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여성 흡연 ① 여성 흡연 실태와 인식

 

 

▲ 그래픽 민승지 기자(alstmdwl@naver.com)

보건복지부가 지난 4일 발표한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결과에 따르면 여성 평균 흡연율은 7.9%다. 여전히 남성 흡연율(43.7%)이 월등히 높지만, 남성 흡연율은 감소추세에 있는 반면 여성 흡연율은 증
가추세에 있다. 게다가 20대 여성의 흡연율은 13.6%로 전체 여성 흡연율 중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본지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늘어나는 20대 여성 흡연율에 대한 기사를 연재한다. 그 첫 기사로 20
대 여성의 흡연 실태와 여성흡연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19일(화)부터 22일(금)까지 숙명인 313명과 20대 남성 1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 흡연 사실 쉬쉬하는 여성들
숙명인 10명 중 1명은 흡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피운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12%(37명)의 숙명인이 그렇다고 답했다.흡연을 경험한 학우들 중 74%(32명)는 흡연 사실을 밝히는 것이 꺼려진다고 답했다.

남성의 경우는 어떨까. 설문결과, 20대 남성 중 40%가 흡연을 하고 있었다. 이 중 43%만이 본인의 흡연 사실을 밝히는 것이 꺼려진 적이 있다고 답했다. 74%의 학우들이 꺼려진다고 답한 것과 비교해 약 30% 낮은 수치이다. 반면 과반(57%)의 20대 남성은 흡연 사실을 알리는 데 거리낌이 없다고 답했다. 한 남성은 “흡연을 한다는 것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거나 이를 숨겨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신호승(남·21)씨는
“남자들 사이에서는 담배를 피우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가 있다”며 “인간 관계를 유지하는 데 흡연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남성에게 흡연은 하나의 ‘사회활동’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여성 흡연은 사정이 다르다. 실제로 흡연한 적이 있다고 밝힌 학우의 대부분 (85%)은 흡연을 하는 데 있어 성적차별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김혜민(홍보광고 09) 학우는 “흡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웠지만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어른들이 인상을 쓰면서 쳐다 볼 때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은(한국어문 09) 학우 또한 “한 여성이 야외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지나가시던 할아버지들이 여자가 숨어서 피지 않는다며 화를 냈다”고 말했다.

◆ 남녀 모두 “여성흡연 부정적”
실제로 20대 남·녀학생들은 여성흡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우선 전반적인 흡연에 대해 물었다. “흡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80%의 학우들은 ‘부정적이다’고 답했다. 20대 남성들은 동일한 질문에 59%가 ‘부정적이다’라고 답했다. 학우들의 결과와 비교해 20% 정도 낮은 수치다.

그런데 남성흡연과 여성흡연을 구분해 물었을 때는 그 차이가 크게 줄었다. “남성’흡연과 비교했을 때, ‘여성’흡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숙명인 74%, 20대 남성 72%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 여성흡연에 부정적인 이유
그렇다면 20대 남녀는 왜 ‘여성’흡연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여성흡연에 대해 부정적이라 답한 학우들과 20대 남성들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었다(복수응답 가능). 이에 대해 남녀 모두 1순위 이유로 ‘건강’을 꼽았다.(각각 44%, 47%) 익명을 요청한 한 학우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임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여성에게 흡연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한 남성은 “산모가 흡연을 하게 되거나 흡연한 경험이 있으면 아기가 선천적인 장애를 가지고 태어날 수 있기 때문에 (여성이 담배를 피우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학우들은 건강 외에도 청결문제(22%), 여성으로서 불량해보임(15%), 경제적 낭비(14%) 순으로 여성흡연에 부정적인이유를 꼽았다.

20대 남성들은 건강 외에 ‘여성으로서 불량해보임’(25%)을 두 번째 이유로 꼽았다. 해당응답에 대한 학우들의 응답률이 15%인 것과 비교한다면, 남성이 여성보다 여성흡연자를 불량한 이미지로 인식하는 비율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한 남성은 “남자들에게는 그런 마음이 없는데, 이상하게 여성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면 삐딱하고 불량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종혁(남·20)씨는 “여성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불량해보여 여
성흡연에 대해 거부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 외에 남성들은 ‘청결문제’(17%) ‘경제적 낭비’(13%) 문제 때문에 여성흡연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반면 여성흡연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다고 응답한 학우들(26%)과 남성들(28%) 대부분은 ‘개인의 자유’를 그 이유로 꼽았다. 김미희(경제 12) 학우는 “흡연은 합법적인 행위에 해당한다”며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면 성별에 관계 없이 개인의 기호로 인정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형(남·21)씨는 “요즘 흡연하는 여성이 증가하기도 했고 담배를 피우는 것은 자기 권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다른 남성 역시 “남자도 담배를 피우는데 여자라고 안 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여성 흡연, 정말 더 위험한가?
앞선 설문에서 여성흡연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 남녀 모두 건강을 1위로 꼽았다. 그렇다면 정말 흡연이 여성에게 더 건강상 안 좋은 것일까?

실제로 흡연은 남녀를 막론하고 건강에 해롭지만 여성에게 특히 위험하다는 보고가 많다. 2011년 의학 학술지 란셋(Lancet)에 따르면 여성흡연자는 남성 흡연자보다 심장병 발생 위험이 더 높다. 노르웨이 트롬소(Tromso) 대학 지역 사회의학과 연구팀 또한 미국암연구학회 학술지에 흡연자의 결장암 발병 위험 역시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다고 발표했다.

본교 보건의료센터 이은경 간호사 역시 흡연은 남성에 비해 여성의 건강에 해롭다고 밝혔다. 이 씨는 “동일한 양의 담배를 피울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폐암에 걸릴 확률이 2-3배가 높고, 남성에 비해 여성의 경우 비흡연자보다 피부 노화가 발생할 확률이 더 높다”고 말했다.

◆“기호의 문제를 성역할 문제로”
여성의 건강이 더 나빠진다는 이유만으로 여성흡연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고 말하긴 어렵다. 설문결과에서 나타나듯이 실제 흡연을 하는 대부분의 학우들은 흡연에 대해 성차별적인 느낌을 받았었고, ‘여성으로서 불량해보이기 때문에’ 여성흡연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본교에서 ‘성과 사회’를 강의하는 정책·산업대학원 김혜영 교수는 “중·장년층은 성역할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성이 담배 피우는 것을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나우(now) 활동가는 “흡연이 기호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남성만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라는 의식이 형성돼 상대적으로 여성 흡연에 대 한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것 같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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