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로맨스가 필요해 2012’라는 드라마가 방영됐다. 세 남녀의 자유로운 연애를 담은 이 드라마는 동거, 혼전성관계 등을 가감없이 드러내며 매회 방영 이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젊은 세대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성의식이 나타난 것이다. 

 지난 10월 숙대신보에서 진행한 숙명인 성의식 설문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설문에 참여한 학우 226명 중 83%의 학우들이 ‘결혼과 성관계는 별개’라고 대답한 것이다. ‘쿨’한 성의식이 반영된 설문조사 결과를 보다가 한 가지 아쉬운 설문조사 결과를 발견했다. 여성의 혼전순결에 대한 답변이 바로 그것이었다. 

 혼전 성관계를 거부하는 데에 있어서 ‘여성이기 때문에 사회의 부정적 시선이 두렵다’라는 대답이 17%로 나타났다. 성의식은 개방된 반면, 여성에 대한 성의식은 보수적인 인식이 존재하는 것이다. 한 잡지에 따르면 한국여성민우회가 실시한 설문조사 중 성관계를 앞둔 여성이 걱정하는 것을 묻는 질문에서 ‘체형·몸매’에 이어 ‘순결 상실’이 두 번째로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남성이 성관계 전 가장 많이 걱정하는 것을 묻는 항목에는 ‘순결 상실’의 목록이 아예 없었다. 

 19세기 발표된 토마스 하디의 소설「테스-순결한 여성」의 여주인공 테스는 과거 한 청년과 성관계를 맺어 곧 사망한 사생아를 낳은 경험이 있다. 이후 그녀는 엔젤이라는 남자와 만나 결혼을 하고 결혼 첫날 밤 그들은 서
로 자신의 과거를 고백한다. 그러나 테스의 이야기를 들은 엔젤은 그녀의 과거를 용서하지 못하고 이를 계기로 테스는비극적 운명에 처하게 된다.

 19세기에 거론되던 혼전순결 문제가 2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사회에 남아있다는 사실은 유의미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혼전 성관계에 대해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개인의 의견이다. 그러나 특정한 성별에만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누구보다 여성이 스스로에게 적용하는 그 이중 잣대를 비판적으로 바라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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