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시청자들은 주로 아이들의 귀여운 행동이나 아빠들의 교육 방식에 관심을 표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라면 다른 프로그램도 있었을 텐데, 굳이 왜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었을까? 엄마 없이 아빠와만 여행을 한다는 설정 자체가 신선하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을 깊게 들어가면, 가부장적 구조의 모순을 시사하고 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남성중심적 가부장적 구조를 비난하지만, 이 구조 아래 남성들이 일하러 나가면, 여성들이 아이들에게 가장 친밀한 사람이 되어가고 점차 가장은 잊혀진 채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해버리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 또한 여성의 일원인 만큼 여성을 우호하고 남성을 비판하는 시각을 일부 갖고 있지만 지금 이 글에선 남성으로서 가장의 책임감을 함께 느끼고 싶다.

  집에 돌아왔을 때, 아이들은 이미 자고 있거나 인사만 하고 자기 일하느라 급급해 가장은 자식들과 아내만큼의 교류를 할 수 없다. 그러나 가족들이 자신의 축처진 어깨에 관심가져 주지 않을때도, 남성 가장들은 아내와 자식들을 자신의 포근한 그늘막 아래서 지키기 위해 내색하지 않고 꿋꿋이 노력하며 수 십년간 직장 생활을 해왔다. 이는 아버지로서, 가장으로서의 숙명이자 사랑표현방식인 셈이다. 이러한 가장들도 한 번쯤은 삐끗한다. 실직을 할 경우, 몇 십년간 일해온 회사로부터 버림받음, 가족들에게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게 된 미안함과 죄책감에 그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상처가 많은 사람이 항상 잘 웃고 다닌다’는 말이 있듯 슬픈 가장은 가족들이 행여 걱정할까봐 이를 내색하지 않는다.

  현대 과학의 발달로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어난 것은 희소식이다. 그러나 가장인 남성들에게 이 소식은 어깨에 무거운 짐을 더할 뿐이다. 책임감에 휩싸인 가장들의 삶이 여성의 산고의 고통과 맞먹을 정도로 고통스럽다고 생각한다. 산고의 고통은 단시간에 끝나고 표출될 수 있는 반면, 가장의 짐은 ‘아버지’의 삶을 택한 이상 가족을 위해 묵묵히 짊어지고 갈 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장의 짐을 나눠들어줄 이해와 관심을 가져야한다. 더 나아가, 여성 또한 남성으로서의 삶을 공감하며 서로 존중해야 할 것이다. (식품영양13 김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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