뷔할 준비를 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때마침 영화를 함께 찍기로 한 한재덕 대표와 배우 황정민씨가 영화 메인 감독으로 그를 추천했고, 준비된 시나리오가 한 감독의 것과 레파토리가 비슷했다. 그렇게 메인 감독이 된 한 감독이 두 개를 취합해 각색한 것이 바로 이번 영화의 이야기다.

# 영화 이야기

한동욱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부당거래> 등 느와르 영화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번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도 정통 느와르 멜로다. “저도 느와르를 좋아하긴 하지만 제가 따르는 영화사인 사나이픽처스의 한재덕 대표님이 유난히 그런 류를 좋아하세요(웃음). 느와르는 범죄를 저지르는 밑바닥까지 간 사람들의 얘기라고 생각해요. 저는 삶의 아픔이 있고 기승전결이 있는 얘기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젊은 청춘 남녀들이 풋풋한 사랑을 하는 것보다 각자의 찌들어버린 삶에서 생기는 힘든 사랑과 그 가족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그들은 사회에서 정해놓은 기준에서 흔들리는, 정상적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자아들이죠.”

영화를 각색할 땐 비슷한 장르의 영화, 책, 연극, 음악 등 다양한 매체를 참고했다. “제가 아는 한 감독님은 슬픈 이야기를 쓸 때면 정말 그 이야기 속에 빠져서 내내 슬퍼하고 계세요. 저도 그 감독님처럼 시나리오 속에 빠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또한 이번 작품은 뉴스나 신문을 많이 참고했어요. 사회나 역사적인 현상이나 흐름 속에서 소외된 대중들의 감정들을 쫓아가 그것을 재조명하거나 살을 붙이는 식으로 시나리오를 썼어요.”

느와르라는 장르가 ‘사나이들의 끈끈한 우정’을 다뤄서일까, 혹은 제작사 이름이 ‘사나이픽처스’인 것과 연관이 있는 걸까. 이번 영화는 의리의 결과물이었다. 한 감독이 영화를 맡는다는 소식에 출연진들이 의기투합한 것이다. 이번 영화 속 대부분의 배우들이 주연부터 단역까지 기존 영화를 함께 했던 사람들로 꾸려졌다. 특히 김혜원, 곽도원, 정만식 등 대부분의 배우가 시나리오를 읽지 않은 상태서 ‘당연히 함께 해야지’라며 합류했다. “다른 매체들은 잘 모르겠는데 영화계는 배우와 스태프들 사이의 의리가 굉장히 좋아요. 이번에 캐스팅 되신 배우 분들이 제가 조감독 시절에 같이 작업했던 분들이었어요. 한혜진 선배 같은 경우는 ‘시나리오가 정말 좋다’며 합류했는데, 배우가 하고 싶어하는 연기의 색깔과 연출자가 내고 싶은 색이 맞는 경우였죠.”

영화 제작 현장 또한 화기애애했다. 한 감독의 작업스타일도 그에 한 몫 했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1회차 촬영부터 스태프와 배우들 모두가 호흡이 잘 맞았다. 서로 철저한 준비가 된 상태서 의논하며 즐겁게 촬영했다. “제 작업 스타일이 다양성을 추구하는 편이에요.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무언가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제시하는 것을 영화에 맞게 다양한 방법으로 적용시키죠. 감독이라고 해서 모든 걸 알고 있지는 않는 데다, 내가 더 나아가려면 다른 사람들이 제시한 아이디어들을 수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영화를 촬영하는 내내 서로의 합이 잘 맞아서 ‘난 정말 복 받은 사람이야’라고 생각했어요.”

# 영화인 한동욱

지금은 어엿한 메인 감독이지만 그에게도 힘들다는 조연출 시절이 10여 년 간이나 있었다. 그는 조감독과 메인 감독의 가장 큰 차이점을 ‘영화 외적인 것’으로 꼽았다. “(연출부) 조감독은 영화 연출에 관여하기보다는 스케줄을 조정하거나 프로덕션이 잘 진행되게 해야 하는 책임이 있어요. 예를 들어 50일 안에 찍어야하는 시나리오가 있으면 하루에 얼마만큼 소화하는지 조감독이 배분하고 계획을 세우죠. 배우들의 영화 스케줄도 함께 관리하고요. 반면 메인 감독은 영화를 직접 만들고 영화 제작의 직접적인 부분에 개입을 해요.”

영화계에서 조연출에 관해 논하다 보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문제가 ‘열악한 근무 환경’이다. 밤을 새며 영화 촬영을 준비하는 것은 물론 제대로 된 보수도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현장이 어려운건 사실이에요. TV에도 많이 나오듯이, 영화를 만드는 공정 자체가 복지와는 관련이 멀어요. 지금은 옛날보다 임금 등이 많이 좋아졌지만, 더 나아져야 할 면이 많죠.”

영화를 촬영하다 보면 웃지 못할 일도 많이 발생한다. <부당거래>를 촬영할 때였다. “영화 속 유동석이라는 사람이 가짜범인을 잡아서 범인을 만드는 장면이었어요. 장소가 부산쓰레기처리장이었는데 메탄가스로 꽉 찬 곳이었죠. 처리장 관련자 분들이 다들 ‘위험해서 촬영하면 안 된다’고 만류했지만 그대로 촬영을 강행했어요.” 촬영을 끝까지 담당해야하는 조감독의 특성상 12시간이 넘도록 촬영장에 있었고, 결국 두통과 구토가 동반된 가스중독에 걸려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어떤 영화인이 되고 싶냐’는 물음에 그는 ‘짜치지 않는 사람’이라 답했다. “영화를 대충 만들거나 엉성하게 찍지 않는다는 의미예요. 훗날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진 않아요. 괜찮은 사람. ‘괜찮네. 영화 짜치게 안 찍었네’라는 말만 들으면 족할 것 같아요.”

‘성공한 사람들이 도달한 높은 봉우리는 단숨에 올라간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자고 있는 동안 한 걸음 한 걸음 힘들여 올라간 것이다’는 말이 있다. 메인 감독으로서 이제 첫 걸음을 뗀 한동욱 감독의 영화 인생은 현재 ‘중간 봉우리’인 셈이다. “크게 성공하고 두각을 나타내는 건 바라지 않아요. 꾸준히 제 이야기를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그는 또 한 걸음을 내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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