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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과 밖, 용산을 재조명하다<르포> 무너진 남일당, 용산참사는 어디에도 없었다
김정은 기자  |  smpkje83@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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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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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집회 구심점 역할 하던 남일당
현재는 기억하는 이 조차 없어

용산구 한강로 2가, 옛 남일당 건물 터를 찾기 위해 무작정 길게 이어진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용산역 1번 출구에서 나와 꽤 오랜 시간 길을 걸었지만 옛 남일당 터는 찾을 수 없었다. 주변 상인들과, 길 가는 사람들에게 위치를 물었지만 과거 남일당 건물이 위치했던 곳을 정확히 아는 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게 정확한 정보 없이 길을 걷던 중, 어느 순간 재개발이 중단 돼, 길 따라 세워놓은 약 2미터 정도 높이의 EGI펜스 벽이 눈에 들어왔다. 보도와의 경계를 급하게 나누어 놓은 듯한 벽엔 이제는 다 찢기고 지워져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벽보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갈 곳 없는 철거민, 여기가 무덤이다’ 그나마 육안으로 구분이 가능한 이 문구는 이곳이 우리가 찾던 바로 그 곳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참사 후 3년이 지난 지금 벽 너머의 옛 남일당 건물 터는 현재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을까. 벽 너머로 남일당 건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수십평 넓이의 부지는 이제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차 몇 대가 세워져 있는 주차장은 이곳이 과연 옛 남일당 터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고요하기만 했다. 남일당 건물 위와 아래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화염병과 물대포로 대치했던 경찰과 철거민 농성자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많은 매체들로부터 전해 들었던 그 날의 용산은 완전히 사라진 듯 했다. 주차장 옆에 위치 한 건물 벽의 불에 그슬린 자국만이 당시 상황을 말해주는 단서
였다.
   

  용산 참사 관련자들의 대법원 판결과 세입자 보상 문제로 철거가 보류됐던 남일당 건물은 2010년 12월 1일, 협상문제가 극적 타결되며 철거 됐고, 역사 속으로 그 모습을 감췄다. 건물이 철거되고, 그 후 이곳은 20m 남짓한 길이의 벽으로 급하게 가려졌다. 사건 후 얼마간 이 곳은 용산참사에 분노한 이들의 구심점이 되는 장소였다. 그러나 3년이라는 세월은 너무 오랜 시간이었을까. 당시 용산참사 사건으로 구속된 8명은 아직도 감옥에서 풀려나지 못했지만 옛 남일당 터는 이제 더 이상 기억하는 사람조차 없는 평범한 주차장, 그 이상 어떤 의미도 가지지 못한 듯 했다.

  올해 초, 3주기를 맞은 용산 참사 희생자 유족들은 주차장으로 변해버린 남일당 건물터에서 허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는 이 곳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은 물론 근처 식당가 사람들이나 회사원들조차 용산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주차장을 이용하는 사람을 붙잡고 혹시 여기가 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난 장소인지 묻자, 돌아오는 대답은 모른다는 시큰둥한 반응뿐이었다. 3년 전, 뜨겁게 불타올랐던 남일당 건물은 이제 차갑게 식어 사람들 기억 뒤편으로 가라앉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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