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윗 인터뷰

"달콤쌉싸름, 내 음악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죠"

 

 

 

이어폰 너머로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도시녀의 상징 아메리카노, 매일 그걸 마셔줘야 살 빠진대. 너는 살 뺀다면서 케익 막 시켜. 결국에는 와플도 시킨 네게, 오빠가 돈이 없어 케익 안 사주는 거 아냐" 속삭이듯 읊조리는 가사의 내용이 제법 귀엽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리고 있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궁금해 찾아보니 '비스윗'이라는 가수였다. 그런데 이 여자, "언제까지 나무처럼 기다려줄게"라며 군대 간 유승호를 위한 헌정곡까지 썼다.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 만나게 돼서 반갑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보통 소개할 때 ‘홍대’ 이렇게 붙이잖아요. 그런 수식어를 굳이 붙이고 싶진 않고요.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어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싱어송라이터 비스윗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 이름이 좀 특이한 거 같은데. 기존에 존재하는 단어는 아니잖나.

그렇죠. 원래 ‘달콤쌉싸름한’ 의미의 비터스윗(bittersweet)이란 단어를 썼어요. 음악에 비해 어감이 센 거 같아서 ‘터’자만 살짝 뺐는데, 예쁜 이름이 된 거 같아요. 비스윗. 

 

- 싱어송라이터면 작사도 직접 할 텐데. 주로 음악에 담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가장 큰 카테고리가 사랑과 이별이잖아요. 근데 저는 큰 카테고리에서 느껴지는 감정보다는 ‘어떻게’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좀 더 디테일하게 가사를 쓰는 편인데. 음악을 들어보면 ‘나 이별했으니까 이 노래 되게 와 닿는다’보다 ‘이런 경험, 나도 있는데’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 <오빠가>라는 곡, 가사가 특이하더라.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쓰는지 궁금하다.

제 경험을 굳이 노래에 다 쓰진 않아요. 카페에서 구경한 커플들의 이야기를 쓴 것도 있고, 간접적인 경험이나 듣는 것도 많이 쓰죠. <오빠가> 같은 경우에도 혼자 카페에 있었는데, 옆에 앉은 커플이 ‘오빠, 나 케익 먹고 싶은데, 사줘’ ‘여기 케익 맛있는 거 없잖아’ ‘왜 사주기 싫어서 그래?’라며 대화를 주고받는 걸 듣고 쓴 거예요. 현실의 여자는 ‘돈이 아까워서 안 사주냐’며 기분이 나빠했지만, 노래에서는 그마저도 귀엽게 봐주는 여자로 승화시켰죠. 

 

-이번 앨범 이름이 ‘새폴더’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어떤 필요한 것을 담고 여러 가지를 담아야 할 때 폴더를 만들잖아요. 여러 가지 음악과 여러 가지 이야기, 여러 가지 분위기를 담은 음악을 새폴더에 담아서 들을 수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예요. 또, 앨범명이랑 타이틀곡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어야 하잖아요. 타이틀명이 ‘너의 컴퓨터 속 야구 동영상’이에요. 야구 동영상이 뭔지 아시죠.(웃음) 이전엔 다뤄본 적 없는 소재라 마음에 들어요. 

 

- 타이틀곡 이외에 기존앨범에 수록된 곡 중에서 아끼는 곡이 있다면?

1집 앨범에 <봄의 상실>이란 곡이 있어요. 그 앨범을 준비할 당시에 천안함 사건이 터졌거든요. 위로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픈 감정을 담았던 곡이라서, 그 노래에 가장 애착이 가요. 너무 슬프면 사람이 말을 잘 못하잖아요. 그런 느낌을 담은 노래예요. 

 

-인터뷰 전에 조사를 하다가 재밌는 기사를 읽었다. 배우 유승호군을 생각하며 곡을 쓰셨다고.

유승호씨가 드라마 <보고 싶다>에 나왔잖아요. 그 드라마를 보고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우리나라 공중파에서 싸이코패스 같은 소재를 다루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이거 좀 위험하지 않나, 심의에 걸리지 않나’ 하는 부분들도 꽤 있었거든요. 그런 소재들에 관심이 있어서 보기 시작한 드라마였는데, 유승호라는 인물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감정의 격변이 심했던 시나리오로 기억해요. 앨범으로 만들어보면 재밌을 것 같았죠. 사랑받고 싶으나 사랑받지 못하는 측은한 모습에 공감이 갔어요. 가사로 쓰면 정말 슬프겠다 싶었죠. 그런 슬픔을 담은 노래는 <부서지다>, 밝은 쪽은 <촉촉해>. 보통 ‘곡을 만들 때 어디서 영감을 받았나’라는 질문에 멋있게 답을 지어내거나 그래야 하는데.(웃음) 

 

-음악을 들었을 땐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느낌이 강했는데. 이야기를 듣다보니 반전매력이 있다.

거칠죠?(웃음) 제 목소리가 강하진 않잖아요. 파워풀한 노래를 하고 싶을 때도 있는데, 어떻게 중재를 할까 고민을 많이 해요. 솔로인만큼 혼자 중재를 잘 해야 하니까. 그런 고민은 많이 하는 편인데. 음악처럼 나긋나긋하고 소녀감성은 아니에요. 음악만 들으면 약하고 여릴 것 같다고 하시는데. 저는 멘트할 때에는 재밌게 하는 걸 좋아해요. 공연은 재미있고 즐거워야 하잖아요. 관객한테 질문하는 것 좋아하고, 어땠냐는 질문에 ‘별론데요’ 그러면 ‘알겠어요!’ 그러고. 그런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여자분들도요. 굳이 ‘이래야 해서 이래야 돼’가 아니라 뭘 하던 간에 즐거운 음악을 하건, 우울한 음악을 하건, 굳이 멘트까지 그 분위기를 따라갈 건 아니잖아요. 소통하는 자리잖아요. 공연하는 것.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소통을 위한 특별한 방법이 있나. 기억에 남는 팬이나 관객도 있을 것 같다.

‘부탁’이란 곡이 있는데, 고백송 비슷한 거다. 혼자 하기 심심하니까, 언젠가부터 관객들을 불러냈어요. 여자분한테도 몇 번 해드렸는데, 난감해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남자분을 앞에 앉혀놓고 노래를 불러드렸는데, 기억에 남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물론 기억에 남지만, 그분한테는 아마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라 특별했던 것 같아요. 

 

-음악을 업으로 삼기까지 과정이 궁금하다. 학창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했나.

어릴 때부터 공부 외의 동아리를 많이 했어요. 연극, 사물놀이,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밴드를 오래했어요. 그 때, 합숙도 한 달 이상 하고, 익숙해졌죠. 고등학교 졸업 하면서 밴드를 나오고 혼자 있다 보니까 곡을 쓰게 되더라고요. ‘난 노랠 잘하니까 노래해야지’보다는 ‘이런 곡 썼는데 누구한테 보여주고 싶다’ 이러면서 공연을 시작했던 거죠. 더 많은 사람들이 내 노랠 들어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요. 

 

-어려움은 없었나. 부모님의 반대라거나.

부모님들은 보통 ‘음악으로 벌어먹고 살겠냐’를 걱정하시잖아요. 일을 하면서 음악도 하고, 그런 조절을 잘 했기 때문에, 별로 없었어요. 사실 그런 점이 있어요. 음악을 하기에 삶이 윤택하면 더 좋은 음악이 나온다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마음이 불안하지 않으면, 더 여유롭게 곡을 쓸 수 있으니까요. 사람들은 ‘음악 하나만 집중해도 모자라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물론 집중을 해야겠죠. 하지만 그 외의 다른 것들이 신경 쓰여서 음악을 제대로 못하는 것보다는 조절을 잘 해야죠. 영상이나 편집 등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이미 유명한 요조나 옥상달빛 등, 이미지가 비슷한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많다. 차별화된 경쟁력은 고민해봤는지.

저는 한 번도 그분들과 제가 비슷하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근데 많은 분들이 그렇게 말씀하셔서 ‘그런가보다’ 수긍하면서, ‘어떤 점이 그렇게 보일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한창 유행이었죠. 여성 싱어송라이터나 듀오가 너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서 전부 다 똑같이 보는 건 아닐까 생각을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도 그 중에서 그들과 나는 뭐가 다를까 생각을 하다가, 노래를 하고 음악을 하는 사람이니까 ‘목소리’가 아닐까 생각을 해요. 노래를 듣고도 ‘비스윗 목소리네’라고 알 수 있게끔 스스로 연구를 많이 했어요. 어떻게 하면 좀 다르게 들릴 수 있을까. 아무래도 비음이 좀 있고 목소리도 얇은 편이니까 사람들한테 비호감으로 다가가지 않는 비음으로 노래를 해야겠다 생각하고 조절을 많이 했어요. 적당히 비음을 넣어 노래하면 예뻐지지 않을까. 뭐 이정도. 다들 목소리가 경쟁력이 아닐까 싶어요.  

 

-배우 김하늘이 고른 서른 개의 곡이 담긴 컴필레이션 앨범의 타이틀곡 중 하나가 비스윗 곡이더라. 특별한 인연이 있는 건지.

특별한 인연이랄 것까진 없는데, 제 노래를 들으신 것만으로도 저는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하루에도 수십 개씩 노래가 쏟아져 나오는데, 제 노래를 듣고 좋다고 생각해주신 것만으로도 대단한 인연이죠. 요즘도 가끔 뮤직비디오를 보면 신기해요. 평소 좋아하던 배우였고. 또 김하늘씨가 유승호씨랑 영화를 찍었잖아요. 재밌게 봤죠, 이런 인연이 있구나 하면서. 

 

-기승전‘유승호’다.(웃음) 앞으로 음악 말고 또 다른 분야 혹은 꿈이 있다면

어릴 때 했던 연극, 연기를 해보고 싶다. 올해 초, 나이 더 들기 전에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연기 수업을 4개월 정도 받았어요. 오디션도 보고 드라마 오디션도 보고. 되게 재밌었어요. ‘음악이나 제대로 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은 죽기 전까지 하고 싶은걸 해야 하는 욕구가 있잖아요. 저도 그런 편이고. 

 

-다양한 것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다. 실행에 옮기는 것이 어려운데. 겁이 없는 것 같다.

아뇨, 겁은 많은데요. 일단 지르고 보는 타입이에요. 

 

-그게 겁이 없는 거다. 생각이 많고 고민이 많으면 그게 쉽지 않다.

그런가요? 근데, 젊기 때문에 실패를 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요. 고민을 하는 시간에 차라리 지르는 거죠.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안 할 거면서 고민하는 것보다는 하고 나서 안 하는 게 낫다고 느끼는 것도 경험이거든요. 겪어봐서 나쁠 일도 분명 있겠지만, 하고자하는 일을 경험해 보는 것은 고민만 하는 것보다는, 경험을 해보고서 후회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러면 ‘정말 이건 잘했다, 안했으면 후회했을 거 같다’ 하는 일은 무엇이 있나.

월등히 좋은 조건은 아니었지만 음악을 계속 해온 것이 잘한 일 같아요. 지금 앨범을 준비하면서도 힘들어서 많이 울었거든요. 정규앨범이라는 중압감도 있었고, 곡의 분위기를 확 바꿔야 할지 편안하게 다가가야 할지 고민하기도 힘들었고 그만둘까 생각도 종종했다. 그렇게 힘들어도 다음날 아침이면 또 하고, 그렇게 여기까지 온 게 잘 한 일 같아요. 

 

-힘들 때, 스트레스 해소법은

1000피스짜리 퍼즐 맞추기요. 앨범 제작할 때 보통 바쁘잖아요. 잠도 잘 못 자는데, 정말 편곡이 안 될 때는 그냥 두고 퍼즐을 맞춰요. 아주 가까이에서 보면 하나가 안 맞을 때가 있어요. 그러면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거나 물 한잔 마시고 다시 보면 딱 맞는 곳이 보여요. 음악도 그런 거 같아요. 바쁘니까 오히려 ‘음악만 열심히 해야 돼’보다 다른 쪽으로, 좀 쉬었다 하는 게 잘되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스트레스 풀었던 거 같아요. 

 

-롤모델이나 이런 뮤지션이 되고 싶다 하는 모델?

1집 만들 때, 넬(nell) 음악 많이 들었어요. 이런 음반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는데, 개인 성향이 있으니까 같은 스타일로 안 나오더라고요. ‘왜 나는 이런 음악 하고 싶은데 안 되지?’라고 생각하기보다 ‘난 이들의 음악을 듣고 써도 이렇게 안 나오는구나. 난 내 스타일이 있는 사람이구나’라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했어요.

보통은 편곡 할 때 악기를 더 넣으려고 하잖아요. 근데 저는 최종적으로 들으면서 하나씩 빼거든요. 넬 음악에서도 ‘몇 개 안 넣었지만 충분하다, 꽉 차 있다’는 느낌을 항상 받아요. 그런 점에서 본받고 싶은 팀이에요.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고 존경하기도 하고, 롤모델 삼고 싶은 팀은 넬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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