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미국에서 처음 방영돼 선풍적 인기를 끈 드라마가 있다. <섹스 앤더 시티(Sex and the City)>가 바로 그것이다. 네 명의 여성의 솔직한 성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2003년 우리나라에 소개됐고,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달 7월에 종영한 우리나라 드라마 <아이두아이두>는 남녀 주인공이 실수로 하룻밤을 같이 보내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이렇게 2000년대 들어서 우리사회는 90년대와 다르게 개방된 성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2012년 현재 대학생들의 성 의식은 어떨까? 숙명인 226명을 대상으로 우리학교 학우들의 성의식을 조사해봤다.

 

성관계, 스킨십의 연장선 일뿐

결혼 전 허용할 수 있는 연인과의 스킨십 정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입맞춤’이 43%로 가장 높았고 ‘성관계(27%)’와 ‘애무(23%)’가 뒤를 이었다. 이를 통해 성관계를 연인간의 애정표현의 연장선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우는 “성관계는 연인 간의 스킨십일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 성관계를 경험한 학우들은 몇 명이나 될까? 설문조사에서 17%의 학우들이 ‘성관계를 경험해 봤다’고 답했다. 이는 2011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진행한 ‘대학생의 성태도 실태조사’에서 우리나라 여자 대학생의 19%가 ‘성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것과 비슷한 수치다. 한편, 첫 성관계를 맺은 시기를 묻는 질문엔 ‘대학교 시절’이 87%로 가장 많았고, ‘중·고등학교때 처음 성 경험을 했다’고 응답한 학우도 13%로 조사됐다.
 성 관계의 대상을 묻는 질문에는 ‘결혼을 약속하지 않은 이성친구’가 87%로 가장 많았고 ‘결혼을 약속한 이성친구’가 19%로 그 뒤를 이었다. 이는 학우들이 결혼과 성관계를 별개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결과다. 실제로 우리학교 학우들의 83%가 ‘혼전 성관계가 결혼의 충분조건이냐’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다. 박지은(경영 10) 학우는 “혼전 성관계는 연인들 간의 사랑 표현 방법 중 하나”라며 “성관계를 맺었다고 해서 그 사람과 꼭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관계는 사랑하기 때문에

2005년 스포츠조선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의식 조사에서 ‘사랑 없이 성관계가 가능한가’에 대한 대답으로 81.3%의 여성이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학우들의 경우에도 성관계를 맺은 이유에 대해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답변이 과반수를 넘었고(61%), ‘호기심 때문에’가 18%, 그 외 ‘성적 욕구 때문에’(19%), ‘상대의 권유 때문에’(2%)라는 응답이 뒤따랐다. 이를 통해 학우들은 성관계를 사랑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학우들의 대부분(84%)은 ‘관계를 맺은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성관계의 경험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혼전성관계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가 45%로 가장 높은 응답을 기록했고 ‘성관계에 대한 심리적 부담’(24%)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22%)가 뒤를 이었다.

 혼전성관계, 사회적 시선과 임신이 두려워

「성의 자율성과 순결이데올로기」(이경화, 1994)에서는 ‘우리사회는 여성에게 이중 성규범을 적용시킨다’며 ‘여성의 순결은 여성 당사자보다 남성에 의해 더 강요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생각은 2000년대 들어서도 계속 나타났다. 2009년에는 아르바이트 전문 구인구직 포탈 알바몬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 의식 조사’에서 혼전 순결이 ‘남성에게는 관대하면서 여성에게만 혹독한 성차별적이고 가부장적인 단어’라고 응답한 여성이 17.4%로 나타난 것이 바로 그 예이다. 이로써 1994년에 제기됐던 여성의 순결이데올로기 문제가 15여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우리의 의식에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 학우들은 혼전순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설문 결과 혼전순결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의견(51%)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의견(49%)보다 조금 높게 나타났다. 혼전순결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이유로는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가 47%로 제일 높았고 ‘좋아하는 사람과의 감정이기 때문에’가 40%로 뒤를 이었다. 김예인(법 09) 학우는 “혼전순결은 개인의 신념 일뿐 다른 사람에게까지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 ‘혼전순결이 좋다’는 사회적 인식 자체도 사라져야 한다”고 답했다.
 한편 혼전순결에 대해 ‘긍적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이유로는 ‘계획하지 않은 임신 가능성 때문에’가 39%로 가장 높게 나타나 임신에 대한 우려가 높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온라인 리서치 전문그룹 ‘두잇서베이’에서 실시한 ‘대학생의 성의식’ 설문에서 성경험이 있는 대학생 중 17.7%가 임신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이진아(교육 11) 학우는 “많은 사람들이 피임지식 없이 성생활을 즐기는 것 같다”며 “본인의 몸을 책임질 수 있는 피임지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관계를 맺은 우리학교 학우들의 대부분(87%)은 성관계 전 피임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사용된 피임법은 콘돔(75%)이 압도적이었고 그 외에 경구피임약(9%), 월경주기법(6%)을 피임법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실시한 설문에서도 여성이 가장 많이 사용한 피임법이 콘돔이었고 경구 피임약의 비율은 11.7%에 그쳤다. 피임을 하지 않은 학우들을 대상으로 피임하지 않은 이유를 물은 질문에서는 ‘관계 시 만족감이 덜하기 때문에’라는 응답이 60%로 가장 많았고 ‘관계가 충동적으로 이뤄져서’(30%)가 그 뒤를 이었다.
 그 외 혼전 성관계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는 ‘성별에 관계없이 혼전 성관계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에’(27%), ‘여성으로서 혼전 성관계시 사회적 시선이 부정적이기 때문에’(15%)가 뒤를 이었다.

 

혼전동거, 사회적 시선 부담스러워

우리 사회의 성 의식이 개방됨에 따라 혼전동거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2008년 한국대학신문이 전국 20개 대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생활 의식 조사를 벌인 결과 혼전 동거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74%로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학교 학우들의 대다수(65%)는 ‘혼전동거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이슬기(행정 10) 학우는 “동거에 대한 기성세대의 시각이 좋지않아 부담스럽다”고 답했으며 이서영(미디어 12) 학우 또한 “원치 않는 임신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결혼 전 동거를 반대했다. 한편 김경진(경영 12)학우는 “결혼 전 동거를 함으로써 그 사람이 나와 맞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말하며 혼전동거에 찬성했다.

과거 언급하는 것 자체가 터부시돼 음지에서만 다뤄졌던 성은 이제 영화, TV드라마 등 대중매체를 통해 공개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번 설문을 통해 대학생들의 성 의식 또한 과거에 비해 개방적으로 변화됐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변화와 함께 성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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