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상
시간
박은선(안양예술고등학교)
목욕탕의 전자시계가
시와 분 사이에서
빨간 불빛을 깜박이며 흐른다.

평상 위
세월이 물결치는 여자들의 갈색 눈썹 사이
나는 텔레비전을 보며
찢어진 시간의 살점을 물어뜯고 있다.

울퉁불퉁 날카로워진 기억들이
손톱깎이를 가져왔다.
자라도 자라도 멈추지 않는
손톱은 이제 겨우 열아홉,
또각또각 손톱 끝에 담긴 시간을 자르며
새롭게 자랄 나를 키우며 위해 지나간 나를 버린다.

쓰레기통 안에는
얼마 전까지 내기 묶고 다니던 머리카락과
목욕탕 사람들이 버리고 간
수많은 시간들

옷장에서 몇 시간 전의 나를
다시 주워 입고 나온 밖에는
아까 내가 자른 시간의 반달이 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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