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0일, 전남 나주에서 20대 남성이 7세 여자아이를 납치해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끔찍한 범죄에 사람들은 경악
을 금치 못했고, 언론은 연일 범인에 대한 기사를 보도했다.
며칠 뒤, 한 일간지 1면에 범인의 사진이 실렸다. ‘지인들과 어울리는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범의 모습’이라고 설명된 사진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청년의 얼굴이 있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SNS에는 ‘친구가 성폭행범으로 몰렸다. 도와달라’는 내용의 글이 일파만파로 퍼지기 시작했다. 엉뚱한 사람의 사진을 1면 보도로 실은 것이다.
해당 일간지는 이틀 뒤 오보를 시인하고 사과 글을 게재했다. 그러나 신문은 이미 발간된 후였고, 개그맨 준비생이던 평범한 청년은 하루아침에 ‘짐승만도 못한 놈’이 돼버렸다.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자, 성폭행범으로 몰린 남성은 ‘죽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
이는 언론사 간 과도한 ‘특종’ 경쟁이 낳은 비극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언론들은 보다 자극적인 내용을 담기위해 경쟁한다. 같은 사건을 보도해도 숨겨진 내용을 더 많이 찾아내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자 한다. 또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인터넷 신문들은 모든 제목에 ‘충격’ ‘경악’이란 단어를 붙이며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다. 결국 언론사간 과도한 경쟁이 평범한 대학생을 인면수심의 아동 성폭행범으로 만든 것이다.
언론은 단순히 사실 보도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다. 언론은 사람들에게 ‘진실’을 전달해주는 스피커의 역할을 해야 한다. 사람들은 그 역할을 믿고 그들의 말을 신뢰하기 때문에 언론을 ‘제 4의권력’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큰 영향력을 가지고 대중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일간지 오보가 보여주듯, 요즘 언론들은 자신들의 역할과 영향력을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 상업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요즘의 언론은 자신들의 역할이 신문을 많이 팔고 조회 수를 높이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억압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국민을 위해 바른 소리를 하다 폐간되던 군부독재 시절의 언론을 생각하면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오보 사건이 물론 실수였겠지만, 죄송하단 말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린 일을 용서받을 수는 없다. 오보를 낸 신문사 뿐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언론사들이 이번 사건을 통해 자신들의 힘이 얼마나 크고 무서운지를 느꼈길 바란다. 언론이 잘못 되면 국민 전체가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볼 수도 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흥미위주의 자극적 기사로 소중한 지면을 할애하기보다, 국민을 위해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는 ‘용감한 언론들’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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