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송(동래여고)

글제 : 나를 움직이는 힘

 

저는 미숙아입니다. ‘1.21kg’의 작은 몸무게로, 정상체중의 태아보다 훨씬 미달이었던 작은 아이. 저는 자그마치 칠삭둥이였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전치태반으로 생살을 가르고 저를 낳으셨습니다. 물론 마취도 하지 않은 채 말입니다. 그렇게 채 10달도 다 채우지 못하고 저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마취를 하지 않으셨던 이유는, 다름 아닌 의사의 한마디 때문이었습니다.

 

“태아가 너무 작아, 마취를 하면 실명이 올 수도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인자한 미소와는 다르게 입술 사이로 내뱉어진 한마디는 참으로 가혹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저희 어머니께서는 아무런 마취를 하지 않으신 채 차가운 커터칼로 생살을 자르셨습니다. 또한 어머니께서는 수술을 들어가기 전에 ‘수술동의서’뿐만 아니라, 차가운 그래서 마음 한구석을 얼게 만드는 ‘수술 시 환자가 사망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그 서러운 종이 위에다 어머니의 입술처럼 붉은,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어머니의 가녀린 손가락 끝에 묻혀진 지장을 찍으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차갑고 서러운 매스가 어머니의 배를 갈랐음에도 불구하고, 갓 깨어난 어머니의 충혈된 눈에 비친 할머니의 첫마디는 ‘축하한다’라는 따뜻하고 다정한 한마디가 아닌 ‘아이는 또 가질 수 있으니까……’라는 심장을 쿵!하고 떨어지게 만드는, 내동댕이 쳐진 심장이 먼지 쌓인 바닥을 나뒹굴게 만드는 한마디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갓 태어나 축하와 사랑 속에 둘러 쌓여 있어야 할 때에 혼자서 딱딱하고 차가운 투명 플라스틱 속에 있었습니다. 그것도 수백 개의 바늘과 기계들이 따뜻한 어머니의 품 대신에 저를 감싼 채 말입니다. 어머니께서 저를 보러 겨우 몸을 내딛어 한걸음을 걸으면, 그 아까운 걸음이 무색하게 가족들은 어머니를 막아선 채 ‘안 된다.’라는 단호한 한마디를 붉어진 눈으로, 떨리는 손으로 어머니를 향해 외쳤다고 합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난 후에, 어머니께서는 새벽 일찍 모유를 짜서,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저를 찾으러 신생아실로 향했답니다. 그러나 곤히 잠든 천사들 사이로 저는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흰색 간호복을 입은 간호사의 옷을 붙들고 떨리는 목소리로,

“제 아이는 어디 있나요?”

하는 어머니의 물음에 간호사의 안쓰러운 눈빛이 감싸고 그녀가 가리킨 손 끝으로 남들과는 조금 달라서, 그래서 더욱 특별한 제가 있었습니다. 겨우 있던 수분마저 빠져버려 더욱 줄어든 몸과 무엇인가로 감싸진 두 눈, 그리고 겨우 내뱉을까 하는 작음 숨소리. 미세하게 떨리는 저의 심장박동을 들으며 어머니께서는, 나의 엄마는 나를 먹이려 설레이며 짰을 첫 모유를 놓쳐 버린 채 그렇게 몇 시간을 하염없이 울기만 하셨다고 합니다. 조금 특별한 저의 앞에서 우리 엄마는 그리고 저의 가족들은 서로를 안고 계속해서 울기만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어머니께서는 수술한 지 하루 만에 머리를 감으셨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특별한 저를 위해, 의사의 ‘살 수 있는 확률이 거의 희박합니다.’라는 말을 뒤로 한 채, 매일 아침에 모유를 짠 후,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서, 그렇게 귀한 걸음 걸음을 내딛어 어머니에게는 목숨보다 소중한 저에게로 오셨다고 합니다.

“봄이야, 잘 잤니? 엄마 왔어.”

그렇게 몇 달 며칠 동안을 저희 어머니께서는 새벽마다 저를 보러 오셨습니다. 다행히 그 덕분에 저는 가녀린 생명의 끈을 꽉 붙잡고 버틸 수 있었고, 겨우 2kg이 되어, 차갑고 뾰족한 바늘밭이 아닌 따스한 봄볕이 내리쬐는 엄마의 품으로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기적이 정말로 있다고 믿으십니까?”

저는 모두가 죽을 것이라 확신하던, 태어나 웃음소리보다 울음소리를 먼저 들어야 했던 아이였습니다. 그런 제가 이만큼 자라게 되고, 지금 이렇게 웃을 수 있게, 살 수 있게 된 것은 제가 남들과는 조금 다르거나 특별해서라기보다는 저를 남들보다 더 많이 특별할 수 있도록 늘 커다란 사랑을 주시는 나의 가족, 나의 사랑, 이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가 제 곁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작고 여리던 제가 키가 자라고 살이 찌고, 벌써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커다란 짐을 지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또 한번 저의 인생에서 커다란 고비 앞에 서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 커다란 파도를 자유로이 헤엄쳐 더 큰 바다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 이유는 바람이 되고 돛대가 되고 더욱 커다란 배가 되어주시는 저희 어머니, 우리 엄마가 계시기 때문입니다. 매일 아침마다 저보다 먼저 일어나 따뜻한 밥 한끼 든든하게 먹이고 보내고 싶어서 새벽같이 쌀을 씻고, 그런 아침을 먹으며 웃는 저에게

“아침을 먹어야 든든하게 공부하지. 기적의 엄마 딸은 잘 할 수 있을거야! 꼭!”

이라 말씀해주시는 우리 엄마, 짜증도 부쩍 늘고 괜한 스트레스로 엄마를 힘들게 하는 못난 딸인 저는, 요새 눈이 많이 나빠지셔서 힘들어 하시는데도

“병원가세요.”

라고 밖에 말하지 못하는 못된 딸인 저는, 이렇게 또 한번 반성을 합니다.

‘딸은 엄마의 꿈이다.’

제가 엄마의 꿈이자 사랑이자 삶의 이유인 것처럼 저 또한 그런 사람으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밖에서 떨리는 손으로 기도하고 있을 우리 엄마, 내 삶의 이유이자 공기처럼 없어서는 안되는, 나를 이끌어주고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우리 엄마.

‘나를 움직이는 힘!’

나의 어머니, 나 밖에 모르는 우리 엄마,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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