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록지 않다고? 웬걸! 

 

 

 

 

3.1절을 ‘삼점일절’로 읽고 이완용을 ‘일제와 맞서 싸운 분’이라 설명하는 등, 최근 우리 역사에 무관심한 청소년들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만들자는 기사와 칼럼이 잦아졌다. 이에 대한 댓글과 SNS상의 반응을 살펴보는데 “왠만큼 공부하면 저 정도는 알아야 하는 거 아냐?” “국사가 선택과목이라는 사실이 탐탁치 않다” 등 맞춤법에 어긋나는 표기들이 눈에 띄었다. 한국사 못지않게 중요한 한국어다. 쉽게 헷갈리는 맞춤법 두 가지를 살펴보자. 

 

 

*왠VS웬 구별하기

  

‘왠’과 ‘웬’을 구분해 사용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이들이 제법 있는 듯하다. 인터넷 뉴스 댓글이나 SNS에서 이들의 잘못된 사용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당신은 어떠한가? 다음 주어진 문장에 들어갈 알맞은 용어를 맞혀보자. 

 

1. (웬걸/왠걸), 아침에 늦잠 자는 바람에 지각을 했지 뭐야.

2. 오늘은 (웬지/왠지) 예감이 좋아.

3. 다른 건 몰라도 요리는 (웬만큼/왠만큼) 한다.

4. (웬만하면/왠만하면) 나랑 같이 가지 그러니?

5. 영화 시사회에 당첨됐지 뭐야, (웬일이야/왠일이야)!

 

헷갈리는가. 의미를 알고 보면 쉽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2번을 제외한 나머지 문항들의 경우에는 ‘웬’, 2번은 ‘왠’을 쓴다. ‘왜’는 ‘어째서, 무슨 까닭으로, 무엇 때문에’라는 의미를 지닌 부사로서, 감탄사로 쓰일 때 의문을 나타낸다. ‘왠지’의 경우에는 ‘왜 그런지 모르게, 뚜렷한 이유도 없이’라는 의미를 가진 부사로, ‘왜’와 ‘ㄴ지’가 결합한 모양으로 ‘왜인지’의 준말이다. ‘봄이 되니 왠지 마음이 설렌다’와 같이 쓰인다. 

 

이와 달리 ‘웬’은 관형사로 ‘어찌된, 어떠한, 뜬금없이’의 뜻을 갖고 있다. 이 외에도 ‘웬 것을’의 준말인 감탄사 웬걸, ‘그대로 어지간하게’ 뜻을 지닌 부사 웬만큼, ‘우연만하다’의 준말인 형용사 웬만하다, ‘어찌된 일’이라는 뜻의 명사 웬일이 쓰인다. 

 

이들은 의미 외에도 차이를 갖고 있다. ‘왜’는 독립된 단어로 쓰이지만 ‘웨’는 존재하지 않는 말이다. 또, 왠과 웬 중에서 ‘웬’만 표준어에 해당한다. ‘왠’은 독립적으로 쓰이지 않고 ‘왜인지’의 준말 ‘왠지’로만 쓸 수 있다. 즉, 독립적으로 쓰이는 ‘왜’와 ‘왠지’를 제외하고는 웬, 웬걸, 웬만큼, 웬만하다, 웬일 등으로 써야 한다. 

 

 

*‘~하지 않다’의 준말 

 

‘~하지 않다’는 주로 ‘지 않다’ 혹은 ‘치 않다’로 줄여서 사용된다. 어떤 규칙으로 구분해 사용하는 것일까. 이들의 올바른 표기를 골라보자.

 

1. 녹록지 않다/녹록치 않다 

2. 서슴지 않다/서슴치 않다

3. 만만지 않다/만만치 않다

4. 익숙지 않다/익숙치 않다

5. 탐탁지 않다/탐탁치 않다

 

3번을 제외하고는 ‘지 않다’, 3번은 ‘치 않다’로 줄여 쓰는 것이 옳은 표기다. 앞말이 유성음(ㄴㄹㅁㅇ)으로 끝나면 '치 않다'로 사용하고 무성음(ㄴㄹㅁㅇ 외 자음)일 때는 '지 않다'로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면, ‘녹록지 않다’의 ‘녹록’은 무성음(ㄱ)으로 끝나기 때문에 '지 않다'로 쓴다. ‘넉넉지 않다’, ‘익숙지 않다’, ‘탐탁지 않다’도 마찬가지의 경우다. 

  

그렇다면 ‘서슴지 않다’는 왜 유성음(ㅁ)으로 끝남에도 불구하고 ‘치’가 아닌 ‘지’를 쓰는 것일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망설이다’의 의미를 가진 동사는 ‘서슴하다’가 아닌 ‘서슴다’이기 때문이다. 즉, ‘치 않다’의 경우 ‘~하지 않다’의 준말에 해당하는데 ‘서슴다’의 해당 언어를 줄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만만하다’와 비교를 해보면, 기본형이 ‘만만다’가 아니기 때문에 ‘만만하지 않다’를 줄여 ‘만만치 않다’고 사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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