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 추웠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친구들과 후배들이 나를 찾아왔다. 오가는 대화속에 열이면 열, 빠지지 않는 말이 있었다. 첫 번째는 “대학교 재밌어?”였고 두 번째는 “미팅 많이 해봤어?”였다. 흔히 드라마에 나오는 미팅과 소개팅은 많은 환상을 갖게 만들었다. 이제 갓 대학교에 입학해 떨리는 마음으로 이성을 만나는 자리, 미팅. 많은 선배들과 친구들이 미팅은 재밌게 놀다가 오는 자리라고 말하지만
두근거리는 마음을 어찌하랴. 그렇게 환상을 갖고 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주변친구들의 미팅 에피소드를 들으면서 많은 생각이 오고갔다. 친구A의 에피소드는 이러했다. OO대와 함께 미팅을 하게 된 A양은 주변 친구로부터 ‘아무나 만나지 마라’라는 충고를 듣게 됐다. A양의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상대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가 단지 대학만으로 ‘아무나’라는 부정적 어조를 사용하니 말이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소개를 위해 여성에게 이상형을 물어보면, ‘나보다는 금전적으로 여유가 되고 나보다는 학벌이 좋아야하지 않을까?’라는 말은 기본 전제처럼 듣게 된다. 물론 자신보다 더 나은 이성이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가지 회의가 드는 것은 ‘여성이기 때문에 괜찮아’라는 전제가 뇌리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혼에 있어서도 남성이 비용이 많이 드는 거주문제를 해결하고 여성은 부수적인 것을 맡아야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도 이러한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근대화와 평등화로 남녀평등이 자리잡았다고는 하나, 봉건적 사고가 남아있는 것이 씁쓸할 뿐이다.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이미지메이킹’ 특강이 즐비하고 있는 지금. 과연 우리는 보이는 이미지만 신경쓰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의 가치관, 생각을 정리하는 것보다 남들의 말과 시선에 더 우위를 두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 번 생각해야한다. ‘여성이기 때문에 괜찮아’라는 인식보다는 오히려 ‘여성이기 때문에’ 더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한다. 이제껏 즐비했던 사상과 배경을 배척하기 위해서는 ‘여성으로서 여성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숙명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아동복지 13 임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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