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창성동의 한 사무실에서 숭례문 복구공사의 도편수* 신응수 대목장을 만났다. 사무실 한 곳에는 경복궁, 광화문 등 그가 공사에 참여했던 고건축의 모형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그가 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애정과 자부심이 물씬 느껴졌다. 열일곱 살부터 목수 일을 해왔다는 그는 인내와 끈기, 그리고 책임감을 강조하며 “시작한 일이 있다면 끝장을 보라”고 조언했다.
  신응수 대목장의 말처럼 ‘인내와 끈기가 성공의 비결’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성공하기 위해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것을 하려 애를 쓴다. 대외 활동을 해야 할 것 같아 동아리를 들었다가, 학점 관리를 해야 할 것 같아 동아리를 그만 둔다. 남들이 하는 대로 토익 공부를 하기 위해 외국어학원을 다니다가, 자격증을 먼저 따야 할 것 같아 다른 학원을 알아보기 바쁘다. 결국 남
는 건 “내가 그 일을 계속했더라면 지금쯤…”하는 후회뿐이다.
  흔히들 우리 사회를 ‘멀티태스킹의 시대’라고 한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 안에 남보다 앞서기 위해서는 한꺼번에 많은 것을 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하려는 일에 대한 신뢰와 구체적인 목표도 없이 이것 조금, 저것 조금 하다보면 결국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만일 신응수 대목장이 망치질 조금, 대패질 조금 배우고 또 다른 일을 배우려 목수 일을 관뒀다면 지금같이 나라를 대표하는 인간문화재가 될 수 있었을까. 그는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목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끝까지 그 일을 놓기 않았기 때문에 현재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3월이다. 또 다이어리를 막연하게 ‘다이어트, 토익, 자격증, 학점관리’ 등의 해야 할 일로 가득 채웠는가. 자신이 꿈꾸는 인생을 만들고 싶다면 지금 손에 잡은 것을 놓지 마라. 순간의 호기심과 무모함, 혹은 조급함으로 여러 책의 첫 장을 펴지 말고, 고민 끝에 잡은 책을 믿고 붙들고 늘어져라. 그 책의 ‘끝 장’을 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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