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발달과 IT기기의 보급으로 정보화 시대가 도래하며 책은 더 이상 정보 제공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위기론이 떠올랐다. 가까운 지하철의 풍경만 보더라도 종이책과 신문을 보는 승객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독서의 저해 요인으로 꼽히는 IT기기들이 오히려 책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끌고 있다. 바로 전자책(e-book) 열풍이 그것이다.

 

*전자책의 탄생과 현황

전자책은 책의 내용을 디지털 파일로 만들어 음악파일(MP3)처럼 유·무선통신을 통해 내려 받아 이용하는 콘텐츠를 의미한다. 디지털로 처리된 전자책은 컴퓨터, 휴대폰, PMP, 전자사전이나 전용단말기에서 볼 수 있다. 최근 태블릿PC의 보급으로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전자책, 그렇다면 그 이용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본격적으로 전자책이 이용되고 관심을 얻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이 킨들(Kindle)이라는 전자책 단말기를 출시한 2007년부터였다. 전자책 단말기 킨들은 한 번의 충전으로 7일간 이용할 수 있고, 킨들에 사용된 전자잉크는 LCD나 LED 모니터에 비해 눈을 덜 피로하게 했다. 또한 종이책 가격의 1/2~1/3로 책정된 전자책 가격과 책 이외에 신문, 잡지를 읽을 수 있는 단말기의 확장성은 킨들의 장점으로 손꼽혔다. 이러한 킨들은 출시 후 판매량이 3백만 대를 육박했고 전자책의 판매량도 함께 증가했으며, 비즈니스위크가 발표한 2009년 최고의 기술 제품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흥행은 당시 미국에서 출간되는 전체 책 가운데 약 20%가 전자책 형태로 소비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와 달리 그 당시 우리나라 출판시장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못 미쳤다. 그러나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보고에 따르면 국내 전자책 시장은 매해 평균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2008년 24만 6882권, 2009년 203만 4961권, 2010년 36만 840권, 2011년 4만 5322권이 전자책으로 출판되며 그 규모를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또, 최근 국내 대형 출판사인 ‘열린책들’의 애플 전용 스마트폰·태블릿PC용 <세계문학> 어플은 출시 나흘 만에 2만 건이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 어플은 설 연휴 직후 국내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하며 최고 매출의 어플로 떠올랐다. 열린책들의 <세계문학> 담당자 이혜인씨는 “<세계문학> 어플은 최대한 종이책 감성을 구현하고, 독자들의 고전을 향한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늘 읽고 싶고,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두껍고 부담스러웠던 고전을 휴대하면서 읽을 수 있도록 편리하게 제공했던 것이 유효했다”고 설명했다. 권당 4~5불(現4300~5400원)로 종이책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것 역시 흥행의 요인이다.

 

 

 

*전자책이 가진 친환경적 경쟁력

종이책을 만드는 인쇄출판 산업은 오늘날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에 따르면, 인쇄출판 산업은 화학 산업과 철강 산업의 뒤를 이어 온실가스배출량 3위로 꼽혔다. 벌목과정에서의 자연파괴, 종이 쓰레기 처리 문제 등은 다양한 환경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한 연구에 의하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해리포터> 시리즈 1,200만 권을 전자책으로 만들었다면 19만 7,685그루의 나무를 살리고 3억 3,000만 리터의 물 절약, 7,800여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출판 산업을 환경오염산업에서 녹색성장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전자책이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다.

실제로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전자책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났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는 2009년 9월 초·중·고 교과서를 전자책으로 대체하기 위해 전자책 단말기를 시범적으로 배포했다. 같은 해 대만은 5년간 15억 5천만 달러의 예산을 배정해 학생들에게 전자책 단말기를 보급할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탄소배출량 규제와 같은 세계적인 환경규제 정책들로 인해 디지털 전자출판매체 활용을 통한 친환경 녹색출판산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전자책 발달이 미치는 영향

전자책의 발달은 출판업계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업계, 신문잡지업계, 서점업계, 통신업계 등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그 중에서도 전자책 시장의 확대로 인한 ‘종이책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가장 크다.

그러나 출판업계 사람들은 전자책이 종이책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으며, 전자책과 종이책이 공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담당자는 “전자책 <그리스인 조르바>를 무료로 제공했지만 <그리스인 조르바>의 종이책과 타 출판사의 전자책 판매량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며 “전자책 시장과 종이책 시장은 상호보완하며 함께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덧붙여 “전자책 이용자들은 편리성과 기능성에 만족하는 반면 종이책의 아날로그 감성을 중시하며 전자책에 거부감을 갖는 독자도 있다”며 전자책과 종이책의 불완전한 대체성을 언급했다.

한편, 전자책은 종이책의 판매량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랜덤하우스의 독립 출판 브랜드인 델 레이는 나오미 노빅의 소설 <테메레르> 시리즈 중 1권을 무료 배포한 후, 나머지 종이책의 판매가 10배 이상 증가하는 효과를 얻었다. 즉 전자책 구매가 종이책 구입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고, 전자책을 무료 혹은 저가에 제공한 이후 같은 시리즈 또는 작가의 종이책 판매가 증가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출판업계에서는 전자책과 종이책의 공존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본교 미디어학부 심재웅 교수는 “전자책은 이제 겨우 독서의 새로운 형식으로서의 가능성을 평가받는 단계에 불과하며, 인류의 지적 토대 역할을 해온 종이책을 포기할 만큼의 가치를 갖고 있지 않다”며 전자책의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심 교수는 이에 덧붙여 “인류의 독서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읽고 깊게 생각하는 독서보다 가볍게 스캔하는 형식의 독서에 익숙해지면서 독서의 의미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다”며 전자책의 확대가 초래할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전자책 시장

그렇다면 실제 우리나라의 전자책 시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10세에서 69세 사이의 사람 2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14.6%는 이미 전자책을 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책을 읽고 있지 않은 사람을 포함 한국인 모두 1년에 1.6권의 전자책을 읽는 것으로 환산된다고 정부는 밝혔다. 38.3%는 문학작품들을 읽었고, 취미나 전기, 자기계발서, 요리나 종교서적이 그 뒤를 이었다. 약 15%에 달하는 전자책 이용률은 짧은 기간 동안 전자책 시장이 꾸준히 성장해 왔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성장에는 인터넷 서점의 비중 확대가 뒷받침됐다. 인터넷 서점의 전체 서점시장 내 비중은 가격경쟁력과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힘입어 2002년 9.7%에서 2008년 31.9%까지 확대됐다. 인터넷 서점의 발달은 재고, 물류비용의 부담과 공간의 제약을 해소하며 SNS, 커뮤니티 등과 결합해 전자책을 판매하는 온라인 전문서점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다.

현재 국내 최다 전자책을 보유하고 있는 교보문고의 안병현 팀장은 “전자책 콘텐츠를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전자책의 두 배 이상인 30만권 수준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당장의 매출을 늘리는 것보다 전자책 시장을 넓히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올해 13만 명의 전자책 회원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심 교수는 “전자책이 본격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조건은 양질의 콘텐츠와 적절한 가격 책정에 있다. 그러나 현재 출판업계는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자화 된 것은 저렴할 것이라는 대중의 기대와 실제 전자책 가격 사이의 간극이 크다”며 “본격적인 전자책 시대를 대비해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참고 )

한국콘텐츠진흥원 www.kocca.kr

한국전자출판협회 www.kepa.or.kr

문화체육관광부 www.mcst.go.kr

<전자책 빅뱅> 이용준 외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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