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근대지성사의 중요한 철학자 중 한명인 니체. 이름은 익숙하지만 그의 철학이나 사상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수많은 철학자를 다루는 윤리 교과서에서도 니체는 사상이 어렵다는 이유로 제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객관적 진리를 향한 형이상학적 전통에 반기를 든 인물’로 평가 받는 니체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니체극장>을 펼쳐들기 전 알아두면 좋을 니체의 생애와 철학의 핵심을 짚어봤다. 

 

 

     

 

*니체는 누구인가?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는 우리에게 ‘신은 죽었다’라는 말로 잘 알려진 독일의 철학자이다. 그는 1844년 프로이센 왕국 작센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의 그는 가풍의 영향을 받아 성경 구절과 찬송가를 탁월하게 암송해내며, 주위 사람들에게 ‘어린 목사’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 뿐만 아니라 니체는 10세 때 모테트(Motette, 성서 구절을 다성적으로 다룬 무반주 악곡)를 작곡하고 많은 시를 지으며 다른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14세 때 이미 자서전을 쓸 준비를 했고, 독일어 작문과 음악에서 월등한 재능을 보였다.

  그러나 니체는 학생 시절, 집안의 신앙과는 점차 멀어진다. 고등학교 졸업 시험을 치른 후, 집안의 전통에 어울릴 신학 대신 고대 언어학을 본 대학과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공부하게 된다. 전공과 함께 쇼펜하우어의 매력에 심취하기도 한다. 특히 니체는 전공 학문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해 학위 획득을 끝내기도 전인 25세에 스위스 바젤 대학의 고전문헌학 교수가 된다. 1872년에는 그의 처녀작 <음악 정신에서의 비극의 탄생>을 발표하는데, 이 작품은 전공 세계에서 전적인 무시와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이후 1879년, 견디기 힘든 두통과 눈의 통증, 우울 증세와 대학 교수에 대한 회의감 등으로 괴로워하다가 교수직을 그만둔다. 십여 년간 방랑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집필활동을 펼치지만 1889년에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다 1900년 바이마르에서 생을 마친다.

  그는 유럽 사상에 대한 통렬한 비판, 영원회귀, 권력에의 의지 등 날카로운 독자적 사상에 의해 하이데거를 비롯한 20세기 철학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대표작으로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883~1885), <선악을 넘어서>(1886),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1878), <반시대적 고찰>(1873~1876) 등이 있다.

      

 

 

*니체 철학의 핵심

①니힐리즘(nihilism)

 니힐리즘은 무(無)를 의미하는 라틴어 ‘니힐(nihil)’이 그 어원으로, 허무주의를 이르는 말이다. 엄밀한 의미에서의 니힐리즘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니힐리즘은 니체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 시기의 그리스 소피스트 고르기아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초기 기독교 교회의 대표적인 교부이자 교부철학의 중심이었던 아우구스티누스는 아무것도 믿지 않는 사람을 니힐리스트라고 했다. 이러한 니힐리즘의 의식은 19세기 후반 니체, 슈티르너, 도스토옙스키 등의 사상에 반영됐고, 20세기에 급속히 퍼지게 됐다.

니체의 니힐리즘의 경우, 니힐(없다)로 지칭되는 대상은 ‘신이 살고 있는 저 세계’다. 여기서 말하는 ‘저 세계’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이 세계’와 구분되는 이상적이고 완전한 세계를 의미한다. 상대적으로 당시 사람들에게 ‘이 세계’는 불완전하고 좋지 않은 세계였다. 그래서 저 세계의 완벽한 가치체계를 추구해 왔는데, 저 세계의 존재 자체가 부정되면서 모든 가치체계가 전복됐다. 그 무너짐의 결과로 ‘허무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니힐리즘을 통한 저 세계의 존재에 대한 부정과 그로 인한 가치체계의 붕괴는 니체철학이 적극적으로 시작될 수 있었던 전제이자 기본으로 작용했다.

      

 

②아모르 파티(amor fati)

  니체는 허무주의는 최종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통과점이라 여겼고, 그것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니힐리즘을 전제로 시작된 니체철학의 핵심이 바로 ‘아모르 파티’ 즉, ‘운명애’라는 니체의 운명관이다.

기본적으로 좋고 나쁨의 가치평가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니체 역시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저 세계’라는 좋은 세계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라면 나쁜 세계가 남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세계 그 자체가 존재하는 것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외부에 완전한 세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가 진짜 삶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아모르 파티는 현재 처해진 환경과 필연적인 운명을 긍정하고 단지 이것을 감수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랑하는 것이 인간의 위대함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상이다.

 

 

③초인(overman) 

  아모르 파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니체는 모든 것에 폭넓게 영향을 미치는 허무주의에도 불구하고 삶을 긍정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새로운 가치는 초월자에 대한 믿음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인간에서부터 생겨난다고 믿었다. 창조하고 의욕하고 평가하는 자아가 사물의 새로운 척도와 가치가 되는 것이며, 이러한 자아를 니체는 ‘초인’이라고 표현했다.

  초인을 흔히 ‘superman’의 의미로 해석하기 쉽지만 니체가 실제로 주장했던 초인의 의미는 ‘overman’이다. 일종의 진화적인 의미로서 이 세계에 기반을 두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가는 사람을 의미한다. 나치가 독재 체제 구축에 ‘초인’ 개념을 이용한 것도 초인의 개념을 ‘superman’으로 잘못 이해한 대표적 사례다. 기존의 인간은 정신체계나 삶의 패러다임 형식들이 존재하지 않는 ‘저 세계’와 연관 지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생각해왔다. 초인이란 그러한 틀에서 벗어나, 비난의 대상이자 불완전의 상징이었던 ‘이 세계’를 긍정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즉, 초인이란 특정한 대상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며, 누구나 초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니체철학에 대해 본교 임상욱(철학 전공) 교수는 “기존의 가치체계와 존재체계가 무너졌다는 패러다임의 대전환 하에서 사람들은 공황에 빠지고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이에 니체는 불안에 떠는 그들에게 ‘우리에게 나쁜 세계만 남은 것이 아니라 이것이 우리가 사는 세계고 얼마든지 우리는 이 세계를 사랑할 수 있고 긍정할 수 있다. 이 세계에 기반을 둔 가치체계를 우리가 새로이 만들어 갈 수 있고 그렇게 함께 해나가는 사람들이 초인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라 설명했다. 

 

 

<참고>

『철학의 뒤안길』 W.바이셰델

『러셀 서양철학사』 버트런드 러셀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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