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이야기(東京物語, Tokyo Story, 1953)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을 일상화한 이 작품은 태평양전쟁 직후 무너지는 가족의 실체를 동양적 정서로 표현하고 있다.”- 이지형(일본학 전공) 교수 추천

전쟁은 사회에, 가족에, 인간의 삶에 어떻게 파고들까. 태평양전쟁 8년 뒤에 만들어진 영화 <도쿄이야기>는 한 가족의 삶을 통해 전쟁 이후 일본의 혼란한 사회상과 가족 제도가 붕괴되는 모습을 담담히 보여주고 있다.


오노미치에서 살고 있는 노부부는 자식들을 만나기 위해 도쿄로 향한다. 그러나 아들 교이치와 딸 시게는 부모의 방문을 부담스러워 하며 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를 댄다. 그들은 전쟁 때 죽은 막내아들의 부인인 노리코에게 부모를 떠넘겨 도쿄를 구경시키도록 한다. 노리코는 귀찮아하는 두 자식과는 달리 노부부를 따뜻이 보살핀다.


미망인인 노리코에게 신세지기 미안한 노부부는 자식들의 눈치를 살피며 이리저리 잠자리를 찾아 전전하다가 결국 고향 오노미치로 되돌아간다. 고향에 돌아가던 중 몸에 이상 증세를 보인 부인은 집에 도착한 후 죽음을 맞게 된다. 임종을 지키고자 찾아온 자식들은 부인이 죽자 급히 각자의 집으로 흩어져 돌아간다. 홀로 된 남편의 곁을 지키는 것은 오직 며느리 노리코 뿐. 연신 부채질을 하며 먼 하늘을 바라보는 남편의 쓸쓸한 모습으로 영화는 끝난다.


<도쿄이야기>는 일본의 3대 거장 중 한 명인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대표작으로서, 전쟁 시기에 자식을 키워 힘겹게 살아온 노부모와 그들을 냉담히 대하는 자식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노인이 만난 옛 친구는 ‘우리 자식은 마누라 눈치보느라 날 완전히 짐짝 취급해.' 늦둥이 외아들이라 너무 잘해준 게 문제였어.’라고 한탄한다. 이렇게 부모의 애정을 잊은 채 혼자 살기에 바쁜 자식들의 모습은 붕괴되고 있는 당시 가족 제도를 반영하고 있다.


영화 내내 일본 예의 친절한 말투와 절제된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 흑백필름 속에서 한 숨 고르며 천천히 행동하는 노부모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별히 극적인 사건 없이 잔잔히 흘러가는 영화의 담담함은 한 가정을 통해 전쟁 이후 근ㆍ현대 사이의 과도기를 겪는 일본 사회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물한모금
‘지금 돌아가시면 어쩔 수가 없잖아요. 묘에 이불을 덮어드릴 수도 없고…….’ 노부인이 죽
자 셋째아들은 부모에게 소원했던 스스로를 돌아본다. 그러나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노부인에 대한 후회는 부질없이 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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