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 사람 인터뷰
나는 잉여다!인터뷰 -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이호재 감독
오지연 기자  |  smpojy83@s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3.12.0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옆 친구에게 “너 요즘 진짜 잉여같아”라고 말해보자. 아마 그 말에 발끈하며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사는지 구구절절 설명하거나 그 말을 인정하며 시무룩한 표정을 짓지 않을까?
뭐 그렇게 할 게 많고, 항상 바빠야 하는지…. 우리 사회는‘잉여’들을 너그럽게 용서하지 못한다.
이호재 감독(29)은 그런 사회에 코웃음을 치며 당당히 잉여를 자처한다. “나는 잉여야!”

   
 
  ▲ 이호재 감독(오른)과 잉여4인방 중 이현학씨를 광화문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 감독은 카메라 렌즈를 보는 게 쑥스럽다며 시선을 피했지만 이현학씨는 익살스런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했다.                      <사진=오지연 기자>  
 

영화과 학생이었던 잉여4인방(김휘·이현학·이호재·하승엽-하비)은 학교에서 ‘모자란’ ‘주목받지 못하는’ 학생이었다. 편집실에 앉아 게임이나 하는 생활을 일삼았다고 한다. 이호재 감독은 “학기마다 워크숍을 통해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는 끼워주는 사람도 없었어요. 뒤처지는, 모자란 학생이었던 거죠. 누가 봐도 우리는 잉여인 학생들이었고, 우리 스스로도 ‘그래 우린 잉여니까’하고 생각하며 20대로서 해야 될 것들을 안 하기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들은 잉여처럼 뒹굴 거리다 급작스레 유럽으로 떠나자는 결정을 한다. 수중에 있는 돈 80만 원만 들고 유럽에 가자는 것이다. 호스텔 홍보영상을 만들어주고 그 대가로 숙식을 제공받으며 1년을 살고, 그 모든 과정을 촬영해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자는 생각에서였다. “제가 이 이야기를 하자마자 10분 뒤에 가자고 결정했고, 그 다음날 바로 티케팅을 해서 2주 뒤에 출발했어요. 초기 비용도 많지가 않았고, 이것저것 생각하는 것도 귀찮고, 그러니까 아예 준비를 안 한 거죠. 비행기도 제일 싸게 갈 수 있는 파리행 표를 끊고, 촬영할 카메라 중고로 사고. 그러고 그냥 갔어요. 다른 거 뭐 없이 ‘가면 다 되겠지’ 하고 떠났던 거죠.”

학교를 그만 두고 무작정 떠난 여행, 그러나 여행은 그들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유럽의 호스텔 사장들은 그들에게 홍보영상제작을 맡기고 싶어 하지 않았고, 그들은 할 일 없이 유럽을 떠돌게 됐다. “가자마자 계획이 실패를 하니까 그 후로는 생존하기 위해 뭐를 해도 배우게 되더라고요. 날이 추워서 남쪽으로 가자는 결정을 했는데, 남쪽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현장에서 습득해야 했어요. 그게 힘들기도 힘든데 또 나름 재미가 있는 거예요. 히치하이킹을 해서 이동을 할 때도 몇 번 하다 보니 자리잡는 법이나 히치하이킹하는 법도 터득했죠. 힘든 과정도 같이 간 멤버들 모두 재밌어 했기 때문에 파리에서 로마, 터키까지 갈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유럽에서 돌아온 이들의 영화는 5년 후에나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들의 잉여본성때문이었다. “일단 돌아오자마자 1년을 놀았고요, 게임 끝판왕을 깨며 시간을 보냈습니다.(웃음) 귀국하자마자 영화 후반작업을 하려했고, 저희에게 영상 제작을 의뢰한 분들도 많았는데 다들(잉여4인방) 온갖 핑계를 대며 일을 안 하더라고요.” 1년간 목숨(?)을 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들은 다시 완벽한 잉여로 돌아갔다. 애초에 계획했던 영화는 뒷전이었다. 그러다보니 촬영했던 파일이 없어지는 불상사도 벌어졌다. 이호재 감독은 한 시네마톡에서 “편집 작업을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작업실에 태풍이 한번 덮친 적이 있어요. 그런데 한 번도 열어보지 않았던 하드디스크가 침수된 거죠. 복구를 했는데도 한 10%정도가 날아갔어요. 어떤 장면인지 전혀 몰라요(웃음)”라고 말하기도 했다.

영화 중 하비는 “다큐 만들어서 뭐, 개봉이나 할 수 있을 것 같아? 안 돼~”라고 한다. 그런데 그들은 지난달 28일(목),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라는 제목으로 ‘개봉이나 할 수 있었’다. 어쨌든 영화 후반작업을 마무리하기도 했고, 요즘 그들의 행보를 보면 ‘정말 잉여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루에 2개 이상의 GV(Guest Visit, 영화 관계자가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이벤트)를 소화하고 있고,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영화 홍보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저희가 영화를 만들자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영화에 대한 애정이 있잖아요. 아무리 잉여라도 우리 영화를 위해 홍보를 해주고 개봉을 해주겠다는 분들이 계시면 마다할 수 없죠. 솔직히, 저희는 심지어 그걸 마다하는 경향이 조금 있긴 있어요.(웃음) 사회가 ‘너희가 알아서 할 일을 찾아라’라고 요구하니까 그걸 못하는 거지, 영화 배급사나 홍보대행사에서처럼 누가 떠먹여주는 것들은 누구나 다 하죠.”

겸손한 걸까? 그들은 자신이 잉여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오히려 잉여라고 자부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잉여라 하면 굉장히 한심하게 쳐다본다. 한숨을 쉬며 혀를 끌끌 차는 반응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호재 감독은 잉여가 결코 부정적인 인간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의 생산성 유무를 가지고 잉여다, 그렇지 않다를 판단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의식에서 잉여라고 불렸던 저희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드린 거잖아요? 저희는 사실 사회가 요구하는 경쟁 자체를 포기한 사람들이에요.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들 외에 다른 것을 한다고 해서 ‘잉여’라고 명명돼서는 안 되는데, 사회는 그런 이들이 다른 무언가를 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못하는 거죠. 항상 게임만 하고, 웹서핑을 하던 저희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저희를 잉여라고 불렀어요. 영화 속에서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사람들이 놀고 있다고 생각한 부분들이 저희 나름의 생산과정이었거든요. 그게 영상에 묻어 나왔고, 그런 부분에서 잉여들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잉여짓’으로 치부했던 행동들이 이호재 감독을 포함한 잉여4인방에게는 나름의 생산 활동이었던 것이다. 규격화된 사회의 시선에서는 바라볼 수 없는 그들만의 활동이었다. 그 활동의 결과물은 평점 9.25를 기록하는 인기 다큐멘터리 영화가 됐다.

그런데 여기서 또 놀라운 사실, 이호재 감독은 원래 영화과 학생이 아니었다. “원래 국제통상학과였어요.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해서 독립 영화관도 많이 다녔거든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영사기사를 구한다고 해서 휴학을 하고 영사기사로 일을 했죠. 1년 반 정도 매일 영화를 보다보니 영화가 만들고 싶어졌고, 이전 학교를 그만 두고 영화과로 다시 진학하게 됐어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아마 바쁜 학교생활과 과제에 치여 휴학을 하고 싶어 하는 여러 사람들, 혹은 전공이 맞지 않아 전과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사람을 몇 없다. 그뿐일까, 이 감독은 그렇게 들어간 영화과를 다시 한 번 그만 두고 유럽으로 훌쩍 떠나버렸다. “그니까, 그게 욕심이 많아서 그래요. 저는 욕심이 전혀 없거든요. 남들보다 뒤쳐진다는 것을 불안해하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어요. 쉴 수도 없고. 학점이나 스펙 등에서 남들보다 더 많이, 더 잘 충족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니 멈추지 못하는 거죠.” 규격화된 사회에서 나온다는 게 어렵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저는 능력이 안 된다는 걸 스스로 인정을 한 거죠. ‘우리는 안 돼’하고 자연스레 떨어져 나온 거예요. 만약 여행을 떠나지 않았고, 이 영화를 만들지 못했다면 저희도 음지에서 썩어가고 있을지도 몰라요.”

사회의 강요된 경쟁 속에 ‘음지에서 썩어갈’뻔 한 그를 구해준 영화는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학교를 그만 두고 떠난 여행부터 영화 개봉까지 느낀 점은 ‘우리가 잉여여도 좋아하는 걸 했더니 그냥 되더라!’라는 것이에요. 제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해도 된다는 확신이 들었고, 그걸 계속해서 유지하는 게 꿈이 됐어요.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것, 그렇게 살 수 있도록 삶의 중심을 잡고 유지하는 것이죠. 거창한 의미는 없어요. 하고 싶은 것을 꼭 ‘일’로 가져가다보니까 그것이 직업이 돼야 하고, 생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을 얘기하는 것이거든요. 예를 들면 눕고 싶고, 놀고 싶고, 이런 거죠. 지금의 행복을 추구하는 게 중요하지 ‘나중에 행복해질 거야’는 중요치 않아요. 행복하다는 것은 목표가 될 수 없어요.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나중에도 절대 행복해질 수 없거든요. 욕심은 계속 커지잖아요. 그래서 지금 행복한 쪽을 택하자는 거예요.”

그가 영화를 보는 20대에게 꼭 하고 싶다는 말이 있었다. “저희가 학교를 다닐 때 청춘이라는 이유로 도전을 강요받았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이 영화로 인해 20대들이 도전을 강요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고요. 저희 같은 잉여들도 시작을 하니까 끝을 보게 됐다는 데서 힘을 얻어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이호재 감독의 영화>

   
 
  ⓒ아담스페이스  
 
제목: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장르: 청춘 로드 다큐멘터리
출연: 이호재, 하승엽, 이현학, 김휘
관람등급: 12세이상관람가
상영시간: 105분
제작: 서플러스(Surplus)
배급: CGV무비꼴라쥬

“땡전 한 푼 없이 유럽에서 여행하는 법을 찾았다”는 호재의 말. 1년 동안 유럽을 돌아다니며 호텔과 레스토랑 등의 홍보 영상을 만들어주고 숙식을 제공받는 ‘물물교환식 유럽 여행’이다. 그러나 잘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단돈 80만 원을 들고 떠나버린 유럽은 그들에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잉여4인방이 한계에 부딪혀 포기를 하려 들 때마다 항상 기적같이 기회가 찾아온다.
무작정 떠난 그들은 프랑스 파리부터 이탈리아 로마, 터키 이스탄불까지 총 7,328km를 여행한다. 영화 속 그들은 언제나 자유롭다. 어떤 상황에도 구애받지 않고 히치하이킹이나 무임승차를 통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함께 간 카메라도 그들에겐 동반자. 카메라맨 따위는 없다. 켜고 싶을 때 켜서 아무나 찍는다. 그 결과가 바로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평소 생각했을 법한 다큐멘터리와는 조금 다르다. 다큐보다는 리얼야생버라이어티 느낌이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캐릭터를 갖고 있고, 그 중 현학의 드립력은 순간순간 빛을 발한다. 또래가 출연하는 영화 속 사실적인 이야기는 대학생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느껴지며 <무한도전>보다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그러나 <무한도전>을 볼 때와 같이 웃음에 대한 엄청난 기대나, 영화를 통해 무언가를 얻겠다는 비장한 각오 보다는 편안하게 마실 가는 느낌으로 영화관에 들러 관람하기 좋은 영화다. 하루하루를 관성으로 살아가는 데 질린, 그러나 새로운 걸 도전하는 것은 두려운 사람들에게는 무한 도전을 해도 된다는 격려를 해줄 수 있는 영화이니 꼭 한 번 들러보시길. 

오지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온전히 여성으로서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2
공유경제, 새로운 경제혁신 불러올까
3
숙명을 이끄는 자, 응답하라
4
‘너나 해’,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노래
5
여성, 세상을 향해 달리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발행인 : 강정애 | 편집인 겸 주간 : 육성희 | 편집장 : 한예진 | 발행처 : 숙명여자대학교|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정애
우)140-742 서울특별시 용산구 청파로 47길 100 숙명여자대학교 숙대신보사
행정실 ☎ 710-9150 (Fax) 706-2695 / 편집실 ☎ 710-9721 / 9152
Copyright © 2019 숙대신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mnews@sookmy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