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상
나와 나비
건미리(안양예술고등학교)

안개 낀 새벽 학교가는 길.
한쪽 날개를 잃고 쓰러져있는 나비들
손으로 감싸안고 어디론가 뛰었다.

바람에 젖은 내 귀가
땅에 떨어져 파닥거렸고,
손 안에 죽어있는 나비는
정지된 기억들을 하나씩 풀어놓으며
허공으로 희미한 날개짓을 해댔다.

매말라가는 나비의 몸이
조금씩 부서져 포르르 떨렸고
뭉쳐있던 꽃향기들을 가득 뱉었다.
나는 바지주머니 속에 나비를 묻었다.

가루가 된 나비는 내 등에
친구라는 날개를 달아줬다.

한껏 부풀어오른 구름을 머리에 이고
꽃향기를 주워서 그물로 엮은
나는, 나비소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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