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인의 독서, 문학이 33% 차지해

 

교보문고 2006년도 국내 서적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보면 문학 분야와 어학 분야가 각각 11권, 3권으로 상위 20위의 70%를 차지했다. 문학 분야 내에서도 고전이나 명작보다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다빈치 코드』 등의 소설에 집중됐다. 위와 같은 책이 인기를 끈 것은 ‘책의 영화화’가 한 몫 했다고 분석된다. 실제 동명(同名)의 영화들이 상영되는 동안 책의 판매량이 늘었다는 보고도 있다.

이와 더불어 베스트셀러에는 ‘해리포터 시리즈’나 처세술 등의 책이 점점 자리하고 있다. 동시에 인문사회과학분야의 신간들은 판매량이 1,000권도 넘지 못해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사회는 책 편식으로 인해 교양ㆍ전문서적에 더욱 주리고 있다.

20대로 한정한 결과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국일보가 2005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20대들의 다수가 기억에 남는 책으로 『연금술사』 『나무』 등의 베스트셀러와 『국화꽃 향기』등의 대중소설을 꼽았다. 반면 인문사회과학서는 6.4%에 그쳤다.

우리 학교 중앙도서관이 집계한 결과도 이를 방증 한다. 숙명인이 2006년 3월부터 지난 2월까지 1년 간 대출한 도서는 총 398,131권이다. 주제별로 살폈을 때 문학 분야 서적이 130,122권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총 대출건수의 약 33%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이어 사회과학 분야가 70,509권, 예술ㆍ레크레이션 분야가 51,800권으로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최다 대출 도서의 1ㆍ2위도 단연 문학 분야이다. 최인호의 장편소설 「상도(商道)」가 366회로 가장 많이 읽혔고 전동조의 『묵향』도 354회 대출됐다. 이를 포함한 문학, 그중 소설은 상위 14위권 중 8권에 달한다. 나머지는 사회과학 분야의 「성의 정치학(性의 政治學)」과 역사 분야의 「로마인 이야기」, 여행, 경제 관련 서적이었다.

최근 독서현황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3월 한 달간의 대출 순위에서 상위 20위 중 13권이 문학 분야로 편중된 현상을 보였다. 「상도(商道)」 『묵향』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한강」은 지난해의 통계와 마찬가지로 최다 대출 목록에 포함돼 있다. 반면 역사 분야(4권), 사회과학 분야(1권)는 저조한 수치를 보였다. 순수과학ㆍ응용과학ㆍ종교 분야 서적은 순위에도 들지 못했다. 게다가 사회과학 분야의 「성의 정치학(性의 政治學)」을 비롯한 역사 분야의 책들은 우리 학교 교양필수과목인 ‘글쓰기와 읽기’ 수업의 지정도서였기에 순위에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최시한(국어국문학 전공) 교수는 “대학생들이 부드러운 읽을거리만을 좋아하고, 딱딱한 읽을거리는 싫어하는 것이 문제이다.”라고 지적했다. 딱딱한 읽을거리란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져가며 읽을 수 있는 책을 가리킨다.

이처럼 어느 한 분야의 책만 편중되게 읽는 독서편향은 독서의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한다. 독서의 기능이란 개인과 사회에 끼치는 문화적ㆍ사회적ㆍ교육적 기능을 뜻한다. 정보 및 지식 전달은 물론,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쌓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러 분야의 책을 고루 읽지 않으면 사물이나 사회현상을 판단할 때 균형 잡힌 사고를 할 수 없다.

최 교수는 이어 “지금은 책이 넘치는 시대이다. 출판업계를 탓할 것이 아니라 독자 스스로가 각성해야 한다. 재미있고 감각적인 것만 읽으려는 경향은 생각의 폭을 좁게 만들어 사고가 얕아지고 표현능력을 경박하게 만든다.”며 대학생들이 ‘쉬운 책’만 읽는 현상을 비판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 역시 “이러한 풍조는 교양이 붕괴된 대학사회에 책임이 있다.”며 대학생들의 지적소양이 저조함을 지적했다. 또한 “무엇을 하든 폭넓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기반이 돼야 한다. 개인의 경쟁력은 인문교양서를 많이 읽음으로써 키울 수 있다.”고 했다.

분야에 따른 책의 우열을 논할 수는 없다. 어떤 책이든 독자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것이며, 삶에 가르침을 줄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다독은 지식영양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그동안 편향적인 책읽기를 해오지 않았는지 스스로의 독서습관을 돌아보자. 지금부터 실천하는 균형 잡힌 독서 식단이 지식의 영양을 충족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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