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 페스티벌 그리고 대학생

▲  <사진제공> 지산 밸리 락 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

 

 

“<이웃사람> 보러왔어요”, “대학로에서 연극 대기 중” 이제는 실시간으로 SNS를 통해 업데이트 되는 친구들의 연극, 영화, 공연 관람 소식들을 접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문화생활 나아가 문화적 소비는 더 이상 단순한 여가생활이나 소비의 의미가 아니다. 많은 대학생들에게 문화영역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는지는 자기표현의 또 다른 방법이 되고 있다. 특히나 음악을 좋아하는 많은 대학생들에게 있어 다양한 락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것은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이벤트다. 자유로움과 열정이 닮아있는 락 페스티벌 그리고 대학생, 그 둘은 어떤 관계에 있을까.

   

락 페스티벌 그리고 대학생

 

유난히 무더웠던 올해 여름, 전국 곳곳에서 펼쳐진 다양한 락 페스티벌은 폭우와 더위 속에서도 열정적인 관객들로 인기를 모았다.

  대표적으로 지산 밸리 락 페스티벌,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등 무려 10여개의 락 페스티벌이 관객들을 끌어 모았다. 이는 지난해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대중문화평론가 서정민갑씨는 “1990년대 말만 해도 한국에는 변변한 대중음악 페스티벌이 없었다. 1970-90년대에 페스티벌과 비슷한 형태의 행사가 시도되긴 했지만 일시적인 것으로 끝났다”며 “그에 비해 이제는 일 년 내내 대중음악 페스티벌이 열리고, 록과 재즈와 일렉트로닉 페스티벌이 별도로 열릴 정도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9만 명의 관객을 모았던 지산 밸리 락 페스티벌에는 올해 1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몰려 역대 최고 관객 수를 기록했으며,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또한 지난해 6만 명에서 올해 7만여 명으로 관객 수가 증가했다. 이는락 페스티벌의 규모와 인기가 성장했음을 말해주는 수치다.

  이와 같은 락 페스티벌 열풍을 증명하듯 국내에는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락 페스티벌이 생겨나고 있다. 봄에는 4월의 뷰티풀 민트라이프와 5월의 그린 플러그드가 대표적이며 여름에는 7월 지산 밸리 락 페스티벌과 8월의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가을인 10월에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 열리며 겨울 페스티벌로는 새해 카운트다운을 함께하는 카운트다운판타지, 넓은 실내에서 열리는 서울 일렉트로닉 페스티벌 등을 꼽을 수 있다.

 

1970-90년대, 일시적 성격 띄어

현재 규모와 범위 모두 성장

일렉트로닉-재즈 장르까지 섭렵

 

  앞서 언급한 페스티벌들이 대부분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한 페스티벌이라면, 지역적 특성을 살려 지방에서 개최된 락 페스티벌도 있다. 국내 최초의 해변 페스티벌인 그린 그루브 락 페스티벌은 대천 해수욕장에서 열려 특색을 갖췄고, 올해로 13회를 맞이한 부산 국제 락 페스티벌은 무료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지방 락 페스티벌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또한 락 페스티벌의 규모와 인기가 늘면서 페스티벌이 다루는 음악의 장르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초기의 락 페스티벌이 헤비 메탈등 밴드음악 위주의 라인업이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일렉트로닉, 재즈 등 다양한 음악을 고루 수용하는 모습으로 바뀐 것이다.

  일렉트로닉 장르의 페스티벌로는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UMF)과 글로벌 개더링 코리아(GGK),서울 일렉트로닉 페스티벌(SEMF)이 대표적이며, 국내 인디씬을 주축으로 출연진 구성이 이뤄지는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은 올해로 14회를 맞는다. 또 이미 국내 대형 페스티벌로 자리 잡은 자라섬 국제 재즈페스티벌이 10월에 열릴 예정이다. 

  이렇게 수많은 락 페스티벌의 개최와 성장에는 젊은 층, 특히나 대학생의 참여가 원동력이 되고 있다. 올해 지산 밸리 락 페스티벌 전체 예매자의 50.8%가 20대임을 고려해보면 페스티벌의 주 겟층은 젊은이 그리고 대학생임을 알 수 있다. 본지에서 대학생 3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도 85.3%(272명)의 학생들이 락 페스티벌을 알고 있다고 답했으며, 실제로 22.6%(72명)의 학생들이 락 페스티벌에 가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93%(297명)의 학생이 앞으로 락 페스티벌에 가보고 싶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많은 젊은이들이 락 페스티벌에 열광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젊은층의 음악 소비 방식의 변화에 있다. 과거의 젊은이들이 음악을 ‘듣는 것’에 그쳤다면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나아가 직접 음악을 듣고 공연을 본 뒤 SNS나 블로그를 통해 많은 이들과 공유하는 문화에 익숙해졌다.

 

20대 참여가 성장의 원동력

젊은 층의 문화생활로 자리매김

자원봉사·마케터로 경험 쌓을수도

 

  지산 밸리 락 페스티벌에 다녀왔다는 본교 유지수 학생(한국어문학 12)은 “음원이나 방송으로는 느낄 수 없는, 악기를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며 관객과 소통하는 음악을 만나볼 수 있는 게 바로 락 페스티벌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체력적인 면이나 비용적인 면을 감수하면서도 나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휴가라고 생각하며 즐기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린 플러그드의 총 기획을 맡고 있는 김승한 대표는 “요즘 젊은이들은 많은 사람들과 좋아하는 대상을 공유하며 그 속에 자신이 포함 돼있는 느낌을 즐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평소 분출하지 못했던 마음 속의 욕구를 표현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락 페스티벌”이라며 많은 젊은이들이 락 페스티벌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러한 음악 소비 방식의 변화와 개인의 표현 욕구는 문화 생활에 지출을 많이 하는 2-30대의 소비 행태와 맞물려 락 페스티벌을 확장시키는 요인이 됐다.

  김승한 대표는 “이 때문에 락 페스티벌은 젊은층을 기본 타겟으로 설정하고 기획한다”며 “문화 소비에 대한 주 수요층이 20대 여성들이기 때문에 출연진 섭외부터 행사장의 구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부분을 대학생, 특히 여학생들의 취향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관객 외에도 다양한 자격으로 락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바로 자원봉사자나 마케터로써 참여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앞선 설문조사에서 이와 같은 경로를 알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약 40%(128명)의 학생이 모른다고 대답했다. 이는 아직 많은 학생들이 관객 이외의 참여 경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객이 아닌 자원봉사자와 마케터로 락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되면 사전 활동부터 현장 활동, 사후 활동에 이르는 페스티벌 전체 과정에 온·오프라인으로 활동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그린 플러그드는 ‘그린 메이트’를, 지산 밸리 락 페스티벌은 대학생 마케터 그룹인 ‘밸리 루키’를 모집하며, 그랜드 민트페스티벌·카운트다운 판타지등을 주최하는 페스티벌 기획사 민트페이퍼는 ‘민트 플레이어’라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

  서정민갑씨는 “대학생들이 페스티벌에 자원봉사자나 마케터와 같은 자격으로 참여한다면 실무 경험을 쌓으면서도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의 인맥도 넓힐 수 있으니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그는 “관객으로서도 자신들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티셔츠나 깃발을 만들어서 참여하거나, 페스티벌 내에서 자신들만의 캠페인을 기획하는 방법도 있다”며 능동적인 참여 방법을 제안했다.

  더이상 ‘락 페스티벌’은 락을 좋아하는 매니아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락 페스티벌로 가을 소풍을 떠나거나, 음악과 함께 특별한 새해를 맞이해보는 것은 어떨까. 가수와 노래를 아는 것, 또는 락 페스티벌 패션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노래에도 귀를 열 수 있는 당신의 열린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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