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방송사마다 스탠딩 코미디 프로그램 편성 추세 … 여전히 출연자 복지는 부실

“완전 좋으다” “간디 작살” “나다 싶으면 손들으라우”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케이블 채널 tvN의 <코미디 빅리그>(이하 코빅)에서 인기를 얻은 유행어들이라는 점이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코빅>의 유행은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인기를 증명해주는 것은 유행어 뿐만이 아니다. <코빅>의 한 회당 평균 시청자 수는 120만명에 육박한다. (2월 26일자 AGB 닐슨 리서치 기준) 이 밖에 각종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서 보는 시청자들까지 감안하면 그 인기는 공중파 프로그램 부럽지 않다. 케이블 채널에 <코빅>이 있다면 공중파 스탠딩 코미디 프로그램으로는 KBS의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있다. <개콘> 역시 지난 2011년 7월 600회 특집 시청률이 17.7%를 기록한 이후로 상승세를 이어 지금까지 전국 시청률 2위권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코빅> 시청자 120만명, 리얼 버라이어티에 역전승

이처럼 스탠딩 코미디 프로그램은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무한도전>으로 시작으로 <1박 2일>, <남자의 자격> 등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이 각광 받던 몇 년 전과 달리, 인기의 흐름은 조금씩 스탠딩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다시 향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증명하듯 현재 tvN과 KBS를 제외한 여러 방송국에서도 이에 질세라 스탠딩 코미디 프로그램을 만드는 추세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로 한 때 <개콘>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SBS는 <웃찾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코미디언들과 뭉쳐 작년 11월 <개그 투나잇>이라는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케이블 방송국에서도 스탠딩 코미디 프로그램의 편성 영역은 넓어지고 있다. 종합 편성 채널인 MBN과 채널A는 각각 <개그 공화국>과 <개그시대>를 작년 12월에 편성했다. 비슷한 시기에 스탠딩코미디 프로그램 3개가 동시에 생겨난 것이다. 코미디 프로그램의 인기와 그에 따른 프로그램의 증가는 코미디언 시험에 지원자의 증가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로 26기 KBS 코미디언 공채에는 1163명이 지원한 것에 비해 27기 공채에는 1690명이 몰렸다.

 이와 같은 스탠딩 코미디 프로그램의 인기 현상에 대해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는 “한동안 짓눌려 있던 사회적 권위 에 대한 풍자와 해학이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 다시 확대 되고 있다”며 “특히 <코빅>과 같은 케이블 방송은 기존의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다루지 못하는 영역까지 자유롭고 재치있게 표현해 대중의 욕구를 만족 시켜준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에는 여타의 프로그램에 비해 관객과의 호흡이 중요한 스탠딩 코미디 프로그램이 새로운 소통의 장이 된 것 같다”며 인기의 원인을 분석했다.
그러나 스탠딩 코미디 프로그램이 지금처럼 생기를 띤 것은 오래 되지 않은 일이다. <코빅>, <개그 투나잇>과 같은 프로그램들이 생기기 이전 건재하고 있던 프로그램은 <개콘> 뿐이었다. 비교적 최근으로 꼽히는 스탠딩 코미디 프로그램의 전성기는 2006년도다. 3사를 대표하는 스탠딩 코미디 프로그램이 있던 때로 KBS의 <개콘>, SBS의 <웃찾사>, MBC의 <개그야> 모두 10%대의 시청률을 넘겼다(2006년도 AGB닐슨 리서치 기준). <개콘>의 고음불가나 <웃찾사>의 행님아, <개그야>의 사모님은 모두 이 시대의 명코너들이였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스탠딩 코미디 프로그램은 점차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리얼 버라이어티를 외치며 나온 시기가 2006년 중반이다. 점점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주목을 끌면서 스탠딩 코미디 프로그램들은 폐지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김 평론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탠딩 코미디 프로그램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밀렸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디어와 코너 중심 합작, '탈방송국'으로 위기 극복

 결국 대중들의 외면 속에 <개그야>는 2009년, <웃찾사>는 2010년에 종영을 맞이했다.
지속적으로 소속 개그맨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주던 프로그램이 없어지자 프로그램에 소속 돼있던 코미디언들은 심야에 편성된 코미디 프로그램과 버라이어티 쇼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내몰렸다. <개콘>이 있는 KBS도 형편은 비슷하다. 100명이 넘는 소속 코미디언 중 코너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사람은 50명 안팎이다. 방송프로그램 마저도 출연하지 못하는 코미디언들은 코미디언이라는 타이틀을 뒤로 한 채 각종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지속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동아방송예술대학 연예방송학과장 이영재 교수는 “대부분의 코미디언은 4대 보험도 보장받지 못하고 프로그램 하나에 전력투구한다”며 “그러나 방송국의 기본 급여만으로는 현실적으로 생활이 어려워 결과적으로 생활고와 아이디어의 압박감에 동시에 시달리게 된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이에 덧붙여 그는 “일부 방송국의 경우에는 출연 개그맨에 나이 제한을 두기
도 하는데, 프로그램 제작측은 코미디언들에게 방송 출연 보장성만이라도 정확하게 명시해줘야 한다”며 방송국 차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편, 시청률 때문에 외면 받은 코미디언들은 그들 나름대로 스탠딩 코미디의 명맥을 이어나가고자 브라운관 안팎으로 관객을 찾아가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2009년 9월 스스로 홍대 인근에 ‘김대범 소극장’을 차린 코미디언 김대범은 그 대표적 사례다. 방송 코미디와 달리 공연장이라는 특정 공간에서 관객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스스로 코미디 전문 소극장을 차린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SBS의 스탠딩 코미디 프로
그램 <개그 투나잇>은 코너가 정식으로 방송에 나가기 전에 코미디언들이 대학로의 소극장에서 자체 검증 시스템을 거치고 있다.
최근에는 ‘탈(脫) 방송국’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소속 방송국과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과거의 스탠딩 코미디 프로그램과 달리,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코미디언들 간에 호흡하려는 노력이다. <코빅>에서 인기를 끌었던 ‘아메리카노’는 KBS 출신인 안영미, SBS 출신인 정주리 그리고 MBC 출신의 김미려가 뭉쳐 활약한 바 있다. 이러한 ‘탈 방송국’현상에 대해 이영재 교수는 “점점 방송국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다. 설 수 있는 무대가 줄어들다보니 이제 코미디언들도 ‘나는 무슨 방송국 개그맨이다’라는 의식을 가지기 보다는, 무대에 서는 것 자체에 의미를 찾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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