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광고하는 가벼운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선다. 거리에 늘어선 수많은 카페 중에서 쿠폰 도장을 이미 6개 채운 카페에 들러 커피를 산다. 초코렛 1개를 사려고 들른 편의점에서 2+1이라는 문구를 보고 3개를 집어 든다.’ 이 중에서 하나쯤은 공감하지 않는가.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마케팅 자극에 마음을 빼앗긴다. 판매자들은 더 이상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저렴한 가격만을 내세우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그들은 우리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일까.

 

 *역발상 마케팅

“크리스마스에 왜 꼭 연인 이벤트를 하죠? 돈은 쓰고 싶은데 애인은 없고 집에서 특선 영화나 보는 솔로들을 대상으로 삼으면 안 되는 겁니까? 그런 외로운 솔로들을 자극하는 멘트, 크리스마스에 확 비나 쏟아져라!” 이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김주원(현빈) 사장이 했던 말이다. 이처럼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존의 틀을 깨고, 보다 신선하고 파격적인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것을 역발상 마케팅(Reverse Marketing)이라고 한다. 고정관념, 선입견을 깨뜨리고 신선한 충격을 줌으로써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마케팅 방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자일리톨’의 경우, 기존에 심심풀이 기호상품 정도로 여겨지던 껌이라는 상품에 충치 예방이라는 혁신적 기능을 접목했다. 자일리톨은 이러한 기능을 통해 일반 껌에 비해 적은 양과 1.7배 정도 비싼 가격으로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또한 충치 예방 껌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구강건강 캠페인’을 활용해 무료시식 행사를 벌이기도 하고, 껌 포장지에도 ‘대한치과의사협회 공식인증상품’이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뿐만 아니라 ‘자기 전에 씹는 껌’이라는 역발상적인 카피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역발상 마케팅의 사례로는 매일유업에서 출시한 우유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가 있다. 소위 ‘단지우유’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빙그레사의 ‘바나나맛 우유’는 대표적인 바나나우유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이러한 기존 시장에 매일유업은 웰빙 이미지를 강조하며 저지방과 무색소의 바나나우유를 출시했다. 바나나우유는 노랗다는 고정관념을 뒤집고 우유 이름 자체를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로 지어 선점효과를 누리고 있는 빙그레 바나나우유와의 경쟁을 꾀했다.

 

*PPL(Product placement) 마케팅

흔히 간접광고라 불리는 PPL은 특정 기업의 협찬을 대가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해당 기업의 상품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끼워 넣는 광고기법이다. 기업 측에서는 화면 속에 자사의 상품을 배치함으로써 관객(소비자)들의 무의식 속에 상품 이미지를 심는다. 이는 관객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으면서 상품을 자연스럽게 인지시키는 효과가 있다. 영화사나 방송사 측에도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작용해 도움이 된다.

PPL이 등장한 초기에는 영화나 드라마의 제작부서에서 시나리오를 보고 기업이나 점포를 방문해 각 장면에 필요한 소품을 요청해 배치했다. 그러나 영화나 TV 프로그램 속에 등장한 제품이나 브랜드의 인지도와 매출이 상승하자 기업들은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PPL을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즉, 이제 PPL은 단순히 콘텐츠 내에 소품을 배치하는 것을 넘어서 제품이나 제작비를 협찬해 주고 그 대가로 기업이나 제품, 브랜드 로고를 노출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011년 런칭한 프랜차이즈 망고식스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 방영된 드라마 <신사의 품격>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했다.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망고식스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고, 드라마 방영 이후 4배의 매출 상승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작품 내용의 흐름과 상관없는 PPL의 노골적인 활용은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안겨주는 역효과를 낳는다. 던킨도너츠가 협찬한 드라마 <더킹 투하츠>에서는 주인공인 이재하(이승기)가 도너츠를 먹는 장면이 별다른 이유 없이 빈번하게 나타났다. 이에 더해 <더킹 투하츠>는 의도적으로 던킨도너츠와 유사한 발음을 제목으로 정해 PPL로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결국 <더킹 투하츠>는 과다한 상표 노출로 방통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코즈(Cause) 마케팅

코즈마케팅이란 기업이 사회적인 이슈를 이익 추구에 활용하는 마케팅 기법을 뜻한다. 여기서 코즈(Cause)란 대의명분을 의미하는데, 소비자를 통해 기업이 공익적 가치를 얻는 마케팅 활동을 말하며 ‘착한 마케팅, 착한 소비’로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코즈마케팅은 기업이 일차적 목적인 이윤추구를 넘어서 사회적 책임에 대해 관심이 높아짐을 보여준다. 소비자들 역시 같은 값이라면 환경과 사회에 이로운 제품을 구입하자는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코즈마케팅의 대표적 성공사례로는 ‘내일을 위한 신발(Shoes for Tommorrow)’라는 뜻을 가진 탐스(TOMS)슈즈가 있다. 탐스슈즈는 ‘One for one’이라는 독특한 기부공식을 갖고 있는데, 이는 소비자가 신발을 한 쌍 구입하면 그와 동시에 한 쌍의 신발을 기부하는 것을 의미한다. 불가능할 것 같은 이 기부사업 아이템을 현실화 시킨 사람은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라는 미국인 청년인데, 그는 2006년 여름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던 중 많은 아이들이 맨발로 걸어 다니는 모습을 목격했다.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이 상피병이라는 병에 걸려 고통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고 블레이크는 이들에게 신발을 신겨줘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일회성 도움이 아닌 지속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탐스슈즈라는 신발회사를 차렸다.

초창기에는 홍보활동을 하지 않아 부진한 판매를 이어갔지만 독특한 기부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인 한 기자가 신문에 탐스슈즈를 소개했다. 이 후 탐스슈즈는 폭발적인 매출을 기록하게 되는데, 6개월 후 탐스슈즈는 1만 켤레를 판매하고 아르헨티나 아이들 1만 명에게 신발을 기부했다. 이는 착한 브랜드가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공감을 이끌어낸 결과로, 대표적인 코즈 마케팅의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현재 탐스슈즈는 30여 개국에 지부를 둔 글로벌한 브랜드로 성장했고 색상이나 굽높이 등 다양한 디자인을 새롭게 선보이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프리미엄 마케팅

프리미엄 제품은 같은 종류의 다른 제품보다 비교적 비싼 가격에 판매되지만 디자인이나 기능, 품질 면에서 차별화 된 제품이다. 고급화를 지향하는 고객을 판매대상으로 삼는 것을 프리미엄 마케팅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물품을 구매할 때 소비자들은 수요법칙에 따라 구매여부를 결정한다. 수요법칙이란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량은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량은 증가하는 관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 법칙에도 예외가 존재하는데, 프리미엄 마케팅도 이에 포함된다.

그 중 하나의 사례로 국내 아이스크림 전문점들 중 판매량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배스킨라빈스를 떠올릴 수 있다. 더운 여름날의 간식거리로 여겨지던 저관여 제품*인 아이스크림 시장에 고급화 바람이 불면서 1986년 배스킨라빈스 명동 1호점을 필두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프리미엄 시장의 선두주자인 배스킨라빈스가 저가형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성공한 원인은 단순히 맛이나 가격에 있지 않다. 브랜드 네임에서도 알 수 있듯이 31일, 매일 다양하고 색다른 31가지의 맛을 골라 먹는 재미로 연결했다. 이를 통해 아이스크림 판매를 넘어 즐거움까지 파는 곳이라는 의미를 더하는 효과를 얻어 성공을 이뤄냈다. 특히 파스텔톤 색상은 아이스크림의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심어주었고, 일관된 광고 캠페인 전략을 통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에서의 절대적인 위치를 구축하게 됐다.

 이 밖에도 우리 생활 속에는 수많은 마케팅 방법들이 존재한다. 본교 경영학부 김소리 교수는 “마케터들은 우리(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많은 자극들을 주고 있다. 현명한 소비자가 되려면, 수동적인 자세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매력적으로 느끼게끔 하는 주어진 자극 이면에 숨은 의도를 파악하고 소비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다양한 마케팅 메시지를 무의식적으로 스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놓치는 마케팅 요소들을 알고 나서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면, 동일한 소비를 하더라도 그를 통해 얻는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다.

저관여 제품* : 값이 싸고 상표간의 차이가 별로 없으며, 잘못 구매해도 위험이 별로 없는 제품. 구매할 때 소비자의 의사결정 과정이나 정보처리 과정이 간단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제품.

 

 

 

<참고 문헌>

뜨는 마케팅으로 승부하라 (김대영)

마케팅의 이해 (김소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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