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25시]

작년 하반기 방영된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와 올해 초 방영된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 각각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브라운관에는 ‘퓨전사극’ 열풍이 생겨났다. 이 열기를 타고 <옥탑방 왕세자>, <신의>, <아랑사또전> 등 일주일 내내 공중파에서 사극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극이 방영됐다. 이 인기는 스크린에도 이어져 지난 9월 개봉한 <광해>는 1000만 관객영화로 막을 내렸다. 이렇듯 요즘에는 퓨전사극이 인기 장르로 자리 잡아 계속해서 제작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퓨전사극은 기본적인 고증조차 따르지 않고 극을 제작하기 때문에 비판을 받는다. 그 예로 2008년 방영된 <바람의 화원>에서는 신윤복의 화풍이 여성스럽다는 이유로 신윤복을 ‘뛰어난 재능을 지녔으나, 남자로 살아야 했던 비운의 여성’으로 등장시켰다. 또한 2011년 <공주의 남자>에서는 신숙주의 모습이 부정적으로 왜곡됐다며 후손들이 방송사와 작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던 일도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역사적 개연성이 있다면 헌법상 작가의 예술적 자유를 허용한다’며 방송사 측의 손을 들었다.

  이러한 사극 제작은 각색된 역사임을 명시하지 않을시 신윤복을 여성으로 등장시킨 예와 같이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준다. 심지어 역사관이 아직 자리 잡지 않은 어린 시청자들은 드라마 내용을 정사로 인식하기도 한다. 이들에게 ‘진짜’가 아닌 ‘만들어진’ 역사를 보여주면 안 되는 이유다.

  대중매체의 영향력이 커져가는 만큼 특히 역사 소재의 드라마는 함부로 왜곡돼서는 안 된다. 흥미와 대중성만을 중시할 것이 아니라 역사의 사실을 바탕으로 한 짜임새 있는 구성과 내용이 필요하다. 우리의 전통과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 없이 흥행만을 위한 사극이 무분별하게 제작되는 풍토가 지속돼서는 안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 또한 드라마는 드라마로, 영화는 영화로 즐기고 역사는 역사 자체로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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