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임순례, 배우 김효진과 이하늬, 한가인, 방송인 김제동과 가수 이효리.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채식주의자라는 점이다. 이들은 한국채식연합이 꼽은 국내 채식인 중 유명인 10명에 속한다. 그 중에서 1위로 꼽힌 가수 이효리는 동물보호단체 회원으로 유기동물보호소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채식을 시작했다. 한때 한우홍보대사로 활동할 만큼 고기를 좋아했지만 지금은 반동물보호, 반채식 관련 상업광고 출연도 자제하며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를 이렇게 바꿔 놓은 채식의 매력은 무엇인지 그 속을 들여다봤다.

 

 

오늘날 세계 인구의 약 3%가 채식주의자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그 중 70%는 인도인인데, 인도의 약 40% 인구가 종교적 이유로 채식을 하고 있다. 또한 대만인의 20%, 영국인의 13%, 미국인의 7%가 채식을 한다. 한국채식연합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10년 동안 채식 인구가 두 배로 늘어 2%가 채식을 하고, 채식 위주의 식단을 먹는 사람이 20%라고 한다. 우리 주위에도 상당한 인구가 채식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채식주의 유형 분류 ①‘무엇을 먹느냐’
위키백과에서는 채식주의를 ‘인간이 동물성 음식을 먹는 것을 피하고, 식물로 만든 음식만을 먹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동물성 음식은 흔히 생각하는 붉은 고기(소, 돼지)와 닭고기뿐만 아니라 우유, 버터, 치즈, 요구르트와 같은 유제품과 동물의 알, 동물 성분을 물에 넣고 끓인 국물과 어류까지도 포함한다. 이러한 동물성 음식들 중 어디까지 먹지 않는 음식의 범위에 포함시키느냐에 따라 채식은 다시 7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먼저,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포유류를 비롯한 붉은 고기를 먹지 않지만 닭을 포함한 가금류*는 먹는 반쪽 채식주의자(Semi-vegetarian)와 모든 육류를 먹지 않지만 해산물은 먹는 생선 채식주의자(Pesco-vegetarian)가 있다. 다음 단계로는 락토오보 채식주의자(Lacto-ovo vegetarian)와 락토 채식주의자, 오보 채식주의자가 있는데, 여기서 락토(Lacto)는 유제품을 가리키고 오보(Ovo)는 달걀과 같은 동물의 알을 가리킨다. 즉, 락토오보 채식은 육류와 해산물을 먹지 않지만 유제품과 달걀은 먹는 방식이며 락토 채식은 유제품은 먹지 않지만 달걀은 먹지 않는 방식, 오보 채식은 달걀은 먹지 않지만 유제품은 먹는 방식을 의미한다.
완전 채식은 육류, 해산물, 달걀, 유제품 등 동물성 식품을 일절 먹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데, 완전 채식을 하는 사람을 비건(Vegan)이라 한다. 마지막 단계로 과일과 견과류의 열매와 씨앗 등, 식물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부분만 섭취하는 열매 채식자(Fruitarian)가 있다. 일부 열매주의자는 나무에 매달려 있는 열매는 먹지 않고, 다 익어 땅에 떨어진 열매만 먹기도 한다. 이들은 덩이줄기인 감자와 잎에 속하는 시금치 등은 먹지 않는다.
엄밀한 의미의 채식은 완전 채식과 열매 채식뿐이다. 이 외에는 적게나마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채식’이라고 하면 락토오보 채식부터 완전 채식과 열매 채식을 일컫는다. 또한 채식주의란 엄격한 규칙이나 제도가 아니므로 실천하는 개인의 신념에 따라 위의 7가지 외에 다른 방식으로 정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채식주의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이유에서 채식을 시작하게 된 것일까.


②‘왜 채식을 하는가’
채식주의자가 모두 같은 이유로 채식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이유와 목적이 존재하지만, 대표적으로 4가지 유형을 꼽을 수 있다.


사례 1) A씨는 얼마 전 속이 좋지 않아 병원에 들렀다. 의사는 직장암이라는 진단을 내리며 A씨에게 당분간 육류를 먹지 말라는 권고를 했다. 진단을 받은 후 고기가 자기 몸에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 A씨는 채식을 실천하기로 했다. 채식 식단을 지킨 후, 몸 상태가 좋아진 것을 느껴 계속 채식을 실천하기로 마음먹었다.

사례 2) B씨는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몹시 예뻐한다. 애완동물에 대한 애정은 다른 동물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확장돼 동물애호가가 됐다. B씨는 강아지와 함께 생활하면서 동물도 감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인간이 다른 동물을 사육하고 잡아먹는 것이 잔인하게 느껴져 채식을 결심하게 됐다.

A씨는 건강을 위해 채식을 택한 영양학적 채식주의자, B씨는 도덕적 양심에 따라 채식을 실천하는 윤리적 채식주의자에 속한다. 영양학적 채식주의자와 윤리적 채식주의자가 육식에 문제의식을 갖게 된 원인은 모두 공장식 축산업에서 찾을 수 있다. 동물성 식품을 먹기 위한 목적으로 가축을 키워내는 공장식 축산은 소, 돼지, 닭 등 사육되는 동물들에게 고통을 준다. 일단, 좁고 빽빽한 환경에서 자란 가축들은 스트레스로 인해 저항력과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쉽게 노출되는데, 이 때 농장주는 질병 예방을 목적으로 가축에게 항생제를 필요 이상으로 첨가한 먹이를 먹인다. 게다가 이러한 가축은 고기나 우유생산과 같은 특정 목적을 위해 비대한 크기로 개량되는 과정에서 관절이 약해지거나 염증이 생기는 등 병에 자주 걸린다. 대량 생산을 위해 특정 품종으로 단일화해 유전적 다양성을 없애버린 점도 쉽게 전염 되는 이유다.
이렇게 각종 항생제와 호르몬으로 길러진 가축 몸속의 유해물질들은 그 고기와 부산물(우유, 달걀)을 먹는 사람의 몸속으로 고스란히 옮겨진다. 뿐만 아니라 공장식 농장에서는 가축의 먹이로 쓰는 풀과 곡물에 살충제와 제초제를 뿌리며 사료에는 항생제, 가축에게는 호르몬제ㆍ성장촉진제ㆍ식욕촉진제ㆍ구충제를 주입한다. 이들은 가축들이 자연 상태에 있었다면 접할 수 없는 화학물질이다. 이와 같은 비윤리적인 축산 과정 때문에 A씨나 B씨 같은 많은 이들이 채식주의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사례 3) C씨는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을 읽다가 12억 8천 마리의 소들이 전 세계 토지의 24%를 차지하고, 미국은 곡물의 70%를 가축이 먹어치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와 동시에 동남아시아 인구의 18%, 아프리카 인구 35%, 남미 14%의 인구가 기아라는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의 발표가 떠올랐다. 해마다 영양 결핍이나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가난한 국가의 아이들을 생각하니 C씨는 본인부터 고기를 먹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사례 4) D씨는 밴드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가 2009년 기후변화협약 유럽회의에서 제안한 ‘고기 없는 월요일(Meat Free Monday)’이라는 사회 운동에 영향을 받았다. 이 운동은 일주일에 한 번 고기를 먹지 않음으로써 지구온난화라는 전 세계적인 문제 해결에 유익을 주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D씨는 고기를 먹는 것으로부터 얻는 즐거움보다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즐거움이 더 크다고 생각해 일주일에 한 번이 아니라 완전 채식자, 비건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C씨와 D씨는 정치적 채식주의자다. C씨 같은 정치적 채식주의자는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의 높은 육류소비량을 줄여야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전 세계 곡물의 30%, 미국 곡물의 70%가 가축의 사료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인구 20억명을 먹일 수 있는 양이다. 고기 1kg을 얻기 위해 곡물 7kg이 필요한데 육류소비가 증가하며 더 넓은 경작지가 필요해지고, 이로 인해 아마존 밀림을 밀어내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의 육류소비 증가는 개발도상국의 빈곤을 악화시키며, 여기에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이해관계가 걸린 정치적 문제가 얽혀있다.
한편, D씨처럼 환경보호에 목적을 둔 사람들은 축산업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채식을 선택한다. 축산업의 과도한 화학물질 사용과 품종개량 등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원인이 된다. 뿐만 아니라 축산업은 지구온난화의 원인이기도 하다.
2009년에 월드워치 연구소에서 발행한 매거진에 따르면, 축산업은 지구온난화에 적어도 51%의 책임이 있다. 소 한 마리가 하루에 메탄가스를 평균 700ℓ 방출하는데, 이것은 사륜구동 자동차가 하루에 약 56km를 달리면서 내뿜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작용을 한다. 햄버거 하나에 들어가는 소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코스타리카 열대우림 지역을 벌목하거나 불로 태울 때 배출되는 탄소의 양은 75kg이다. 그렇다면 채식을 하는 것이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어떤 영향을 끼칠까. <Meat the Truth>(고기에 관한 진실)라는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미국인 전체가 일주일 내내 고기를 먹지 않으면 약 700메가톤에 해당하는 온실 가스 방출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A, B씨와 같이 윤리적, 영양학적, 개인적 이유 외에도 C씨와 D씨처럼 정치적, 사회적 이유로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건강하게 채식하기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은 채식을 실천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단순히 동물성 식품을 피하고 채소만 먹으면 되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방식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채식을 실천하기에 앞서 균형 잡힌 식단을 계획하고 공부할 필요가 있다.
건강하게 채식을 하려면 인체에 필요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의 필수 영양소와 섭취량을 충족시켜야 한다. 동물성식품을 제외한 4대 식품군인 곡류, 콩, 견과류, 해조류, 채소, 과일류를 중심으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육류 섭취를 하지 않는 대신 당지수가 높은 과일, 튀김, 다량의 견과류, 고기대용품을 즐겨 먹으면 오히려 과체중, 비만이 될 수도 있다.
고기를 좋아하고 즐겨 먹던 사람이 채식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어지럼증이나 기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식습관을 바꿀 때 일어나는 현상으로 몸이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콩이나 참깨, 검정깨, 잣, 땅콩 등의 견과류를 다양하게 섭취하면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올바른 방법으로 채식을 실천하면 고혈압과 당뇨, 심장병, 비만, 대장암, 고지혈증 등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채소에는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 섬유소와 비타민 등 항산화제가 많아 다이어트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가금류: 야생의 조류를 인간생활에 유용하게 길들이고 품종개량을 하여 육성한 조류
<참고 문헌>
도서 : 채식의 유혹 - 김우열, 퍼플카우
사이트: 한국영양학회 www.kns.or.kr
한국채식연합 www.veg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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