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전국구 스타 됐다면서요? 그녀는 죽었지만 우리는 7개월 동안 사랑하면서 항상 재미있었어요.” 서산 아르바이트생 성폭행범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최근 신문이나 인터넷 뉴스에는 이렇듯 아동성폭행, 여대생 납치와 성폭행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소식으로 가득하다.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성범죄.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여성을 대상으로 이러한 범행을 저지르는 것일까. 그들의 심리와 범행동기를 알아보기로 했다.

 

* 그들이 악마가 된 이유


 성범죄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성충동이나 성적욕망에 의해 발생하는 단순한 범죄가 아니다. 성범죄행위 또한 다른 행위와 마찬가지로 물질적이고 사회적인 강화를 통해 학습된다. 타인의 어떤 행동에 대한 보상이나 처벌을 보고 모방을 통해 그 행동을 학습한다는 의미다.

 일반인들에 비해서 성범죄자들은 강간에 대한 지식을 더 효과적으로 배우고, 성범죄와 폭력성에 대해 우호적이다. 수원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한 범인 오원춘은 범행 당일 40회 이상 음란물을 검색했고, 시신을 유기하는 동안에도 음란물을 볼 만큼 중독된 상태였다. 통영 초등학생 납치 살해 사건의 범인 김점덕 역시 심각한 음란물 중독자였다. 검거 당시 그의 컴퓨터에는 음란 동영상 70여 편과 수많은 성인소설이 저장돼있었다.

 특히, 성범죄를 지향하는 성향은 대인관계에서 학습되거나 미디어 매체를 통해서 강화되는 경우가 많다. 여성에 대한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모방하기도 하고 그에 대한 피해자의 고통, 공포, 모욕감 등에 대해서 관대해진다. 최근 아동성범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아동음란물 단속 및 규제를 제시한 것은 이러한 논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게다가 성폭행범은 피해자의 ‘아니오’라는 대답을 ‘예’라고 생각하거나 피해자가 자신을 유혹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심각한 문제는 범죄자가 아닌 많은 일반인들도 ‘정숙한 여자는 강간당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늦은 밤에 돌아다녔다거나 짧은 치마를 입었다와 같은 사실을 강조하며 성범죄의 발생 원인을 여성, 나아가 피해자의 책임으로 돌린다. 이러한 인식은 남성들의 성범죄를 고무시키고, 강간당할 만한 여성이 강간을 당한다는 왜곡된 인식을 부추겨 성범죄에 대한 남성들의 관대함을 촉진시킨다. 이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욕이나 통제욕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들의 심리적 특성

 범죄심리학에서는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심리적인 특성을 세가지로 보고 있다. 먼저, 이러한 왜곡된 인식을 가진 성범죄자들 중에는 타인에 대한 감정이입 능력 및 자기행동에 대한 자책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특히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상해를 입게 되는 피해자에 대한 감정이입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대표적으로 최근 일어난 나주 성폭행 사건의 범인 고종석은 “나도 피해자도 둘 다 운이 없었다”며 범행에 대한 자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이 유형의 성범죄자들은 여성이 다정하게 대하는 것을 유혹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여성의 주장에 대해서는 적대감을 느끼기도 한다.

 둘째로 그들에게서는 사회성 부족이나 소외감과 같은 정신분열적 성향이 나타난다. 대인관계가 매우 불안하고 소유욕이 강하며 질투심과 의존성향 또한 높다. 사고도 매우 극단적이며 분노의 감정을 직접 표현하기보다 타인에게 해가 될 수 있는 방해물을 만드는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표현한다. 또한 그들은 성과 관련된 일탈적 환상에 빠지는 경우가 흔하고, 일상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사고와 행동에 몰입하는데, 그 대부분은
성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이를 통해 그들은 스스로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핑계거리를 제공하며 같은 행위를 다시 또 범한다.

 마지막으로 성범죄자 중에는 성장과정에서 성적학대나 다른 폭력의 피해경험이 있어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특히 그들은 부모와의 관계가 제대로 형성돼있지 않아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도 어려움을 느낀다. 이러한 경험으로 그들의 자존감은 점차 낮아지고 사회적 상황에서의 자신감도 잃게 된다. 이 때문에 그들은 결과적으로 반사회적, 병리학적 생활방식의 특징을 보인다. 2010년에 발생한 부산여중생 살인사건의 범인 김길태는 중학교 시절 자신의 부모가 친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돼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이름이 길에서 주워왔다는 의미라는 사실을 알고 모욕감을 느꼈고 자존감 역시 흔들렸다. 그렇게 엇나가기 시작한 그의 성장 배경으로 성인이 된 김길태는 성폭행과 살인을 저지르고 시신을 유기해 무기징역을 받았다.

 

*악마는 태어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이와 같은 심리적 특성과 범행동기를 살펴보면, 성범죄자들은 주로 성장과정에서나 사회적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공격적인 성향을 형성하게된다. 이에 대해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성범죄는 사회에 대한 반감과 왜곡된 인식을 갖고 행하는 폭력이다. 다양한 사회적 관계와 더불어 그러한 관계와 연합된 개인적인 성향이 함께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녀는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문제나 사회적 문제 한쪽에만 초점을 맞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서공감능력이 부족하고 왜곡된 인식을 갖고 남을 해하는 범죄자는 개인의 책임이지만 아동청소년음란물을 배포해도 처벌하지 않는 것과 진정한 성교육을 꺼려하는 것, 아이들을 보호하는 환경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사회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며 개인과 사회 양측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 유형별로 알아보는 성범죄자

 

가장 많은 유형 '남성성 확인형'

 가장 흔한 유형으로 여성에게 자신이 남성임을 과시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다. 남성다운 외모나 체격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많다. 정상적인 방법을 통한 여성과의 만남을 경험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나 성적으로 여성과 교제하는 데 자신감이 결여된 이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남성성을 확인하기를 원하고 피해자의 반응을 왜곡하여 지각함으로써 피해자도 즐기고 있다는 환상을 가진다.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경우 살인을 저지르기도 하는데, 이 경우 사후사체훼손을 통하여 성적환상을 실현한다.

성적 매력 과시하는 '권력형'

 자신의 우월성을 매개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은 성적 만족감이 목적이 아니라 성행위를 통하여 자신의 힘과 성적인 매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상대방에게 자기의 주체성, 성적인 능력 및 지배성을 증명함으로써 자신 속에 있는 열등감과 왜소감을 부정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들은 신사적 태도로 피해자에
게 다가가 환심을 산 후 범행을 저지르는데, 일반적으로 무력을 사용하진 않는다. 그래서 이 경우의 피해자들은 신체적 상처를 받은 흔적이 남지 않아 다른 피해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비난을 더 받기도 한다.

분노를 다른 대상에게 '분노치환형'

 이 유형은 자신이 증오하는 사람과 비슷한 외모나 분위기를 갖고 있는 사람을 선택하여 범행을 저지른다. 또한 이들은 폭력적이며 신체 학대를 목적으로 한다. 자신이 분노를 느끼는 대상에게 직접 표출하지는 못하고, 자신보다 약한 여성에게 폭력적인 성행위를 하는 것이다. 이들은 여성들을 처벌하고 모욕감을 주겠다는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다. 이들은 계모로부터 모진 학대를 받았거나 어머니로부터의 유기, 연인과의 실연 등의 경험을 갖고 있다. 피해자가 모욕감을 견디면 그치는 경향이 있으나 반항하면 잔인한 살인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가장 난폭한 '가학형'

 성범죄 중에서 가장 드물지만 가장 난폭한 형태다. 분노와 권력이 성적으로 변형되어 가학적인 공격행위 그 자체에서 흥분을 일으키는 정신 병리학적 형태로, 의도적으로 피해자를 학대하며 피해자가 무기력하거나 고통을 받는 모습 등에서 쾌락과 만족감을 얻는다. 피해자가 반항하는 모습에서 만족감을 얻기 때문에 피해자를 때리고, 목을 조르는 등의 거칠고 가학적인 행위를 행하기도 한다. 피해자의 손과 발 등을 절단하기도 하고, 심지어 살인까지 이르는 경우도 많다.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며 피해자는 주로 낯선 사람인 경우가 많다.

다른 범죄와 함께 '기회주의형'

 이들은 처음부터 성적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재산범죄 등을 행하는 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성적 충동으로 인해 성범죄를 저지르는 유형이다. 강도짓을 하는 동안 강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단순히 범하는 경우가 이유형에 포함된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사례로, 한 남자가 포르노를 보다가 성욕충동을 이기지 못해 바깥으로 나가 지나가던 여성을 강간 시도하다가 살인을 저지른 일이 있다. 이 유형의 가해자들은 성행위를 성욕 해소의 도구로 이용하기 때문에 공격적 성격이나 반사회적 생활패턴이 내면화 되어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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