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이면 대학가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숫자놀음이 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다. 1994년 우리나라 최초로 시작된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대학을 자의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평가기관으로서의 권력과 이를 보도하는 언론권력의 결합으로서 위세가 대단하다.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히트를 치자 다른 언론사도 줄줄이 대세에 동참했다. 그야말로 대학평가 전성시대다.

  지난달 중앙일보의 대학평가 발표 직후 숙명에는 ‘대란’이 일었다. 작년에 21위였던 순위가 31위로 ‘추락’해 학교의 체면이 구겨진 것이다. 대란의 표적은 주로 학교 발전의 노력을 게을리 한 대학본부였다. 학교를 오래 다녔지만 이렇게 들끓은 적은 드물었다. 학과 구조조정으로 일부 학과가 통폐합될 위기에 처했을 때도, 학교재단의 부정이 들춰졌을 때도 이 난리는 아니었다. 그만큼 위기 의식이 높다는 방증이다. 누구에게든 낮은 평가를 받으면 기분이 나쁜 게 당연하다. 전임교원비율이나 연구실적 등 분명 개선해야 할 지표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비난의 화살표는 대학평가 그 자체로 향해야 한다.

  누가 언론에 대학을 평가하라 했는가? 무슨 권리로, 어떤 목적으로 언론이 대학을 평가하는지,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정당성에 의문을 던진다. 수험생의 대학선택을 돕고 대학 발전에 기여한다? 지금의 대학평가가 대학사회의 발전에 진정 기여하고 있을까?

  대학평가는 대학의 진정성 있는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대학교육의 독자성을 훼손한다. 모든 대학의 슬로건이 ‘글로벌’로 통일돼가는 모습은, 아무리 글로벌 시대라고 해도 좀 재미가 없다. 또한 여론조사 방식의 평판 평가는 기존의 선입견을 강화하며, 공정한 평가를 하기 보다는 대학서열화를 공고화한다. 조사의 신뢰성과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입시 위주 줄세우기식 교육이 학생들을 획일화한다고 한다. 그래서 대학은 다양한 전형을 도입해 개성 있는 학생들을 뽑으려고 애쓴다. 그런데 정작 대학의 자화상은 어떤가. 획일적인 지표에 의해, 똑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처럼 닮아가고 있는 대학가의 풍경이 씁쓸하다. 이런 대학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꿈꿀 수 있을까. (정보방송 08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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