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대광여고)

글제 : 눈썹

 

 

 

 

 

 

엄마가 눈썹문신을 했다.

굽 낮은 초승달이 숨죽이며 걷는 골목.

담벼락에 흘러내린 달빛 몇 장이 이삿짐을 실어나르고

문득 밤하늘을 펼쳐보면

엄마가 깜빡이는 형광등처럼 서있다.

자꾸만 짙어지는 고요가

꽃무늬 이불을 펴는 시간,

구멍난 라일락 향기가

엄마의 눈썹문신 위에서 파르르 떨고 있다.

가계부 속엔

엄마의 마흔 일곱이 자꾸만 흐릿해진다.

그녀의 눈썹문신은

누구에게나 함부로 되버린 세월을

다시 그려낸 것이었을까.

한번쯤 다듬어도 괜찮았을 날들.

어째서 사는 게 이리도 가벼운 거니.

지붕 낮은 집들 걸터앉은 골목엔

초승달이 시든 엄마의

눈썹처럼 기대어 있다.

 

 

누런 달빛이 포자를 터트리는 밤,

뒤집힌 밥그릇 같은 순간만 돌고 돌아

엄마의 푸른 눈썹이

자꾸만 휘어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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